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신질환이 무엇인가요?

정신병리의 기준

by 상담군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정도가 되면 학교상담실이나 상담센터보다는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인간이 그렇게 되는 여러 가지 증세가 있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울, 불안,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에 휘둘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때가 그렇죠. 우울감정이 너무 심하면 자기 방에서 오랫동안 나오지도 못해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깁니다. 주사기, 벌레 등 특정 사물이나 사람이 많은 광장, 엘리베이터 같은 협소한 공간 등이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보거나 듣는 환각증세, 일어나지 않는 일을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망상 증세가 있으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해 혼란에 빠집니다. 바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심각하지기 전에 막을 수 있지만, 계속 방치하면 사실이 아닌 걸 믿게 되어 일상이 파괴됩니다.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적게 잘 때, 감당할 수 없이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문제가 되겠죠. 특히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끼니를 절제하거나 섭취한 후 바로 토해버리는 습관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걸 거식증이라고 합니다. 영양실조가 올 만큼 비쩍 말라도 본인은 몸집이 비대하다는 느낌에 시달립니다. 병원에서 아무리 조사해 봐도 신체적 문제가 없는데 통증이나 마비를 겪는 증상도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건 정신을 담는 그릇인 뇌에 직접 손상이 생기는 겁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뇌의 특정 부위를 다치면 기억이나 생각, 자기조절 능력이 말 그대로 사라집니다. 다른 물리화학적 손상 증세로 몸이 점점 마비되는 파킨슨병, 그리고 기억력과 자기조절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치매가 있죠. 특히 치매는 많은 노인들이 겪는 병이라서 국가에서 ’치매 국가 책임제‘ 같은 제도를 따로 만들기도 했어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런 증상으로 고통받은 적이 있나요? 아마 심하지 않은 수준에서는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일 겁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심리적 증상을 ’연속선‘ 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합니다. 우울증세를 예로 들어볼까요? 왼쪽 끝에는 완전히 아무 증세도 없는 상태, 끝은 극단적으로 심각한 상태라고 해 보죠. 그러면 모든 사람들은 이 우울 정서의 크기에 따라 이 선의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살면서 우울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통계적 기준으로는 100명 중 증상이 심하기로 상위 2명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심리적 증상이 상위 2%안에 든다면 질병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죠. 심리적 질환에는 항상 주관적 고통과 불편의 존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프다고 느끼는 것이죠.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보거나 소리를 듣는다면 일상에 혼란이 옵니다. 자꾸 화가 나면 주변 사람들 뿐 아니라 본인도 기분이 좋지 않아 힘듭니다. 집중이 잘 안 되고, 기억이 안 나면 일상생활의 불편을 느끼게 됩니다.


심리적 질환의 특징 중 사회적응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섞여들어 자연스럽게 살아나가기 위해 감정, 기억, 문제해결 등의 정신적 기술을 사용합니다. 만일 이것들이 손상되면 직장이나 학교에서 주어진 과제에 실패하거나 인간관계 갈등을 일으킬 겁니다. 사회에 융화되어 살아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반복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정신질환의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법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지켜야 할 문화적 기준이라는게 있지요? 예를 들어 손윗사람에게 반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거요. 여기서 벗어나는 것도 정신질환의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문화는 상대적이라 한 문화권에서 금지된 것이 다른 문화권에서 허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이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안되겠죠.


정리하면, 이런 특징이 어느정도 심각하게 갖춰지면 우리는 정신질환으로 의심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상과 정상을 정확하게 가르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아요. 질병의 이름을 정하고, 전문적 진단을 하는 이유는 누구를 낙인찍고 왕따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셨다면 ’정신병자‘라는 비하적 의미의 말을 쓰지 않으시길 바래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상은 생각보다 너그러운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