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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Feb 25. 2021

경적

뭣이 중한디..

운전을 시작한 지 3년째다.

한 번도 내 차의 경적을 눌러본 적이 없다.

매너 없이 끼어드는 차에게 화가 나더라도

골목에서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는 어르신들이

앞길을 터주지 않아도

경적을 울려본 적은 없다.

내가 운전자일 때

보행자일 때

듣게 되는

경적 소리가 너무 날카로워서

불쾌감을  손으로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경적을 울리는 대신

창문을 내리고

지나갑니다~

목청껏 인사를 건넨다.

차가 오는 줄 모르던  행인이 금세 옆으로 비킨다.


그런 내가


아이에게는 너무나 쉽게, 자주

경적을 울려댄다.

아이가 겁에 질려 눈물을 보일 때까지

빽빽ㅡ 날카로운 소리를 던진다.

내가 그럭저럭 괜찮은 인간이라는 착각은

행인처럼 스쳐 지나가고

매일매일 청소해도 손 닿지 않는 세간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란 사람의 바닥

먼지 뿌연.

누가 볼세라 손으로 쓰윽 문지르다 멈칫,

새까매진 손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그런 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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