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둔감화라는 불안 다루기법
1920년에 출판된 한 논문은 심리학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너무 심한 공포와 불안으로 일상생활에 주장을 주면 우리는 불안장애라고 하는데, 이 증상을 존 왓슨(John Watson)이라는 심리학자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죠. 심리학 개론 교재에도 나오는 역사적인 실험 ’어린 알버트 실험(Little Albert Experiment)‘입니다.
알버트는 11개월의 아기였습니다. 아직 세상경험은 백지에 가까운 상태였겠죠. 실험자는 이 아기를 하얀 쥐와 놀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쥐를 만지려고 할 때마다 소음을 발생시켜 놀래 켰죠. 이 절차를 반복하다 보니, 알버트는 이전까지 편안하게 대하던 쥐를 무서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버트는 쥐 뿐 아니라 쥐와 유사하게 생긴 대상도 피했습니다. 예를 들면 털뭉치 같은 것 말이죠. 우리가 별 느낌을 느끼지 않는 자극을 접할 때, 다른 원인에 의해 불쾌함을 느꼈다면 그 자극, 그리고 비슷한 자극도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이 현상은 인간 뿐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공통적입니다. 불안이 몸에 새겨지는 것이죠.
이 공포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이 메리 존스(Mary Jones)입니다. 흰 토끼에 대한 공포증이 있던 피터라는 아이를 데리고 말이죠. 처음에는 피터와 먼 곳에 흰 토끼를 두고, 아이가 좋아하는 사탕을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유쾌한 느낌이 들었겠죠?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더 가까운 곳에 토끼를 두고, 아이에게 음식을 주기를 반복했습니다. 나중에는 아이가 울지 않고 토끼를 만질 수 있게 되었죠. 이게 편안이 몸에 새겨지는 과정입니다.
불안이란 몸에 새겨지는 것입니다. 원래는 나에게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았던 사물이 다른 공포대상과 같이 나타나고, 이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나면 괜찮던 존재도 두려움이 대상이 됩니다.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으시죠? 좋은 추억이 있었던 장소와 비슷한 곳에 가면 갑자기 설레죠. 나를 괴롭혔던 급우와 생김새가 닮은 친구를 보면 괜히 움츠러듭니다. 그 사람이나 장소는 나와 무관한데,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겁니다. 심장이 뛰고 근육이 경직되요.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전에 이미 정서가 그 사람을 지배하게 되죠.
불안감 때문에 고생하는 친구들을 상담실에서 보게 됩니다. 그들은 ’용기를 가져!‘, ’무조건 버텨!‘라는 말을 많이 들었답니다. 그게 뜻대로 되었으면 왜 이렇게 지내겠냐며 주변인들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제 글을 쭉 읽어왔다면 지금쯤 깨달으셨겠지만, 심리학자들은 정신력으로 안될 일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공포와 불안처럼 몸에 새겨지는 정서는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게 아닙니다.
불안 치료는 편안을 몸에 새기는 과정입니다. 여러분이 불안해 하는 대상을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면 남들 앞에 서서 발표하는 게 너무 무서울 수 있겠죠. 발표하는 상황은 다양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정도가 더한 경우와 덜한 경우가 있을 겁니다. 자신있는 과목을 발표할 때, 청중이 적을 때 좀 공포의 정도가 적겠죠? 발표를 실제로 할 때마다 그 장면을 상상할 때 더 견딜만 할 겁니다.
그럼 이걸 무서운 순서대로 점수를 매겨 봅니다. 자신있는 과목을 발표하는걸 상상하는 걸 1로, 많은 청중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10으로 놓을 수 있겠죠. 종이에 이 목록을 작성해 둡니다.
그러면 일단 가장 점수가 낮은 ’상상하기‘부터 해 보는 겁니다.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심호흡을 하거나 근육을 이완시킵니다. 이를 불안의 정도가 줄어들 때까지 거듭 연습합니다. 익숙해지면 목록에 적힌 순서대로 난이도를 높여 가구요. 이것이 불안정서 해결의 기본인 ’체계적 둔감화‘라는 치료 방법입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불안정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지 않고 바로 강렬한 자극에 도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두려움을 정신력으로 이겨낸다는 건 만화에나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불안치료의 절차, 간단해 보이죠? 그러나 체계적 둔감화는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목록 작성하기, 근육 이완시키기, 명상하기 등 모두가 전문가에게 배워야 하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건 치료원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면 학교상담실을 찾아가 보세요. 너무 절망하지 마시구요.
이 절에 옛날 심리학 실험이나 체계적 둔감화 등을 설명하고자 했던 건 불안정서의 원리를 가르쳐 주고 싶어서입니다. 불안이라는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에 관한 경고신호입니다. 어린 알버트가 소음 때문에 쥐를 무서워했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대상이 위협을 주었다면 다음에는 그걸 피해라‘라는 경보 시스템을 그 아이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장치의 도움으로 인간, 아니 더 나아가 모든 동물들은 일생 동안 여러 위험한 장소와 대상에 관한 교훈을 배워가며 목숨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