14호-단발 민
배경음악: aoa 단발머리
민은 머리와 손톱을 동일시했다.
그건 손톱을 소홀히 한다거나 머리를 소홀히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좀 파격적인 면이 있다면, 손톱 자르듯 머리를 자른다는 것이었다.
당시 학과 여자 아이들 말에 따르면, 민은 긴 머리를 싹둑 자를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저 너무 길어서 무겁다는 이유로, 불편하지 않도록 손톱을 깎듯이 머리를 잘랐다.
그런 모습은 예전 스포츠용품 광고인가에서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삭발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아니, 도대체 왜 그 예쁜 머리를 자르는 거냐고 따질 수가 없었다. 내가 그녀의 친구일 뿐이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단발머리인 모습도 내게는 너무 예뻐 보였기 때문에...
과에서 관찰되는 재밌는 현상 중 하나가 누군가 머리를 잘라서 스타일 변신에 성공하면 꼭 또 다른 누군가가 헤어스타일을 바꾼다는 점이다.
민이 머리를 자르기 전에는 누가 그랬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후에는 한 사람씩 긴 머리를 조금 자른다거나, 앞머리를 낸다거나, 염색을 한다거나 웨이브를 넣는다는 등의 변신을 시도했다.
외모 관찰에 둔감한 편인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니, 뭐.
민은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고 했다.
운동을 하다가 머리가 너무 무겁다고 느껴져서, 혹은 목티를 입을 때가 됐는데 머리를 틀어올리기 힘들 만큼 길다는 생각이 들어서, 샴푸를 하고 나서 헤어용 앰플까지 써 봐도 머릿결이 영 별로라서 등등의 이유들로 말이다.
그럴 때마다 어깨에서 찰랑이는 긴 단발인지 긴 머리인지 헷갈리는 길이 말고 귓볼을 조금 넘길 정도로 확실한 단발로 자른다고 했다.
길이 외의 다른 것, 예를 들어 층을 낼지, 열을 가해서 머리를 펼지, 앞머리는 어떻게 할지 등등은 헤어 아티스트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른다고 한다.
남자인 나도 투블럭 컷을 할지 샤기 컷을 할지 헤어스타일에 민감해서 때로는 사진을 들고 가서 이렇게 똑같이 잘라달라고 말하는데 말이다.
민은 용감한 걸까, 둔감한 걸까.
어쨌든, 삭발 민도 예뻐 보일 거라는 게 내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