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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Dec 16. 2023

강화도 프로젝트의 결말

<강화도 프로젝트> 8회

  강화도 프로젝트의 마지막 회를 '여기서' 쓰게 될 줄 몰랐네. 지금 병실이거든. 막내가 폐렴에 걸려서 입원했어. 유치원 다니는 남자아이가 12월에 폐렴 걸리는 게 뭐 대수로운 거겠어.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건 내가 게을러서만은 아니야. 일이 진전되지 않아서도 아니야. 비행기표를 예약하고도 이륙하기 전까지는 여행이 시작될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사람이거든, 내가. 강화도로 이주하는 일이 꼭 그렇게 다가왔어. 11월에 집을 계약했고 12월 7일에 잔금까지 치른 마당에 말이야. 아직 나는 검단에 살고 있잖아. 나의 아이들이 강화도 학교로 등교하기 전까지 이 프로젝트가 실현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었어.


  맞아. 드디어 강화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어. 전세 9천만 원. 가진 돈을 탈탈 털고 대출도 받았지. 물론 이런 질문을 곤 했어. 이렇게 큰돈 써가면서 꼭 가야 하는 거야? 세상에 '꼭' 해야 하는 일이 어딨겠어. 자기 전에 하는 양치도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잖아. 방금 전에 읽은 책에서 본 건데-역시나 김연수 책이었음-  아우구스티누스가 이런 말을 남겼대.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야.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자, 그럼 나는 5월부터 기획한 강화도 프로젝트를 성공했으니 지금 막 두근두근 설레고 기쁘고 좋으냐? 내 말을 들어봐. 11월 말에 둘째를 데리고 응급실에 간 적이 있어. 애가 저녁밥을 먹다가 울음을 터뜨리며 심장이 너무 빨리 뛴다는 거야. 그때 아이 얼굴이 너무 시뻘게 보여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닌 것 같아 응급실에 가기로 했지. 첫째와 셋째에게 TV 보면서 기다리라고 했어. 한 시간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 응급실이 과연 한 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인가? 초짜도 아닌데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하다니. 3층에 친한 이웃이 있는데 우연찮게 내 상황을 듣고는 우리 아이들을 봐주겠다고 하는 거야. 내가 전에 그 친구 아이를 봐준 적도 있고 해서 고맙게 받아들였어. 그렇게 둘째만 데리고 병원에 가는데 운전하는 도중에 계산이 돌아가더군. 절대 한 시간 안에 돌아올 수 없다. 병원 오가는데만 삼십 분이 걸리는데 무슨. 나는 태길이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점을 설명하고 당장 퇴근하라고 했어. 지금 출발해도 2시간 후에 도착할 테니 서두르라고. 그 결정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어. 응급실에 가서 피검사까지 해야 했고 결국 나는 두 시간도 더 지나서 집에 돌아올 수 있었거든. 직장이 먼 태길이도 나와 비슷하게 귀가하긴 했지만 3층 엄마만 믿고 느긋하게 일을 볼 수는 없는 거잖아. 그 친구도 어린아이들이 둘이나 있는데 우리 집에서 11시까지 있었다니까. 

피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가 정상 수치보다 좀 높은 거 빼고는 별 게 없었어. 하지만 그날 밤 내가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강화도로 가면 남편도 없고 3층 친구도 없잖아. 해프닝 하나 생겼나 했더니 며칠 뒤에 그 둘째 녀석이 집에서 놀다가 오른쪽 팔에 금이 가는 일이 벌어졌어. 남자애들이 장난치다 팔에 금이 가는 게 뭐 대수겠어. 집 근처에 9시까지 문을 여는 정형외과가 있어서 응급실에 갈 필요는 없었지. 이번에도 3층 엄마우리 집으로 내려와서 남은 아이들 곁에 있어 줬어. 처치는 한 시간 안에 끝나긴 했지만 둘째는 한 달간 깁스를 하게 됐지. 그리고 어제 무슨 피날레를 장식하듯 막내가 폐렴을 진단받고 입원을 했다는 그런 얘기야. 내가 쫄만하지 않아? 강화도에 가서 살 건데 나 혼자 아이 셋을 데리고 잘 지낼 수 있는 거냐고.




  당근에서 중고 가전제품을 구입했어. 막내 초등학교 입학 때문에 강화도 전입 신고도 이미 마쳤어.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 아니야. 못할 게 뭐 있어. 안 가면 되는데 안 갈 생각이 없다는 거지. 남은 건 언제나 그랬듯 알 수 없는 일상이야. 예측 가능하지만 변수는 항상 존재하는 그런 일상이야. 여기 검단에서든 강화도에서든 나는, 내 삶을 살아갈 거야. 해야 될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내면서 살아갈 거야.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내 생을 좀 더 잘 일구고 싶은 욕심에 불안할 때가 있는 거지. 어디에 있든 말이야. 계획했던 일을 이룬 것 같아 기쁘긴 한데 아이들이 강화도에서 등교하는 그날이 돼야 실감이 날 것 같아. 그러니까 <시즌 2>의 첫 이야기는 24년 3월 2일 입학식이 될 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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