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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 Apr 27. 2016

두평짜리 소설

8호-한강에 가면 새우□을 먹고 싶다

물고기가 튀어오르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살면서 이런 광경을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은 맑은 날이었다.

한강을 좋아하는 나는 쭌과 종종 한강에 갔었다. 그때 쭌에게 새우 과자를 흩뿌리라고 하곤 내가 보는 건 새들이 아니었다. 쭌의 옆모습이었다.

쭌은 특히 옆모습이 참 잘생겼었다. 속눈썹이 참 길었다. 내 눈에만 잘생겨 보이나 했는데 학과 여자애들과 외모 월드컵을 해 보니 쭌은 늘 4강 안에 들었다.

쭌은 몰랐던 것 같다, 내 마음을. 대학교 다닐 동안 내내 말이다.

그때는 그게 너무 야속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어쩌면 나도 쭌의 마음을 몰랐던 건 아닐까. 그게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이어도 말이다.

저녁에 한강에 오면 아주 커다란 크리스마스 카드를 펼쳐 놓은 것처럼 빌딩들이 예쁘게 반짝반짝 빛난다. 쭌과 함께 예쁜 순간을 보낸다면 나도 트리 꼭대기에 달린 별처럼 반짝이지 않을까. 언제쯤 그런 순간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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