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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낙서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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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Sep 10. 2020

낙서의 시작

별안간 올리는 <낙서 주의> 서문

   

글을 쓰는 시간만이 진짜 나인 것 같았을 때 브런치를 시작했다. 정말 앉아서 몇 시간씩 글을 쓰는 게 가능할까 싶은 시절이었는데 그 시간이 주는 해방감이 벅차서 어떻게든 글을 쓰려고 부지런을 떨고 생활리듬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장난감이 점령한 거실을 하루쯤 못 본척하고 카페로 달려가 노트북을 켰다. 그런 날이면 칭찬을 기대하는 아이처럼 친구 녀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출근했어.      


그랬는데에

내 맘처럼 되지 않는 육아에 지쳐 우는 일이 차츰 사라지더니 출근에 대한 간절함도 줄었다. 글을 쓰지 않아도 살만했다. 정작 나는 빠져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일상에 대한 불만은 드문드문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살림하는 내가 부끄럽지 않았다. 글을 쓰지 않는 나도 가짜는 아니구나 받아들이게 됐다.          


나는 여전히 작가였다. 글을 쓰는 것으로만 해소할 수 있는 갈증을 품고 사는 사람. 한 번씩 마음 안에 들어와 고이는 문장을 만났다. 문장은 마음 한가운데 자리를 틀고 앉아 내가 쓸 때까지 말을 걸어왔다. 출근을 하지 않고 그 문장을 붙잡기 위해 노트북이 아니라 휴대폰을 열고 앉은자리에서 글을 써 내려갔다. 짬이 날 때 저장해놓고 늦은 밤에 완성해서 퇴고도 없이 브런치에 발행했다.      


나의 낙서는 그렇게 시작됐다.

별다른 구상 없이 어느 날의 일기처럼 기록된, 말 그대로 단상이다. 책상에 각 잡고 앉아서  글도 아닌 데다 글밥도 적다 보니 낙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읽고 웃어주면 좋겠다 작은(?) 욕심으로 시작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욕심은 결국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고 싶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큰 욕심이었다.     


네, 나는 당신의 마음을 사고 싶어요.

내 낙서가 당신 마음에 흔적을 남겼으면 좋겠어요. 쿵, 하고 소리 나게 찍힌 흔적. 상대를 얕봤다가 당하는 일격처럼 내 시시한 낙서가 훅 당신에게 가닿으면 좋겠어요.

혹시 정말 그럴 수도 있으니 낙서 주의하세요. ^^     




-2020년 9월 10일 주인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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