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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리 내일도 보자

by 빅피쉬



연미정을 품은 마을, 월곳리
25년7월11일 여름


1년 넘게 봐 온 나무입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태우고 학교에 가는데

집에서 출발해서 5분 정도 운전을 하면

이 나무가 보여요.

집에서 큰 다툼 없이 나온 날이라면

이 나무가 보일 때쯤 내 기분은 절정으로 내달립니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이 고장의 흔한 마을 풍경, 들판과 하늘이

변함없는 배율의 그림액자로

내 눈에 들어오는 시간이거든요.





7월이 되고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죠.

초록이 세상을 뒤덮을 기세로 무성하게

몸을 불리는 계절에

저 나무는 하얗게 빛나고 있었어요.

겨울의 봤던 모습 그대로

수천 년 전 멸종된 공룡뼈처럼 그렇게.



잎이 없어

하나도



얼음같이 차가운 파란색으로

하늘을 꽉 채운 겨울날

회백색 몸통 위로 햇살이 부서지는 모습은

언제봐도 근사했어요.

꺼칠한 나무의 굳은 살에 유리조각이 박힌게 아닐까 감탄했지요.

한 번도 죽음을 보지 못했어요 나는.


죽은 걸까요?

살아온 시간만큼 길게, 아주 천천히

죽어가는 걸까요?


어쩌면 저 나무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같은 모습일지도 몰라요.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는 인간과 비슷한 걸지도 몰라요.


그러니 나는 늘 하던 대로

저 나무를 만나면 웃어야겠습니다.

오늘도 멋진 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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