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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ul 26. 2023

반복으로부터의 단단함에 대하여

인터뷰어 랑 / 포토그래퍼 풀잎


* 박문수 셔틀버스 기사 과의 인터뷰입니다.





            일상


    20년째, 2004년도 3월 1일부터 오늘까지 계속 셔틀버스를 운전하고 있어요. 내가 이 업을 50대 중반에 시작했다 보니까 지금은 70대 중반입니다. 방학 기간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전반이, 1시부터 7시까지는 오후반이 나눠서 해요. 학기 중에는 밤 11시까지 운영을 하니 2시간씩 더해서 8시간씩 근무하고. 종점에서 출발해서 16분 내지 17분 정도면 다시 들어오는데, 배차 주기는 30분이라 내려서 휴식할 시간은 안 돼. 그래가지고 계속 차 내에 있어야 하니 지루하기도 해요. 그래도 학생들이 많이 이용할 때는 시간이 잘 가. 인사도 주고받고, 타고 내리고 하는 상황들을 주시하고 신경 써야 하니까.



    오랜 기간 동안 많은 학생들이 내가 일하는 가운데 이용을 했을 거 아닙니까? 기억을 둔 학생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가 다 컸는데도 학교에 왔다가 “기사님, 아직까지 이렇게 일을 하시네요”, 그러면서 먼저 반갑게 인사해요. 한 학생은 원주에서 교편을 잡고 박사 과정 수업 들으러 왔다 갔다 하는데, 올 때마다 날 찾아서 인사하고 그래요. 개인적으로 만나가지고 식사도 한두 번 하고 그랬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서로 인간관계가 된다는 것이 여기서 일하는 하나의 보람이죠. 그런 게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옛날


   젊을 때 군대 생활을 오래 했어요. 스물다섯에 육군 소위로 임관해서 40대 초반에 소령으로 제대를 하고, 그 뒤로도 예비군 중대장을 7년쯤 했지. 20년 넘도록 군에 있다가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마침 국가적으로 많이 어려웠을 때야. IMF 때여서 사업을 접고 어렵게 생활을 하다 여기 셔틀버스 사장하고 인연이 닿아서 오게 됐죠.



장교에 뜻이 있으셨나요?


    그건 아니고, 원래는 스물하나 때 부산에 교육대학을 다녔어요. 그때는 교육대학이 2년제였어. 2학년이 회장이고 1학년에서 부회장이 나오고 했는데, 나름대로 리더 역할을 하고 싶어가지고 1학년 때 부회장을 맡았지. 그러다 10월 유신 반대 데모가 일어났어. 부회장 직함이 있다 보니까 데모에 핵심 역할을 해서 주동 멤버로 지명수배가 돼버렸지. 70년대 당시에는 교육대학 나오면은 군을 필한 걸로 인정됐는데 쫓기는 몸이 되면서 졸업을 못 한 거야. 그래서 군대에 가야 했는데, 갈 바에야 사병 말고 장교로 가자 해서 육군3사관학교를 가게 됐지.



    장교 생활을 하면서 팔도를 다 다녔어요. 스물셋에 고향을 떠나가지고 지금까지 객지 생활을 한 거나 마찬가지야. 가족이랑 다 같이 이사를 자그마치 12번인가 13번을 했어요, 정착하기 이전까지는. 우리 집사람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도 초등학교를 몇 군데 옮겨가면서 졸업을 하고 그랬지. 군인 가족이라는 것이 그런 단점이 많아요.




 



            가족


   부산 교육대학을 다닐 때 전라남도 광주로 농활을 가게 됐는데, 고속버스 안에서 아내를 만나게 됐어요. 동갑내기라 대화 나누고 연락을 하자는 식으로 지내오다가, 내가 전방에서 근무할 때 면회를 왔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우리 집사람은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그 강원도 화천까지 왔던 것 같아. 그렇게 만나서 인연이 됐지. 나는 부산 사람이고 아내 되는 사람은 광주다 보니까 결혼할 때 반대도 많이 했어요. 경상도하고 전라도가 만난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을 때야. 부모님께서 반대를 해도 내가 좋으면 좋다는 식의 고집이랄까 그런 게 있어서, 그런 연유로 만나게 된 거죠.



    요즘은 손주 커가는 모습이 낙이야.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데 딸, 아들 키울 때보다도 손주가 그리 좋대. 그 녀석이 태어나면서부터 우리 집에서 생활을 쭉 해왔다 보니까 더 애착이 가고 그러더라고. 이제는 따로 살고 있어서 주말에 만나서 식사도 하며 같이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변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은, 나 같은 경우는 군에서 일관된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어가지고 그때의 연장 선상에서 생활을 해요. 성격도 내성적이라고 그럴까, 외향적이지 못한 그런 점은 있습니다. 나이도 있으니까 진부한 형태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본래 성격이 변화스럽고 다양성을 가지는 거하고는 안 맞아. 그래서 이 직장도 오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남들처럼 저런 역동적인 모습으로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질 때도 있죠. 그렇지만 타고날 때부터 천성이고 습관이기 때문에 쉽게 안 변하더라고. 그런 점이 있습니다.







하고 싶거나 바라시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하고 싶은 것은 기타를 배우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친구들하고 음악적으로 어울렸던 추억이 있어서 배우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나 공간적으로 실행이 잘 안되더라고. 그래서 기회가 주어진다면은 기타를 한번 배워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바라는 것은, 크게 변화되고 요동치는 행동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까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사항들은 없어.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지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또 나쁜 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그런 주관입니다.






인터뷰어 랑 / 포토그래퍼 풀잎

2023.07.26 박문수 셔틀버스 기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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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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