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발생과정
아까 우울감은 상실로 인해 촉발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깊고 강하며 오래가는 슬픔이라고 했죠. 왜 우울감은 오래 우리들의 마음을 지배할까요? 왜냐하면 우울감은 일단 그 사람의 내면에 자리잡게 되면 생각의 회로를 지배하여 계속 심리적 통증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험한 말을 하게 하거나 절망을 안겨줍니다.
세상 일이 뜻대로 안되면 ’난 쓸모없는 사람이야.‘, ’난 아무것도 못해‘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돕니다. 저도 종종 그래요. 그런데 주변에 항상 슬퍼 보이고 풀이 죽은 것 같은 친구들을 보면 위와 같은 생각을 어쩌다 한 번씩이 아니라 매일같이 합니다. 유난히 자신감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시도해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옆에서 관찰하면 너무너무 답답합니다. (이런 학생들이 진로상담을 하고 싶다며 찾아와서 자신은 무능하고 미래가 걱정된다고 합니다. 왜 진로상담보다 심리상담이 우선인지 아시겠죠?)
그런데 더 마음 아픈 건 이 학생들이 능력이 없어서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 우울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는 완벽주의가 한 몫을 합니다. 100점을 맞아야 의미가 있는 성취라고 느끼는 겁니다. 자기 자신에게 ’그 정도로는 안돼, 더 잘해야 해!‘라고 계속 채찍질을 하다가 지쳐버린 셈이죠. 마음 안에 잘 하든 잘 못 하든 혼만 내는 무서운 교관이 자리잡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매사가 다 스트레스가 되고 절망감이 마음을 지배해서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되죠.
정신과 의사 아론 벡(Arun Beck)은 우울증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 타인, 미래에 관해 부정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무능하고 못난 사람으로 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해를 끼칠 거라 여기고, 미래가 지금보다 너 나빠질 거라고 예상하는 겁니다. 어때요? 이렇게 생각하면 어떤 상황이든 심리적으로 고통스럽겠죠. 특히 이 관점은 희망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가장 무섭습니다.
완벽주의를 가지고 있거나 자신, 타인,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면 절망합니다. 마음의 통증이 만성화됩니다. 우울감이 커지죠. 그러면 더 이상 자기계발에 매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방치하게 되요. 능력이 줄어들고, 줄어든 만큼 절망감은 커져갑니다. 우울 증상인 무기력감, 흥미의 저하, 식욕과 수면의 문제가 겹치면서 일상이 관리가 안 되고 자연스럽게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잃어갑니다. 그러면 우울 정서가 더 강렬해지겠죠. 악순환이에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심리치료 기법이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입니다. 인지는 생각이란 뜻이에요. 3장에서 심리치료 중에 생각에 변화를 준다는 얘기를 했었죠? 그거랑 유사합니다. 완벽주의를 가진 내담자에게 묻는 겁니다. 오직 100점짜리만 의미가 있고 90점까지는 무가치한 거냐고 말이죠. 타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친구에게는 정말 모든 사람이 너를 싫어하는 게 맞는지 확인해 보라고 합니다. 물론 이런 기법을 사용하기 전에 인간의 우울감이 지속되는 이유는 부정적 내적 대화라는 걸 사전교육을 하죠.
생각이 바뀌면 정서가 바뀝니다. 스스로에게 절망만 안겨주던 내적 대화의 방식을 고치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희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온 세상이 자신을 외면한다는 생각에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던 몇몇 친구를 떠올리게 됩니다. 본인의 긍정적 면을 발견하고, 인간관계를 다시 만들어 나가면 미래도 더 환해 보입니다. 우울증상이 줄어들면 공부와 일의 능률이 올라가고, 이를 토대로 삶을 밝게 바꿀 에너지를 얻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과거에는 겸손을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해서 자기 자신을 될 수 있는 대로 깎아내리도록 교육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른들에게 “할 꺼면 제대로 하고, 안할 꺼면 아예 손도 대지 말라”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그분들이 가지고 있었던 완벽주의였습니다. 험한 말을 들으면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산다고 믿는 분들은 자기 자녀들이 잘 해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괜스레 상처를 주기도 했었죠. 심리학과 교육학의 성과로 지금은 ’따끔한 말‘보다 격려나 지지가 동기부여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규명되었죠. 그러니까 할 수 있는 최대한 여러분 스스로에게 힘이 되는 말, 자신감을 주는 말을 해 주세요. 그런 내적 대화가 우울감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더불어, 우울감 해결의 보약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첫째, 햇빛입니다. 햇볕을 많이 쬐면 마음도 밝아집니다. 해가 짧아지는 겨울이 되거나 비가 오면 우울해지는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둘째, 운동입니다. 몸을 많이 움직이면 우울증을 예방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생성됩니다. 셋째, 인간관계입니다. 가족과 친구들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세요. 이 세 가지 방법은 우울감을 간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