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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Sep 07. 2023

강화도에 빠진 건 나였어

<강화도 프로젝트> 5

  "강화도에 있는 학교를 일주일 동안 다닐 거야. 엄마가 말했잖아. 시골에 가서 개구리 나오는 마당에서 살자고.

강화도에 살면 어떨지 한번 체험하고 오자."


  아이들이 올여름 올챙이에 미쳐 지내긴 했지만 도시보다 시골을 선호하는 애들은 아니야. 특히 째호가 그래. 바닷가에 놀러 가면 모래가 발바닥에 달라붙는 걸 싫어해서 소극적으로 굴어. 도로에서 멋진 자동차를 보는 걸 좋아하고. 쩡이는 그냥 바다에 데려가면 즐거워하는 아이긴 한데 벌레를 보면 난리치고 시골이 더럽다고 생각해. 쎄루는 어디가 좋다고 표현하진 못하는데 시골을 싫어하진 않을 . 그럼 누구보다 내가 강화도를 좋아하는 건가? 아니야. 나는 전원생활을 꿈꾸지도 않았고 특별히 강화도를 좋아한 것도 아니었어. 강화도로 여행 간 적이 두 번인데 2박 3일 주로 펜션에서 머물렀고 바닷가 가서 바가지 쓰고 오고 그게 다였지. 동막해변만 갔는데 사실 그곳이 기막히게 예쁜 해변은 아니잖아. 난 섬에서 태어났고 바다의 맛과 멋을 안다고. 강화도에 반한 적은 없었어. 양사초 계절학교에 다녀오기 전까지는 말이야.


  쌍둥이가 학교에 간 사이 쎄루랑 여기저기 돌아다녔잖아. 그때 알았지. 아, 강화도는 넓구나. 그리고 논밭이 정말 많구나. 이전 여행에선 바다만 보고 갔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 완전 곡창지대 던걸? 바둑판처럼 재단된 논들이 온 마을을 초록으로 꽉 채우는 풍경을 내가 보고 왔다는 말씀. 이곳에서 살게 되면 저 논두렁을 끝까지 걸어볼 거야. 걷는 걸 좋아하거든.

강화도 교동면

  내가 머문 펜션에서는 어디를 가든 운전을 해야 했어. 가까운 편의점이 차로 5분 정도? 이걸 멀다고 해야 할지 애매하긴 한데 아이를 집에 두고 걸어갔다 올 거리는 아니었지. 운전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강화도에선 운전할 때 자꾸 미소가 번지는 거야. 왜겠어. 도로 주변이 온통 산과 들이잖아. 하늘을 가리는 고층 빌딩은 하나도 없고 도로에 차도 별로 없지. 조경수가 아니라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진초록 물결이 바람에 몸을 흔드는 걸 매일 보는데 마음이, 음, 마음이 같이 움직이더라.

  생각해 보면 서울에도 인천에도 산은 있어. 그런데 거기 산들은 다 멀리 있잖아. 실제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도 그 산을 가로막는 건물이 너무 많고 시선을 가로채는 간판과 광고가  많아서 산은 그저 먼 배경이 되잖아. 강화도에서는 산이 그런 아스라한 배경이 아니야. 시골은 '뭐가 없다'라고 하는데 편의 시설이나 건물이 없는 거지 그 자리에 산이 앉아 있는 거야. 걸어서 후딱 도착해야 할 편의점 자리에 산이 앉아있는 거야. 현란한 간판 대신 다닥다닥 어깨를 맞댄 거목들을 끌어안고 말이야.   


  골에 살면서 작은 학교를 다니면 아이들이 좀 더 건강하게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 이 모험(?)이 시작됐지. 내겐 시골 생활이 불편해도 아이들을 위해, 육아능력이 떨어지니 환경의 힘을 빌려 잘 키워보자고. 근데 이번 체험 기간 동안 강화도에 반한 건 나였어. 아이들은 내가 꼬시기 나름인 거지 강화도에 가고 싶다고 매달릴 녀석들은 아니거든.

내가 간절해진 거야.





  등교 첫날, 계절학교에 초대받은 학부모와 양사초 재학생 부모들 간의 만남이 주선됐어. 그 자리에 나온 부모들은 강화도 토박이가 아니라 도시에 살다가 우리처럼 이촌을 결심하고 강화도에 정착하게 된  분들이셨어. 도시보다 살기 불편한 건 맞지만 이곳에 온 걸 후회하는 사람은 없었어. 무엇보다 아이들이 정말 학교를 좋아하니까. 아니 이분들이 무슨 영업사원도 아니고 괜한 말로 날 꼬드길 이유가 없잖아. 그러니까 자꾸 내가 강화도에 마음이 넘어가도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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