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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 Feb 17. 2016

두평짜리 소설

3호-미스터 초밥 식신왕, 쭌

쭌은 초밥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질투가 날 만큼 연어초밥을 특히 즐겨 접했다.

쭌이 가장 감명 깊게 본 만화책도 "미스□ 초밥왕"이라고 한다. 쭌 또래의 투톱은 "슬램덩□", "드래□볼"인데 쭌은 "북두□권"과 위의 책이라고 했다. 둘의 공통점은 주먹을 쥔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온다는 점이 유일한 것 같은데, 어쨌든 쭌은 그 두 책을 전권을 다 살 만큼 좋아했나 보다.

그런 쭌에게 초밥 뷔페는 신세계였다고 한다. 초밥 정식을 시켜도 초밥만 먹고 다른 밑반찬은 잘 먹지 않는 쭌에게 초밥만 무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은 천국이었을 것이다.

초밥천국(?)에 다녀온 뒤의 쭌은 대천사 같았다. 조별 과제를 분담할 때, 리포트는 물론이고 발표까지 도맡아 할 기세여서 옆에서 지켜보다가 말려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한번은 쭌하고 초밥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쭌에게 나 역시 초밥을 이렇게나 좋아한다고 어필하고 싶었다. 쭌과 같은 취향임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열심히 속도 맞춰 먹는 내게 쭌은 초밥을 이렇게 잘 먹는 사람은 자기 말고 처음 본다고 했다.  그게 다였던 것 같다. 내가 기대했던 우리의 공통분모 찾기 같은 대화의 흐름은 없었다. 그날, 초밥 잘 먹는다고 칭찬하는 쭌을 보며 수줍게 미소 짓던 내 양볼에는 초밥이 하나씩 들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사실 생선을 안 좋아한다. 날생선은 특히 별로다. 그럼에도 그날 초밥을 좋아하는 것처럼 먹었었다. 둔한 걸까, 내게 무심한 걸까. 둘 다인 것 같다. 그날 내 일기에 초밥과 쭌뿐이었던 걸 쭌은 아마 짐작도 못 할 거다.

그날 쭌의 먹방은 어느 정도였는지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 상상 그 이상이라는 광고 문구처럼 떠올리기 쉽지 않다. 강남 스□오와 건대 □□□ 뷔페에서 초밥만 푸드파이터처럼 먹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들보다 최소 두 배는 초밥을 잘 먹는 사람이 쭌이라고 보면 된다.

쭌은 아마 나와 초밥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초밥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아마 초밥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사람을 선택하겠지?그 사람이 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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