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깊고 강렬한 슬픔, 우울

우울이라는 감정 이해하기

by 상담군


인간의 대표적인 부정적 정서를 꼽으라면 우울, 불안, 분노의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최대한 많이 찾아보기로 하면 질투나 시기, 걱정, 창피, 짜증, 허전함 등 수십 가지 단어를 꺼낼 수 있겠죠. 이들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국 우울, 분노, 불안이라는 대표적 정서 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대상이나 상황, 그 깊이, 혹은 모호함의 정도에 따라서 단어를 다르게 쓰는 거죠. 심리학자들도 이 세 가지 부정적 정서를 주로 연구합니다.


’우울‘이라는 단어는 책이나 미디어에서 많이 볼 수 있죠.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는 단어는 맞아요. 그러나 익숙한 감정은 아니죠. 한번 눈을 감고 우울감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보세요. 아마 잘 파악되지는 않을 거에요. 현실에서 체험하기는 어려운 정서니까요.


’우울‘과 가장 비슷한 정서는 ’슬픔‘이에요. 슬픔을 느끼는 상황은? 누군가와의 이별이죠. 이사나 전학을 가거나, 사이가 나빠져 인간관계를 끊게 되거나, 죽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갈라지게 되는 경우 인간은 슬픔을 느낍니다. 친한 사람을 잃는 거죠. 그래서 이를 ’상실‘이라고 합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슬픔은 상실이 가져다주는 감정이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생에서 작은 상실은 무수히 많이 느낍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신나게 놀다가 작별하면 그 순간에 많이 서운하죠. 어린아이들은 삼촌이나 이모가 하루종일 놀아주고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펑펑 울기도 하죠. 연인이 입대를 하거나 해외 유학을 가서 일 년 넘게 못 보게 되는 경우를 상상해 보세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기차를 따라 뛰어가며 손수건을 흔들며 눈물 흘리는 장면이 바로 이미지로 떠오르시죠? 이런 모든 것들이 다 상실입니다.


가장 강렬한 상실의 경험은 사별입니다. 부모나 자식, 친구가 죽어서 영원히 못 보게 되는 거죠. 이때 인간은 강한 슬픔, 즉 우울감을 느낍니다. 몇 주 동안 계속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떠나간 사람을 자꾸 떠올립니다. 너무너무 고통스럽지죠. 우울감의 느낌은 직접적으로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간접적인 징후로 말할 수 있을 뿐이에요.


지속으로 슬픈 감정을 느낍니다. 자주 울게 되구요. 평소에 재미있어 하던 일에 관심과 흥미가 줄어듭니다. 밥을 잘 못 먹거나 폭식합니다. 잠도 거의 못 자거나 하루 종일 자요. 기력이 약해져 곁에서 보기에 힘이 없어 보입니다. 자기 자신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 생각도 합니다. 중요한 사람을 사별하면 이런 상태를 몇 주 정도 경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런데 이 증상들이 너무 오래 지속되거나, 상실의 경험 없이도 나타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저는 우울을 불행에 가장 가까운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과장해서 말하면 우울증은 불행의 병이에요. 가장 무서운 건 이 병을 앓는 동안 인생의 재미가 사라진다는 거에요. 독서도, 게임도, 운동도 더 이상 즐거움을 주지 않는 거죠. 음식도 맛이 없고, 잠도 편히 못 잡니다. 마음의 통증인데, 주변 누구에게 표현하기도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불안이나 분노처럼 느낌 자체가 선명하지도 않아요.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은 우울증을 ’검은 개‘라고 말했습니다.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음침하고 무서운 존재라는 뜻이죠. 이런 비유를 쓸 정도로 우울감은 겪지 않는 사람에게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우울감은 상실경험으로 인해 촉발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고통스러운 경험이 누적되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학대나 폭력의 피해자가 우울증을 앓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른 부정적 감정인 분노, 불안이 잘 해소되지 않고 계속 쌓여도 우울감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이 정서는 심리적 고통의 종착지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증세로 상담실을 방문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중 우울증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심각한 친구들은 병원에 보냅니다. 약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사람들의 염려와 달리 우울증 약은 의존성, 금단증상, 부작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한번 치료를 받고 나면 투약을 중단한 후에도 효과를 이어나갈 수 있어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의 우울감의 경우엔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상담을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정서는 상담선생님과 함께 노력을 해서 줄일 수 있거든요. 그 내용은 다음 절에서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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