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좀 지루해도 될 텐데

프롤로그

by 빅피쉬

일상이 일상인 척 굴어도 내 몸은 못 속인다. 짬을 내서 스트레칭을 했는데도 어깨는 굳을 대로 굳었다.

사는 게 좀 지루해도 될 텐데.

겨울잠에서 덜 깬 사람처럼 3월을 보내고 4월은 어떤 식으로든 잔인하게 흘러가더니 이제 꽃가루 날리는 5월. 필 것은 피고 터질 것은 터져라.

와라 와라. 그게 내 몫이면 와라 와라.



헤겔의 변증법을 내 멋대로 말하자면
내 안에 어떤 신념이 중심을 잡고 있다가, 삶의 충격이나 경험을 통해 붕괴되고, 거기서 다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 사는 동안 계속해서 밀려오는 파도에 부딪히고 일어나는 내면의 운동이다. 철썩철썩. 내가 틀렸대? 응, 틀렸대. 또 틀렸대? 응, 그렇대. 다시 철썩.
내가 틀렸다는 게 뭐 대수로운 일인가. 잠깐(!) 방황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면 된다. 나를, 내 안의 뜻 하나를 정성껏 세우면 된다. 얼마간 비틀대지 않고 걸을 수 있게 지팡이처럼 단단하고 곧은 마음 하나.

뭐 지금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흔들릴 수밖에.

지금은 그런 시간이다.

와라 와라. 기꺼이 휘청거려 주마.

물 안에서 물 밖에서 마음껏 울음을 토해내야지.

그리고 손을 내밀어야지. 도와달라고 해야지.



사는 게 좀 지루해도 될 텐데.

지루해 질대로 지루해지면 왈츠를 배워볼까.

꾸르륵 물 한 바가지 삼키며 꿈꾼다.

왈츠를 추면 정말 멋질 거야.



나는 운전을 할 것이고 아이는 종합심리검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