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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 May 04. 2016

두평짜리 소설

9호-산타만 불금

금요일의 크리스마스

어제부터 쭌의 연락을 기다렸다.

쭌은 연락이 없다.

나쁜 놈, 나쁜 놈, 나쁜 놈.

바보, 멍충이!

해삼, 멍게, 말미잘.

미토콘드리아!

십이지장충!

헉, 헉...!

이씨. ㅠㅠ

바보!

...라고 적혀 있는 대학 4학년 크리스마스 때의 내 사이 일기.

언젠가 연락이 있으려나. 있을 리가 없지.

떠나기 전에 이메일 주소도 꾸역꾸역 알려줬지만...

아마 잊었겠지.

내 전화번호도, 이메일 주소도, 나도.... 그날 일기의 마지막에 쓴 바보는 나 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 그때도, 지금도.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야속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요즘은 시간이 흘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감정도, 상대방도 모두 그대로인데 시간이라도 흘러 주어서 고맙다.



배경음악: http://youtu.be/ReK9MVrOq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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