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 Feb 03. 2016

두평짜리 소설

2호-쭌과 나

쭌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삶, 가족의 소중함.

더는 나이들지 않는 쭌의 어머니를 떠올릴 때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예전에 읽은 어떤 소설에서 인물이 고아라서 감기에 걸린 걸까 하고 생각하는 대목이 있었다. 나는 아직 겪지 않은 결핍, 부재다. 도대체 어떤 것으로 한 사람의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그때는 쭌과 같이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공강 시간을 때우고 있었는데, 하필 그날 와이파이가 안 터졌다.

데이터 무제한인 쭌의 휴대폰을 빌려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다. 쭌의 검색 기록을 말이다.

그건 "돌아가신 부모님 보고 싶을 때"였다.

황급히 폰을 돌려주고 나서 나는 쭌의 안색을 살펴보게 됐다. 아, 쭌의 눈이 빨갛다.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문득 언젠가 쭌이 담담하게 말했었던 게 생각났다.

"어머니라는 말은 보통 명사일 수가 없어. 그건 본질적으로 고유 명사야."

그 말을 듣고 나니, 그 무심한 눈빛이 어째서 푸른빛인지 쭌의 눈매가 왜 그리 고운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가끔 쭌도 어머니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힘겨운 상황이 있을까. 그럴 때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쭌이 혼자 울지 않았으면. 누구든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전부터 있었다.

쭌의 답 없는 질문을 본 날이었을 것이다. 진심이 다할 때까지 한번 쭌에게 다가가 보자는 다짐을 일기장에 적었던 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두 평짜리 소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