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일도 보자
1년 넘게 봐 온 나무입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태우고 학교에 가는데
집에서 출발해서 5분 정도 운전을 하면
이 나무가 보여요.
집에서 큰 다툼 없이 나온 날이라면
이 나무가 보일 때쯤 내 기분은 절정으로 내달립니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이 고장의 흔한 마을 풍경, 들판과 하늘이
변함없는 배율의 그림액자로
내 눈에 들어오는 시간이거든요.
7월이 되고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죠.
초록이 세상을 뒤덮을 기세로 무성하게
몸을 불리는 계절에
저 나무는 하얗게 빛나고 있었어요.
겨울의 봤던 모습 그대로
수천 년 전 멸종된 공룡뼈처럼 그렇게.
잎이 없어
하나도
얼음같이 차가운 파란색으로
하늘을 꽉 채운 겨울날
회백색 몸통 위로 햇살이 부서지는 모습은
언제봐도 근사했어요.
꺼칠한 나무의 굳은 살에 유리조각이 박힌게 아닐까 감탄했지요.
한 번도 죽음을 보지 못했어요 나는.
죽은 걸까요?
살아온 시간만큼 길게, 아주 천천히
죽어가는 걸까요?
어쩌면 저 나무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같은 모습일지도 몰라요.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는 인간과 비슷한 걸지도 몰라요.
그러니 나는 늘 하던 대로
저 나무를 만나면 웃어야겠습니다.
오늘도 멋진 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