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힘들까 봐
파도 하나 온다. 쫘르르륵.
다시 물러간다. 쫘르르륵.
밀려오고 빠져나가는 바닷물.
단조롭고 끊김 없는 원시 가락.
바다가 힘들지 않을까?
별 우스운 걱정을 한 적이 있다.
누가 끼니를 굶어가며 발전기라도 돌리고 있다고,
파도를 노동이라고.
그저 파도가 파도를 부르는 건 아닐까?
돌멩이 하나가 동심원을 수없이 만들어내는 것처럼.
오른발을 떼고 나면
-오른발이 한 일을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기어이- 왼발이 제 순서를 알고 움직여 나를 집밖으로 떠밀듯이.
이건 다 헛소리.
너와 얘기를 시작하면 준비한 질문카드가 줄지 않고 무릎까지 찰만큼 질문이 불었다. 파도는 계속 밀려왔고 이따금 멀어지는 것 같아도 줄어드는 건 없었다.
우리는 더 많은 얘기가 필요하다고
일어서는 너를 붙잡고 싶었지만 참았다.
일부러 남기는 까치밥처럼 질문이 또 남았다.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
말을 알아먹게 하라고 추궁하는 사람들은 흔해빠졌으니까.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오해는 차라리 사랑에 가깝다고
설명하려다 입을 다문다.
네가 오해할까 봐.
그 파도 하나 넘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