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진단 2
아니 어쩌면
방향을 잃은 건지도 몰라요
나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나무는 어떨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나는
내 생각만 했어요
흩날리는 봄이 가끔 부담스러웠고
끝 간 데 없이 짙어지는 초록이 무서웠고
가을은 가을은
나는 이제 나무를 봐요
노란 잎이 무성하다가
그 잎이 하나도 남지 않은
은행나무를 만나요
거칠은 손톱 같은 가지를 봐요
다 너 때문이야
다 잃고도 여전히 너인 채로 당당한
너 때문이야
난 초라해
다 너 때문이야
나무는 어떨까 생각해 봤어?
겨울로 가고 싶어
다 얼어붙으라고
이 멍청한 생각들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