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완성하는 이야기

나는 몇 개의 선물을 받은 걸까

by 빅피쉬

1.

"그때 그 친구랑 바닷가에 갔는데. 우리 마을 바닷가가 두 군데가 있거든요. 고기잡이 배가 늘어선 선착장이 있는 바닷가, 그리고 일터가 아니라서 인적이 드문 바닷가. 그 친구랑 거기 왜 갔는지 기억은 안 나요, 오래돼서. 고둥 잡으러 갔었나. 아무튼 갑자기 걔가 그러는 거예요.

야, 우리 옷 벗어 볼래?

미쳤어 갑자기?

아니 그냥, 사람도 없고.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잖아.

너무 어이가 없는 제안이었는데 내가 옷을 벗고 있더라니까요. 하하. 중학생 여자애 둘이 대낮에, 바위가 많은 바닷가에서요. 뭐야, 너무 웃기잖아 하면서. 사람이 올까 봐 급하게, 그 긴장감이라니. 크크.

그게 다예요. 옷을 다 벗은 것도 아니고 팬티, 브라자는 차마 벗지 못했죠. 그리고 금방 또 입었어요. 얼마나 웃었던지. 많이 웃었어요, 우리는."



내 이야기가 끝나자 너는 꿈꾸듯 말했다.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아름답다고?


내 입에서 나온 자음모음 입김덩어리가 구름처럼 뭉쳐져 둥실둥실 떠간다. 네가 후 하고 입김을 불어넣고 구름은 분홍색으로 빛난다. 내 이야기는 네 숨으로 완성된다.





2.

카톡 알림. 나는 그때 40분째 버스를 타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싶어 하는 아이 때문에 종점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답을 했다.

너는 말했다. 그 나이가 지나고 나면 만날 수 없는, 아이가 준 선물이라고.

선물이라니. 사실 나는 짜증이 좀 나있었다. 남편은 주말인데 일이 생겨서 회사에 나갔고, 나는 아이 셋을 데리고 버스를 타겠다고 자가용을 두고 정거장에서 한참 버스를 기다렸고, 뭘 타야 할지 몰라 결국 읍내터미널에 가서 배차표를 열심히 들여다봤다. 출발시각이 얼마 남지 않아야하고, 너무 멀리 가는 노선은 아니고, 타고갔다가 다시 순환해서 돌아올 수 버스를 찾아서. 그렇게 고르고 고른 버스를 타고 나는 열심히 졸았다. 기사님이 내리세요 할때까지. 아, 저는 다시 돌아가려구요. 아이가 버스 타고 싶대서 탄거거든요. 기사님은 웃으며 다음에는 2번이나 3번을 타라고 하셨다. 강화도를 한바퀴 도는 순환 버스라고. 내가 탄 버스는 논스톱 순환버스는 아니었던것. 하지만 터미널까지 다시 돌아가긴 할거라고 하셨다. 요금을 한 번 더 낼까요? 내가 물으니 기사님은 안내도 된다고 하셨다. 그때 내게 온 카톡. 오늘이 선물이라는 알림. 난 몰랐는데. 선물을 받고도 몰랐는데.

버스를 타고 다시 읍내로 돌아와 예정에 없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누구도 화내지 않는 그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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