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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Oct 09. 2023

강화도에 갈 수 있는 거냐고?

<강화도 프로젝트> 7

  8월 30일에 강화도 임장 다녀왔. 전월세가 잘 안 나온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져서 말이야.

태길이가 보내 준 매물 정보로 인연을 맺은 강화도 중개업자 분과 통화를 했었지. 그분이 올린 매물에 마니산 중턱에 위치한 보증금 2천에 월세 100만 원짜리 집이 있었거든. 사진 상으로는 널찍하고 좋아 보였어.

근데 그 사장님 말이 그 집은 벽지에 곰팡이가 많이 피었다는 거야. 월세인데도 집주인이 도배를 해주지 않겠다니 패스했지. 대신 같은 가격에 신축이 있다고 하셨어. 2층짜리 건물인데 1층에 상가를 받고 2층엔 월세를 놓는다나. 공사를 완료했는데 준공허가 행정처리가 안된 집이라 1층 상가도 정해진 게 없었어. 강화도 가는 김에 집을 세 군데는 보고 싶었지만 매물이 없었던 터라 그 신축건물만 보기로 했어. 마침 휴가 기간인 태길이가 아이들을 보기로 하고 나 혼자 집을 나섰어.


  신축 건물은 화도면 장화리에 있었거든. 장화리? 기억이 났어. 애들이랑 지난번에 일몰 보러 갔던 곳이잖아. 그 일몰명소 근처는 아니었지만 거실에서 바다가 보였어.(강화도는 넓고 바다가 보이지 않는 마을도 많거든.) 바다뷰를 위해 집은 북서향이었지만 말이야. 중개업자 말이 이 일대는 바다 쪽으로 창을 내다보니 북향집이 흔하다고 했어. 거실도 넓고 방도 3개나 됐고, 테라스도 있는 집.  월세 백만 원은 깎아볼 여지가 있다고 중개업자가 말했어. 주인에게 잘 말해보겠다는 거지. 집만 보면 괜찮았어. 근데 그곳은 화도면이었고 내가 가고 싶은 양사초등학교와는 너무 멀었어. 꼭 양사초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쇠뿔도 당김에 빼랬다고 나는 그 집을 보고 나서  근처 초등학교로 갔어. 만약 내가 이 집에서 살기로 결정하면 우리 애들은 이 학교, 화도 초등학교에 다니게 될 거니까 어떤 곳인지 보고 싶었어. 

  화도초는 전교생이 60명이 넘는 학교야. 세상에, 운동장 전체에 초록 인조잔디가 깔려있더라. 방문했을 때가 점심시간이어서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나와 공을 차고 노는데 보기 좋았어. 붐비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 아이들이 운동장을 평화롭게 공유하는 모습.


나를 맞이해 주신 교감 선생님은 정말 인상도 좋고 친절하셨어. 내가 방과 후 프로그램을 알고 싶다고 하니 출력을 해주셨지. 작은 학교들은 전교생 방과 후 수업이 가능하고 수업료도 무료거든. 그곳에도 읍내로 학원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난 강화도에 가면 학원을 안 보낼 생각이라 방과 후 수업이 다채로웠으면 했어. 미술은 꼭 있길 바랐고. 흠, 그곳 방과 후 수업에는 악기가 많더라고. 악기는 하나쯤 배우면 좋지만 과목이 다양하지 않은 점이 걸렸어. 게다가 미술이 없더라고. 공작수업이 있긴 했는데 -만들기와 미술이 병행된다고- 난 회화가 중심인 수업이 있으면 했거든. 아, 그리고 계절학교 프로그램이 없었어. 양사초처럼 일주일간 교과 과정 없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 없었어. 교감 선생님 말씀이 그런 프로그램은 정부지원을 따로 받아서 하는 거래. 화도초는 강화도에서 그렇게 작은 축에 속하는 학교가 아니라 외부학생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없는 거지. 이게 좀 아쉬웠어.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감자 캐고 고구마 캐는 활동을 할 수 있길 바랐거든. 역시 양사초여야만 하는가...

그 신축집도 다시 생각해 보니까 1층 상가가 걸려.  1층에 뭐가 들어오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시골이라 사방이 트인 마당(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뭐라 할 수 없을 거야. 윽.


  급할 거 없다. 난 내년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집을 구하면 되니까, 하면 되는데 자꾸 마음이 급해지네. 중개업자 말이 그 집 말고 보여줄 집도 없다는데. 나는 염치 불고하고 강화도 지인(?) 두 사람에게 연락을 했어. 한 분은 계절학교 때 머물렀던 펜션 사장님. 일전에 할머니가 내가 나중에 이사 올 거라니까 중개업자를 소개해준다고 말하셨거든. 다른 한 분은 일명 '회장님'. 양사초 학부모 만남 시간에 알게 된 분인데 모임에서 젤 연배가 있으신 탓인지 사람들이 회장님이라고 부르더라고. 그때 집에 초대받아서 맛있는 커피도 대접받았던 터라 연락처를 알고 있었거든. 그 두 분께 집을 구하고 있으니 소개해주실 분이 계시면 알려달라고 문자를 보냈어. 감사하게도 모두 답을 해주셨어. 할머니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중개업자를 소개해주셨고, 또 근처에 구옥 가구가 하나 나왔는데 어떠냐고 물으셨어. 구옥은 겨울에 너무 춥다고 들어서 안 될 것 같다고 했지. 회장님은 양사초 근처에 월세 50만 원 집이 하나 나왔다고 소개해주셨어. 학교 근처고 가격도 착해서 나는 당장 내일 보러 가겠다고 했는데 글쎄, 그 집도 나가버렸어. 흑흑.

  오늘은 10월 9. 강화도 중개업자 3명에게 번호를 남겼는데 아직 연락이 없어. 한 분이 11월쯤 집이 나올 거라고 말하긴 했는데 좀 불안하네. 회장님이 여름에 양사초를 찾았던 다른 두 가족이 전학을 왔다고 알려주셨어. 우리 쌍둥이도 꼭 왔으면 좋겠다고, 일주일간 같이 어울렸던 2학년 남자아이가 우리 쌍둥이가 전학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대. 강화도에 우릴 기다려주는 이웃이 있다니. 아무래도 양사초에 가야겠어.  수 있을까?



  소설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김연수 작가는 현재를 결정하는 건 '미래'라고 했어. 과거 아니고? 과거가 쌓여서 혹은 꼬여서 지금을 만드는 거 아니고? 아니야. 미래야.

아이들과 강화도에서 사는 게 나의 '미래'야.

지금, 나는 그 미래를 향해 걸어가면 되는 거야.

갈 수 있는 거냐고 세상에게 묻지 않아도 돼.

내게 물어야지. 갈 거야? 응.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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