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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Sep 24. 2023

강화도 말고, 용인으로 이사 갈까?

<강화도 프로젝트> 6

  태길이는 직장이 멀어. 사무실이 용인 신갈 부근이야. 아침 7시에 집을 나가서 밤 10시 반이 넘어서 돌아와. 거래처와 술자리가 늦어지는 날은 사무실에서 자고 다음 날 들어와. 한 달에 한두 번은 그러는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 애들이 평일에 아빠 얼굴을 못 보고 산다는 얘기야. 어쩌다 9시 근처에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럼 애들이 깜짝 놀라지. 아빠 일찍 들어왔다고.

번은 태길이가 시댁에 일이 있어서 혼자 2박 3일로 지방에 다녀왔는데 아이들은 아빠의 부재를 묻지 않았어. 집에 오는 날이 토요일 오후였는데 아침에 아빠가 없으니까 그제야 묻더군. 이상하다. 토요일 아침은 아빠가 늦잠 자는 날인데 없네?


  내가 어떻게 혼자서 애들과 강화도에 갈 생각을 했겠어. 왜냐, 오랫동안 혼자서 아이육아를 감당해 왔으니까. 말 안 통하는 세 살, 한 살 박이도 키웠는데 초등학생 3명? 할 수 있다  싶은 거야.


 금요일 오후에는 학교를 마치고 강화도에서 검단집으로 돌아올 계획이거든. 일주일에 삼일은 아빠와 시간을 보낼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집에 온다 해도 같은 지붕 아래 있는 것과 떨어져 사는 건 다르다는 거 알지. 꿀 떨어지는 부부 사이는 아니지만 갑자기 와이프와 주말부부로 지내는 것도 달갑지 않다는 거 알아.

하지만 태길이는 내가 가고 싶으면 가라고 했어. 싫기는 한데 말리지는 않겠대. 맞아, 태길이는 착해. 내가 원하는 걸 되도록 들어주려고 하지.(담배는 못 끊겠대.)

  

  강화도에 가고는 싶은데 태길이가 신경 쓰이긴 했어. 그래서 내가 대담한 제안을 한 거야. 꼭 강화도에 가야 되는 건 아니고,  작은 학교가 있는 시골 환경이면 돼.  용인 외곽에도 이런 곳이 있지 않나? 그럼 네 출퇴근 거리도 가까워지고 일석이조일 것 같은데. 

용인으로 이사 가자!

용인에 집을 구해서 다 같이 살 수 있으면 굳이 주말에 검단으로 돌아올 필요는 없으니까 이 집 팔아서 용인에 근사한 전원주택을 사는 거 어때?


태길이는 강화도 프로젝트보다 이 제안에 더 화들짝 놀란 것 같아. 25년이 되면 검단에 전철역이  개통되고 그때 되면 집값이 10억에 육박할 텐데 이 집을 왜 파냐는 거야. 10억? 집값이 10억이 될는지도 의문이지만 우리가 그 돈 벌려고 여기를 못 떠난다고? 언제든 내가 가고 싶으면 떠나는 거지!

(태길 매우 어이없어하는 중)

그 10억은 상상 속에 있는 거잖아. 설령 이사 가고 난 후 집값이 그렇게 뛴다고 해도 속상할 필요가 없어. 우리 돈을 뺏긴 게 아니거든. 그 돈이 없다고 우리가 불행한 것도 아니고.

 ㆍㆍㆍ

하마터면 태길이랑 싸울 뻔했어. 어쩌다 보니 이런 대화가 이어졌거든.


"집값이 오를 거니까 그 집을 못 떠나는 건 하나도 쿨하지 않아."

"쿨한 게 뭔데? 속물처럼 살면 안 되는 거야?"


헛. '속물'이라는 단어는 내가 꺼내지 않았어. 태길이가 꺼낸 말이야. 내가 자기를 그런 식으로 몬다고 느꼈나 봐. 돈 벌어서 우리 가족이 편하게 사는 게 나쁜 거냐고.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닌데... 누가 돈이 싫대.  나도 돈 좋아. 시골집에 산다고 돈을 포기하는 게 아니잖아. 그냥 나는 아파트에 발이 묶인 채로 사는 게 싫다는 거야. 가고 싶은 곳이 생겼는데 못 간다는 게 이상하다고. 그 정도 자유는, 가벼움은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

 

  태길이는 이곳에서 오래 살고 싶다고 했어. 이사를 자주 하는 게 싫고 신도시가 마음에 든대. 무엇보다 운전하지 않고 술 한잔 하러 갈 수 있는 게 좋대. 집에서 코 닿을 거리에 술집이 주욱  늘어서 있거든.

거 참, 현실적인 이유긴 하네.






  늦은 밤까지 용인시 처인구 전원주택을 검색하며 눈을 반짝이는 내가 불안했는지 태길이가 근무 시간에 문자로 강화도 매물 정보를 보내왔어. 보증금 2천에 월세 90만원. 40평이 넘는 넓은 양옥집인 데다 마당도 넓었어. 업자가 돈 벌려고 지은 집이 아니라 가족이 살려고 지은 집이구나 알겠더라. 매물 정보를 보낸 날이 8월 24일이야. 전화해 봤더니 좀 전에 다른 사람이 계약했대. 그리고 나는 알게 됐지.  강화도에 전월세 매물은 아주 귀하다는 걸, 쓸만하면 금방 사라진다는 걸. 그래. 용인은 잊고 다시 강화도에 집중해야겠어. 태길이 의견도 존중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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