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소포/김승희
한사람이 걸어간다
몹시 가난한 사람인가보다
겨울 추위에도 입을 옷이 없어
넝마 위에 푸대 종이를 걸쳐 입었다
무엇을 담았던 푸대였을까
푸대 종이 걸친 등짝에 이런 글자가 인쇄되어 있다
‘이 물건은 연약하니
함부로 취급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당신은 내 앞에 놓여 있다
소포로 배달된 달걀꾸러미처럼
갈비뼈와 갈비뼈 마주치며
한사람은 한사람을 처음인 듯 전율한다
달걀을 깨뜨렸다.
조심하지 않고선.
누군가 질책한다.
맞아, 조심했어야지.
함부로 다루어선 안 된다, 달걀은.
분명 알고 있었는데 까먹지 말아야겠다.
부서진 달걀에겐
죄가 없다,
달걀에겐 죄가 없다.
까먹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