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짜리 소설

13호-어른이 된다는 것

by 벼리

대학생 때, 졸업 사진을 미리 찍고 나니 아직 한참 남은 졸업이 바로 내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어느 날이었다.

식사 때도 아닌데 공강이라 빈 강의실에 앉아 있던 민과 나.

민이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풀며 물었다.

"쭌, 어른이 된다는 게 뭘까?"

나는 좀 전의 민의 행동을 되감기하듯, 턱을 괴며 말했다.

"글쎄...?"

"난 예전에는 어른은 혼자서도 뭐든 척척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요즘 내가 그러고 있기는 한데, 근데 아직 난 뭔가 애기애기하단 말이지. 리트머스시약지처럼 확실한 어른의 증거, 그게 요즘 내 화두야."

"흠...."

나는 취업을 앞둔 시기에 어른이 최대 관심사라는 게 어쩐지 도인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민의 고민에 최대한 공감하고 싶었다.

왜, 엉뚱한 행동들도 다 신비롭게 느껴지고, 심지어 싫은 행동을 해도 싫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내게는 민이 그랬다.

"어른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 같아. 모호로비치치불연속면처럼 물리적인(?) 경계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다만 그 시작점은 스스로 느낄 수 있겠지. 입장을 바꿔 보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그게 익숙해지다 보면 어른이 되는 것 아닐까.

왜 어릴 때는 사랑을 받기만 하잖아. 그러다가 사랑을 주기도 하면서 말야."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누군가의 앞에서 소리 내서 엉엉 우는 입장에서 울고 있는 누군가를 안아 주는 입장으로...떠나가는 입장에서 떠나보내며 뒷모습을 지켜보는 입장으로?"

"그렇지. 그리고 어른의 완성점이랄까, 아이의 마침점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 시약지가 되는 거 아닐까.

누군가가 나를 의지하고 고민을 털어 놓고, 둥지를 찾듯 내게 깃들어 올 때쯤이면, 그들을 통해 내가 어른일까를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흠...."

좀 전에 민의 질문을 받았던 나와 같은 표정을 하고 날 바라보는 민.

저 동그란 눈을 감아 보라고 말하고 왜냐고 물으면 "뽀뽀하게...."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언제일까. 민아, 나의 화두는 말야 하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나는 참는 입장으로 바뀌고 있었으니까.


"이번 역은...입니다."

지하철 안, 임산부 지정석 7자리 중에서도 붉은색으로 바닥까지 표시한 자리에 앉은 남성을 보며 어른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문득 그때로 돌아가 민의 말에 보태듯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양보를 받는 입장에서 하는 입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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