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심리학이 행복을 연구하는 방법
‘행복이 무엇일까요?’ 너무 심오한 질문이지요? 최고의 철학자들이 수 천년을 고민한 문제에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의 지면에서 본질에 관한 논의를 깊게 다루지는 않을 거에요. 행복을 굳이 이론적인 차원에서 성찰하지 않아도 누구나 자기만의 기준은 가지고 있으니까요. ‘여러분의 행복은 몇 점이세요?’ 라는 질문 하나만으로 각자가 느끼는 바를 숫자로 환산할 수 있어요.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이 점수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는지 알면 행복의 원리도 알 수 있게 되죠.
무엇이 갖춰지면 인간은 행복할까요? 돈, 명예, 건강 등. 사람들의 대답은 보통 비슷해요. 그런데 아까 만든 행복 점수를 가지고 한 연구 결과는 달랐어요. 우리들의 예상과 달리 돈이 많거나 몸이 아프지 않다고 해서 더 행복한 것은 아니었던 거에요.
그래서 심리학자 에드 다이너(Ed Diener)는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 주관적 안녕감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어요. 쉽게 풀이하면 ‘자기가 스스로 느끼는 행복감’이라는 뜻이에요. 간접적인 방법으로 행복감을 판단하면 틀릴 수 있으니, 아까 제 질문처럼 ‘얼마나 행복하십니까’라고 묻는 거에요. 이 ‘인지적(생각된) 행복감’에 더해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얼마나 느끼는지를 합산한 것이 주관적 안녕감이에요. 지금은 행복을 잴 때 이 개념을 가장 많이 쓰고 있어요.
그러면 주관적 안녕감을 가지고 쟀을 때 누가 가장 행복할까요?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결혼한 사람이 행복합니다. 보통은 그렇지만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은 결혼을 안 한 사람보다 덜 행복합니다. 그리고 왕성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성격이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행복하겠죠. 주관적 안녕감 연구에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그 밖에도 즐기는 여가활동이 있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우리가 보통 로또 당첨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취직도 안되고, 직업이 있어도 월급을 너무 조금 주니까 로또를 사는 것만이 길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기도 하죠. 통념상 돈이 아주 많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생계유지가 고민일 정도로 가난한 사람에게만 재산의 양이 행복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들은 돈이 생기면 의식주의 결핍이 해결되니까요. 일단 생계 걱정이 없을 정도의 재산을 가지게 되면 부자나 중류층이나 행복의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사람마다 타고난 행복 수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설정점 이론‘이 이라고 해요. 이 수준이 높으면 늘상 행복하고, 반대의 경우 언제나 불행해요. 가끔씩 취직, 결혼, 승진 등 경사나 해고, 사별 등 애사가 있으면 일시적으로 행복의 크기가 변하긴 하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스프링처럼 초기 설정점의 행복수준으로 돌아간다는 거에요. 이러니 돈, 명예, 지위 등 모든 걸 가진 사람들도 행복의 설정점이 낮으면 항상 불행을 호소해요. 종종 연예인이나 기업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있죠. 성공으로 얻어낸 행복의 유효기간이 짧았으니까요.
결론은 이래요. 인간은 타고난 행복 수준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외부적 요인과 개인적 노력으로 이를 조금 더 높이거나 낮출 수도 있지요. 특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문장은 행복 이론에서는 절대적 진리에요. 좋은 친구를 사귀고,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게 행복의 왕도죠. 돈을 많이 벌고 명예와 지위를 얻는 건 좋아요. 지금 없는 행복이 그렇다고 갑자기 생기진 않는다는 게 주관적 안녕감 이론의 교훈이죠. 다른 건 몰라도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그런 허상을 좇을 필요는 없겠죠.
이번 절에 이렇게 행복과 관련된 여러 연구들을 나열한 이유는 여러분이 가지고 있을 행복에 관한 오해를 교정해주기 위해서였어요. ’최신 심리학이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는가?‘는 중요한 지식이니까 소개한 면도 있구요. 그러면 여기서부터는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조금 더 실질적인 이야기를 시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