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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Aug 25. 2023

퍼즐 하나, 올챙이와 개구리

강화도 프로젝트 2

  아파트 단지 안에 인공 연못이 있어. 요즘 아파트는 대부분 석가산 연못 같은 걸 조경으로 넣더라고.

봄이 고 날이 제법 따뜻해지면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들만큼이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생명체가 있는데 그게 바로 개구리야. 눈으로 보지 않아도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지. 아, 개구리가 저기 있구나. 울음소리가 굉장하니까. 개굴개굴, 굴개굴개. 어둠이 내려앉은 아파트 단지 안에 개구리 소리가 제법 우렁차게 울려 퍼져. 식상하지만 정겹다고 할 수밖에. 내가 어려서 개구리 좀 잡아봤다 뭐 그런 얘기야. 전라도 섬마을에서 태어났거든. 애벌레-넌 진짜 안 귀여워- 빼고 손으로 안 잡아본 게 없지. 아, 내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니고.


  역시나 5월. 금요일-이 아니었다면 이 시간에 나갈 리가 없지-이었는데 밤 9시쯤 돼서 아이들이랑 할 게 없으니까 내가 모처럼 제안을 했어.

우리 개구리 잡으러 갈래?

날마다 소리만 들었지 보진 못했으니까 애들 데리고 한번 보러 갈까 싶었어. 요즘엔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도 웬만한 곤충이나 생물에 대해서 꿰뚫고 있잖아. 책이며 동영상, 체험 수업 등 그런 지식을 접할 창구가 많으니까.  신나 하는 아이 셋을 데리고 단지 연못가로 갔어. 역시나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지. 가로등이 여기저기 켜져 있었지만 밤중에 수풀 사이에서 개구리를 찾는 건 어려웠어. 소리만 요란하지 다들 어디에 몸을 숨기고 있는 건지. 근데 물속에 올챙이가 엄청 많은 거야. 얘들아, 이것 봐라 올챙이야! 아이들은 꼬물대는 올챙이를 잡겠다고 낑낑 댔지.

  나는 그날 이후 뜰채를 샀고 주말이면 애들을 데리고 올챙이를 잡았어. 개구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올챙이는 많았고 잡는 것도 어렵지 않았어. 아크릴 채집통 안이 새까맣도록 올챙이를 잡아넣었지. 실컷 올챙이를 잡고 놀다가 집에 갈 때가 되면 다시 연못에 올챙이를 풀어 줬어. 우리 애들 뿐만 아니라 올챙이 잡기에 열을 올리는 아이들은 많았어. 단지 연못은 올챙이 성지가 되었지.

  하루는 쩡이(쌍둥이,15년 생)가 개구리도 잡고 싶다고 울상을 하는 거야. 근데 진짜 개구리를 구경하기가 힘들었거든. 내가 비 오는 날 잡을 수 있을까 봐 우비 입고 나가서 찾은 적도 있는데 끝내 그림자도 보지 못했어. 아이가 울상을 하니까 내가 중대한 결심을 하지. 올챙이를 키우자! 올챙이를 키워서 개구리로 만들자! 와이 낫?

  올챙이 두 마리를 데려와서 집에서 키웠어. 어렵지 않더라고. 밥알만 줘도 잘 크대. 물이 좀 흐려지면 갈아주고. 책에서 본 것처럼 뒷다리 먼저 나오고, 앞다리 나오고, 마침내 꼬리 짧아지면서 개구리가 되는 걸 유튜브가 아니라 방구석 1열에서 직관했다는 말씀. 똘똘이 째호(쌍둥이 2호)는  개구리를 보더니 청개구리라고 말했어. 참개구리는 빨판이 없는데 이 개구리는 채집통 벽면에 달라붙었으니 청개구리래. 개구리는 이틀 만에 방생했어. 개구리는 밥알로 키울 수도 없고 채집통 안은 너무 좁으니까. 5월부터 시작된 올챙이 잡기는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 됐어. 나중에는 이웃 아파트로 건너가서 잡기도 했어. 23년 키워드에 올챙이와 개구리는 꼭 들어가야 해.






  아이들이 올챙이 잡기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첨에 좀 놀랬어. 이걸 이렇게나 좋아한다고? 티브이 보는 것보다 핸드폰 하는 것보다 더 재밌다고? 난 왜 이걸 이제 알았을까. 애들아, 강화도로 가자. 거기 가면 연못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경비원 아저씨는 없어. 마당에서 개구리를 발견할지도 몰라.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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