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잖아요
여름 동안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쓰지 않을
작정입니다. 바쁠 거예요. 여름이잖아요. 에
어컨 옆을 떠나 태양빛에 어깨를 드러내고
끈적한 공기를 마셔야지요. 탐스러운 녹음을
내 피부 아래 저장할 겁니다. 비 오는 날은
빗소리보다 더 요염한 노래를 들을 테지만
당신에게 그 노래를 보내지는 않을 거예요.
게걸스럽게 책을 먹어치울 테지만 당신에게
시를 보내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에게 편지를
쓸 시간은 없고 나는 차라리 정원을 걸을 테니
까요. 그 정원이 당신의 집으로 난 길이라면 그
건 어쩔 수 없겠지요. 당신이 심은 화초가 바람
을 만들고 창에서 삐져나온 빛이 내 귀를 간질
이기라도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 나는 편지
를 쓰는 대신 어쩔 수 없이 문을 두드려야겠지요.
이 계절도 쉼 없이 너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