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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Sep 05. 2023

강화 양사초 여름꿈자람초록학교

<강화도 프로젝트> 4

   세상이 날 돕는 걸까. 강화도 프로젝트를 마음에 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초등학교 소식지에 이런 공고가 떴어.


강화도  양사초에서 여름 계절학교 참가 신청을 받는다는 공문을 보내온 거야. 가야지 가야지 무조건 가야지!

나는 그날 바로 신청서를 써서 메일을 보냈어. 아이들 셋 모두 참가 신청을 했고, 내년에 강화도로 이주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적극 어필했지.

 

 그런데 왜 명신초를 안 가고 양사초를 가냐고?

2년  맘카페에서 명신초를 알게 해 준 회원분께 오랜만에 쪽지를 보냈거든. 명신초 전학과 관련해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볼 참이었는데 그분 말씀이 강화도로 이주할 생각이라면 꼭 명신초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강화도에서 명신초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진 작은 학교가 여럿 있다고 했어. 집을 구하는 문제 때문에 학교 위치를 알아야 했는데 갈 수 있는 학교가 여러 개라?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건 좋은 건데 머리 아프기도 했어.  어떤 학교들이 있나 또 알아봐야 하니까. 내가 이런 쪽에 좀 약해서, 후.


  어쨌든 학교를 고르는 건 중요한 문제니까 검색을 좀 해봤어. 신문기사에 뜬 학교부터 엄마들이 칭찬하는 카페 글들을 모아 모아 5개 학교를 추렸지. 양사초, 양도초, 명신초, 불은초, 내가초. 이 학교들이 강화도에서 제일 좋다는 건 절대 아니야. 검색에 약한 내가 대충 그러모은 정보를 가지고 만든 리스트지. 이중 하나인 양사초로부터 초대장(?)을 받았으니 내가 야호를 외칠 수밖에.  양사초는 전교생이 40명이 조금 넘었어. 강화도 안에서도 작은 학교에 속했어.


  그나저나 신청 결과는 어떻게 됐게? 하하, 우리가 뽑혔어! 결과 공지를 하기 전날 그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 나는 유치원생 막내와 초2 쌍둥이를 신청했는데 유치원생은 받기 어렵다고 하는 거야. 한 가정에서 3명을 받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다른 가정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쌍둥이만 보내도 상관없다고 하면 추첨 명단에 우리 아이들을 넣겠다고 하시길래 좋다고 했어. 우선은 아이들에게 강화도를 경험하게 해주는  목표니까. 쎄루는 내가 데리고 놀면 되지 뭐.


   초록이 가장 예쁜 7월, 나와 아이들은  4박 5일 동안 강화에 머물렀어. 처음엔 검단 집에서  등하교를 하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인 거야. 집에 돌아오면 저녁  6시 근처일 텐데 내게 체력이 남아있을까. 저녁밥 먹일 기운도 없을 것 같은데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할  생각을 하면...  결국 펜션을 알아봤어. 평일 4박이라 좀 싸지 않을까 했는데 7월부터는 성수기에 들어가서 예상만큼 싸지 않았어. 많은 펜션이 2~3명 기준의 작은 방을 운영하고 있었고 4명 이상을 받는 방은 적은데 또 가격이 훅 올라가고. 내가 찾아낸 펜션도 원래는 2인만 받는 곳인데 아이 셋과 간다니 받아주셨어. 추가 요금 없이 하루 10만원, 총 40만원에 숙박을 해결했지. 방이 작긴 했어. 침대에 아이 셋을 재우고 나는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지. 하지만 집은 아주 깨끗하고 예뻤고 무엇보다 주인할머니가 아주 친절하셨어.

나는 5일간 먹을 쌀과 반찬, 냉동너겟을 준비해 갔어. 집에서 하듯 아침 준비해서 쌍둥이 학교 보내고 집을 청소를 한 다음 쎄루와 강화도를 둘러보고 쌍둥이 하교 시간 전에 집에 돌아오고. 저녁 만들어서 먹고, 씻고, 자고. 쌍둥이는 펜션 근처 정류장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어. 강화도 작은 학교는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곳이 많아. 쌍둥이가 머물렀던 마을에는 양사초에 다니는 아이가 두 명(남매) 있었는데 교까지 차로 15분은 걸렸거든.


  작은 학교에서 계절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 외부 학생을 초대하는  당연히 본교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서야. 며칠 간의 체험으로 전학을 결정하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양사초도 코로나 전에는 전교생이 80명이 넘을 때가 있었대. 코로나 3년 동안 외부인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을 열 수 없었고 그러면서 수가 많이 줄어든 모양이야. 아이들은 5일간 교과활동 없이 뭔가를 만들고 체험하는 활동을 했어. 국어, 수학을 안 하니까 좋다고 하더군. 것보다 학생 수가 적은 건 어떠냐고 물었지. 좋기도 하고 안 좋은 점도 있대. '나'를 너무 잘 보는 건 안 좋고, 누군가 나를 건들 때 빨리 알아채 주는 건 좋다나. 무슨 말인지 느낌 아니까. 하하.   



  목요일은 저녁을 서둘러 먹고 아이들과 노을을 보러 갔어. 쌍둥이는 학교에서 4시가 넘어서 돌아오니까 집에 돌아온 후 별다른 활동 없이 티브이 보다가 잠들곤 했거든. 금요일이면 집에 돌아가야 하니까 바다는 한번 보여줘야겠다 싶었어. 강화도가 섬이라 모든 마을이 바다와 가까울 것 같지만 아니야. 일몰 명소인 장화리까지는 무려 40분 운전을 해야 했어. 구름이 많아서 해를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됐는데 일단 달렸지.

  마침내 바닷가. 그곳은 끝내주게 멋진 해안가는 아니었어. 날도 좀 우중충했고. 우리 말고 열댓 명 정도 사람들이 더 있었는데 준비해 온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좀 부럽더군. 멀리까지 왔는데 결국 바다에 떨어지는 해를 보긴 틀렸다 싶었어. 구름이 너무 많았어. 애들아 안 되겠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가자.

내가 실망해서 말했는데 쩡이가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는 거야. 그제야 나는 아이들이 즐거워한다는 걸 알았어. 파도와 밀당하듯 밀려오는 포말 앞에서 폴짝거리는 쩡이의 웃음소리, 겁이 많은 쎄루가 형을 따라 파도 근처에 갔다가 멈칫거리고, 째호는 볼품없어 보이는 조개껍질을 조용히 줍고 있었어. 아이들이 올챙이 잡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놀랐던 것처럼  모래해변과 파도만 있으면 애들은 웃을 수 있는 건가 놀라웠어.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멋진 일몰도 보았어.


바다가 좋은 쩡이


새빨간 해를 못 보면 어때. 분홍빛으로 뺨을 붉힌 하늘도 바다도 너무 근사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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