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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Mar 07. 2020

경고문

#김승희 달걀 소포

   


달걀 소포/김승희    


 

한사람이 걸어간다

몹시 가난한 사람인가보다

겨울 추위에도 입을 옷이 없어

넝마 위에 대 종이를 걸쳐 입었다  

   

무엇을 담았던 푸대였을까

푸대 종이 걸친 등짝에 이런 글자가 인쇄되어 있

‘이 물건은 연약하니

함부로 취급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당신은 내 앞에 놓여 있다

소포로 배달된 달걀꾸러미처럼

갈비뼈와 갈비뼈 마주치며

한사람은 한사람을 처음인 듯 전율한다      




달걀을 깨뜨렸다.

조심하지 않고선.

누군가 질책한다.

맞아, 조심했어야지.

함부로 다루어선 안 된다, 달걀은.

분명 알고 있었는데 까먹지 말아야겠다.

부서진 달걀에겐

죄가 없다,

달걀에겐 죄가 없다.

까먹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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