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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Jan 18. 2022

겨울 여행

15분

밤이 깊었습니다.

다들 잠들고 나는 깨어있어요.

커튼을  열어 밖을  봅니다.

은 겨울,

겨울로 가득합니다.

관목들이 몸을 떨어대고 있습니다.

바람,

바람이 불고 있나 봅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겨울은 얼마나 추울까

살갗으로 느끼고 싶어져

잠든 아이들 옆을 비우고 나갑니다.

금방 돌아올 거니까 괜찮겠죠.




눈으로 덮인 길은 어제의 흔적처럼

수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그곳에 지금 나의 걸음이 더해집니다.

나는 걸어요.  

지금은 겨울이고, 밤이고

그곳에는 나만이 걷고 있습니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눈사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소리를 만납니다.



후드득 비가 떨어지는 소린 줄만 알았어요.

이 계절까지 촘촘하게 붙어있는 잎사귀들이

몸을 부벼대는 소리입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입니다.

잎새는 춥다고 소리 지를 뿐  떨어지지 않습니다.

나무에서 멀어지니 바람도 잦아듭니다.

숨을 고릅니다.

그제야 뽀드득뽀드득

발밑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낮에 아이들과 걸을 때는 듣지 못했던 소리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가 침묵해주어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일까요, 이 소리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도어록 비밀번호를 다 누르기도 전에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15분,

나의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납니다.

남편이 담배 피우고 돌아오는 시간이 딱 이만큼이던데.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아이는 금방 다시 잠이 듭니다.



밖은 겨울로 가득합니다.

어둠도 냉기도 아닌 소리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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