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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ul 05. 2023

내년에도 달라질 나를 위한 촛불

인터뷰어 경청 / 포토그래퍼 필재



* 수현 과의 인터뷰입니다.





 첫학기의 롤링페이퍼

나는 생일이 3월 16일인데, 그때는 학기가 막 시작되는 시기이다 보니까 평생 생일을 애매하게 축하받았어. 고등학교 입학할 때는 중학교 친구들이 없는 학교로 가서 내 생일인 거 한 명만이 알고, 되게 외로웠던 생일을 보낸 게 기억 나. 근데 이번 학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내가 수업시간에 스스로 롤링페이퍼를 돌렸어. 기대한 것보다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써줘서 순식간에 노트 양면을 채웠거든. 수업 끝날 때쯤엔 중간에서 멈췄겠지 싶었는데 그게 계속 돌고 있었어. 결국에 한 20명 정도가 내 생일 롤링페이퍼를 써줬었지. 그 롤링페이퍼는 코팅해서 기숙사에다가 붙여 놓고 힘들 때마다 봤어. 과대 일이 쉽지만은 않을 때마다 보면서 그래도 나는 복 받은 사람이지, 이렇게 생각하고 위로 받고 그랬어.





동기들의 조언

 마지막 편입 세대로써 큰 장점으로 느꼈던 게 동기들끼리 나이대가 되게 다양하다는 점이었어. 우리 과 제일 어린 동생이랑 제일 나이 많은 언니가 11살 차이가 나고 그만큼 살아온 환경도 다양해. 특히 회사 생활을 하시다가 온 분들도 계시는데, 이 사람들은 나보다 긴 인생을 더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잖아.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들을 그런 조언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





 어떤 조언들이 기억에 남아?

 미래의 회사 생활에 대한 막연한 걱정은 누구나 가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려울까 하는 생각은 난 잘 안 했었거든. 근데 과 언니가 얘기해주기를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가 같은 팀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생긴대. 처음에는 당연히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죄책감을 가진다면 버티기가 어렵다는 거야. 살짝은 뻔뻔해져야 된대.

 내가 겪어보지 않고도 언니들이 먼저 걸어온 길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던 거잖아. 운동이나 독서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들었어. 나중에 가면 체력 때문에 힘든 일이 많아지니까, 수현아 언니랑 같이 뛰자, 이런 말을 해주기도 하더라고.





 이번 학기를 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전약제가 정말 기억에 남아. 전약제는 37개의 약대에서 오는 전국 약대생 축제야. 이건 진짜 피트 준비생들한테는 꿈이거든. 게다가 이번 전약제는 내가 자란 군산에서 열렸어. 가서 해가 지고 나면 다들 디오스코리데스 선서라는 걸 해. 의대생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듯이, 약학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약대생들이 가지고 살면 좋을 자세들을 읊어. 작년까지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쓰고 가짜 촛불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나는 실제 촛불에 종이컵 씌우고 했거든. 편입 준비할 때 브이로그로 전약제를 접하면서 부러워했던 게 엊그제 같고, 딱 1년 전 4월 5일엔 정말 힘들었는데 그동안 고생해 온 게 헛되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했어. 벅차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정말 벅찼어.





 합격하고 나서 가족들의 반응이 기억 나?

 엄마의 반응이 너무 인상적이었어. 난 엄마한테 합격자 발표하는 날을 속였거든. 떨어질까봐도 있었고 엄마가 그날 계속 발표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까 봐 부담스러워서도 있었어. 실제 발표날보다 일주일을 늦춰서 얘기했어. 그리고나서 합격 여부를 나 혼자서 봤는데 붙은 거야. 학교에서 집 가는데 3시간이 걸리는데, 합격증을 프린트해서 기차표도 바로 끊었어. 집에 들어가서는 합격증을 말없이 보여줬지. 난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시는 걸 태어나서 처음 봤어. 바로 친구분들한테 전화 돌리시고, 서프라이즈 성공이었지. 그때가 12월 21일이었는데 엄마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대. 나는 한 학기를 이미 다녔는데 엄마 카톡 프로필 사진은 아직도 내 합격증이야.












인터뷰어 경청 / 포토그래퍼 필재

2023.06.24 수현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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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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