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아닌 때가 없다
1. 죽은 화분
작년 봄에 사들였고 그해 겨울도 건강하게 잘 버텼는데 올여름 허망하게 죽어버린 로즈마리 화분.
한 번도 로즈마리 꽃을 본 적이 없는데 '잘 키우면' 로즈마리도 꽃을 피운다는 말을 듣는 바람에 일어난 사단이라면 믿으려나.
분명 잘 키우고 있었는데.
실내에서 키워서 꽃이 없었나?
꽃을 보고 싶다는 욕심에 화분을 마당에 내놓았다. 허브는 추위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아는 초짜였다.
장마 지나고 나방 애벌레가 가지 여기저기 잔뜩 붙어있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 뒤늦게.
애벌레를 떼네고 상한 잎을 떼주고 또 해충이 들러붙을까 봐 실내로 들였지만 늦었다. 시들어만 갔다.
죽어버렸다.
흠, 이 화분을 죽은 화분이라고 해야 할지.
빛이 잘 드는 창가에 두었다.
난 좀 무심할 생각이야. 하던 대로 잘 살라고.
2. 또 다른 손님
산에서 캐 온 은방울꽃 심었던 화분.
은방울꽃은 여름 오기 전에 다 시들고 잎도 노래졌는데 그 화분에 손님이 찾아왔다. 내가 뿌린 씨가 아니라서 이름도 모르겠지만 잡초라고 부르기엔 너무 근사하다.
암만 봐도 화분의 주인(공)인 것 같은데?
3. 재주도 많은 것들
세 번 정도 싹둑 가위로 잘라먹었다. 부추 얘기다.
밑동 3센티 남기고 싹둑 잎을 잘라먹어도 잎이 다시 자라났다. 그렇게 세 번은 댕강 자르고 살피지 않았다.
세 번이나 잘라먹고 물도 안 주면 죽을 줄 알았는데
꽃이 피었다.
재주도 좋은 것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제 몸을 불리는데 왜 탐욕스럽지가 않을까 너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