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참외
우리 집 마당 옆에 밭이 붙어 있다.
무슨 밭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게 철 따라 여러 작물이 자란다. 오이도 나고 수박도 나고 대파 그리고 지금은 깻잎이 무성하다. 아차, 내 땅은 아니다.
성함도 모르는 할아버지가 이 밭의 주인이신데 위치가 이러하니 우리 집 마당, 내 차 옆에 경운기나 경차를 몰고 오셔서 주차를 하신다. 그 덕에 이것저것 많이 얻어먹었다.
그리고 오늘은 참외를 주셨다.
짜잔, 벌레 먹은 참외.
내가 씻어놔서 이 정도지 애벌레도 여럿 붙어 있었다. 가판에 올려진 과일이었다면 천 원이라고 해도 안 사 먹었겠지. 하지만 할아버지가 주신 건데 안 받을 수가 있나. 할아버지 손수레에 올려진 참외더미는 죄다 저렇게 벌레 먹은 못난이 과일이었다. 그중에 꽤 알이 큰 걸로 골라주셨다. 팔지 못할 걸 내미신 게 아니다.
나는 냉장고에 넣어둔 마른 멸치 한 봉지를 꺼내와 할아버지께 드렸다. 완도에 사시는 부모님이 보내주신 거라고. 늘 받아먹기만 했다고.
할아버지가 활짝 웃는다. 잘 먹을게요.
저도요. 저도 참외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