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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Sep 02. 2023

하필 강화도가 떠올랐던 건

강화도 프로젝트 3

  인천으로 오기 전에 성남에 살았어. 거기서 6년 정도 살다가 21년 8월 말에 인천 새집으로 들어왔지. 성남에서 검단신도시까지 운전해서 오면 1시간 정도 걸려. 길이 막히면 더 걸리고. 그해 세 아이가 모두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거든. 이사 가면 9월부터 다닐 새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했어. 3월 새 학기도 아니고 9월에 세 아이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아야 하는 거야. 나는 성남에 살고 있고 검단에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일이 어린이집에 전화를 돌려 알아보려니 막막했어. 검색해서 전화를 하면 대부분 자리가 없거나 9월이 돼봐야 한다는 애매한 대답이 다였거든. 

그래서 내가 인터넷맘카페에 가입을 했다는 말씀! 검단맘들이 모이는 대형 카페였어. 이곳에 가입해서 유치원 정보를 얻어내자, 그런 마음이었던 거야. 자, 각설하고 본론만 얘기할게. 나는 이 카페에서 '강화도 명신초'를 만나게 돼. 두둥! 무려 2년 뒤에 시작되는 강화도 프로젝트의 서막 같은 거지.

 

   카페에서 활동하는 회원이 명신초등학교를 홍보하는 글을 썼고 내가 그걸 본거야. 명신초는 강화도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인데 전교생이 100명이 안돼. 글쓴이는  인천 서구 검단에 사는데 통학버스-부모들이 자비를 들여 계약한-를 태워 아이를 강화도 명신초에 보내고 있다고 했어. 한 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야 하는데도 말이야. 그 글을  읽고 나는 '작은 학교'에  관심이 생겼고 곧바로 책을 샀어. 

  이 책은 도시에 살면서 강화도 명신초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이 쓴 책이야. 학교 가고 끝나면 학원 다니는 뻔한 일상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 아이들을 그 먼 시골학교로 보내기로 결단을 내린 부모들의 생생한 후기를 읽을 수 있어. 아침에 7시 반이면 버스를 타야 한대. 7시 반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버스를 타는 시간이 그 시간이야. 쉽지 않지만 그것만 이겨내면 학교 생활은 너무 만족스러웠대. 아이들과 부모 모두. 저학년과 고학년이 형제자매처럼 모둠으로 활동하며 계절마다 자연을 체험한다는 글을 읽고, 난 반해버렸지. 여긴 꼭 보내야 돼!


  두 번째는 책은 교사가 쓴 책인데 멀리서 찾아오는 작은 학교들을 소개하고 있어. 사람들은 막연히 규모가 큰 학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이 책은 말하고 있어. 그렇잖아. 교사가 스무 명이 넘는 학생을 지도하는 것과 예닐곱 명을 지도하는 교실 풍경을 상상해 봐. 그날 발표를 못하고 다음시간을 기약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아. 두 번 발표하는 것도 가능하지. 내 아이가 학교를 대표해서 경진대회에 나가는 일이 가능할까? 한 학년이 열 개 반이 넘는 이 신도시에서? 하지만 작은 학교라면 얘기가 달라져. 많은 아이들에게 고르게 기회가 주어지지. 그리고 선생님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 유독 좋은 선생님이 작은 학교에 부임한다는 소리가 아냐. 큰 학교는 교사 개인의 열정이 크다해도 그 뜻을 펼치는 게 한계가 있대. 새로운 시도 같은 걸 해보고 싶어도 여럿의 동의가 있어야 하니까. 일테면 같은 학년 담임들이 모두 찬성해야만 실행에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작은 학교는 이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롭지. 환상을 가지면 안 되는데 자꾸 작은 학교에는 더 멋진 선생님들이 계실 것 같은 기대가!



  이미 사랑(?)에 빠진 나는 이사 가면 명신초 병설유치원에 아이 셋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 남편이 반대했고 쌍둥이가 한 시간씩 버스 타고 학교 가는 건 싫다고 했거든. 어쩔 수 있나. 난 빨리 포기했어. 이사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혼자 고집해서 될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명신초는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어. 이듬해 쌍둥이는 집에서 800미터 떨어진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막내 쎄루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옮겼어. 나는 모양을 갖춰가는 신도시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었고.




  강화도로 가자고  혼자 결심하던 그날, 그날 아이랑 다퉜거든. 사실 흔한 일이긴 한데 그날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뭔가 바꿔야 해. 의지만으로는 내 성질머리를 고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일 때가 됐어. 어떻게, 뭘 바꾼담? 그러다 머릿속에서 반짝, 한 거야!

강화도로 간다면? 집을 아예 옮겨서 그곳에서 아이들을 작은 학교에 보낸다면? 내가 빌딩숲이 아니라 초록더미 가운데서  하루를 시작한다면?


그러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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