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숩 / 포토 구름
* 민서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얼마 전에 글과 말이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읽을 때 어쨌든 대화를 듣는 것처럼 들리니까. 글이 말을 닮았다는 생각? 근데 글을 쓸 때는 말을 떠올리는데, 말을 할 때 글을 떠올리진 않으니까 말이 조금 더 포괄적인 느낌이긴 해.
그럼 너는 글 쓰는 것과 말하는 것 중에
뭐가 더 좋아?
난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글은 뭔가 내 생각을 정리할 수가 있잖아. 말은 순간적으로 머리에서 떠올리면서 입 밖으로 바로바로 나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 글은 오타를 쳐도 수정할 수 있는데 이미 내뱉은 말은 수정할 수가 없으니까. 글은 쓰면서도 내 생각이 정리되고 뭔가 더 정돈된 느낌이 들어.
생각이 많은 편이야?
그런 것 같아. 그렇다고 막 잡생각을 하는 편은 아닌데 약간 뭐 하나 주제가 있으면 그 주제로 확 생각이 뻗어가는 것 같아.
원래 경영학과보단 사회과학 쪽 학과를 더 관심 있어 하긴 했어. 뭔가 다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신기하고 흥미로워서. 어떤 사회 현상이나 문제를 사람 개개인의 입장으로도 생각할 수 있고 환경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수도 있는 것처럼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잖아. 서로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고 연쇄적인 게 재밌는 것 같아.
얕고 넓게 서로의 생각을 얘기해 보자는 느낌보다는 한 주제를 아예 깊게 파고드는 게 적성에 맞더라고. 고등학생 때 동아리도 그런 거였어. 주제 하나 정해서 한 학기 동안 연구하고 발표하고, 사회과학 분야로 토론하고. 생각을 엄청 깊게 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자극도 많이 되고 재밌었어. 나랑 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나도 내 의견 이야기하고. 그런 게 재밌었었던 것 같아.
고등학생 때가 뭔가 나한테 남는 게 많은 것 같아. 추억도 그렇고 실제로 했던 활동들도 그렇고. 그때는 약간 추억 강박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아. 이런 것도 해봐야 한다. 저런 것도 해봐야 한다. 원래 진짜 말썽 안 부리고 말 잘 듣는 성격이었는데 고2 때 처음으로 사고도 크게 한번 쳐 봤어. 평생 안 해보다가. (웃음) 누가 됐든 갈등이 싫어서 말을 다 잘 듣는 편이었거든.
근데 대학에 와서는 막 뭘 새롭게 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잘 안 들더라고.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별다른 목표 의식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 뭔가 끌리는 것도 아직 없고. 난 끌려야 하는 편이라서 그냥 한 번에 확 꽂히면 미친 듯이 하는데 아직 그런 느낌이 없었어.
입학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올해 초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변화가 있는 것 같아?
학기 초에는 진짜 사람 많이 만나고 인싸처럼 놀 줄 알았어. 그러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성격이 바뀌기 쉽지 않더라고. 지금은 그냥 잘 맞는 사람들이랑 시간 보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원래 성격은 어떤 편이었는데?
그냥 사람 만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사람한테 말 거는 거 무서워하고. 어떤 사람이 나한테 말 걸어도 대답 잘 못하고. 약간 그런 편이었어. 처음 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더 조심스러워지고 눈치 보게 되는 것 같아.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을 때 불안한 것 같아. 어렸을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남중에서 남녀공학 기숙 고등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성격이 많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해. 여자애들이랑 말을 어떻게 해야 될지도 잘 모르겠고, 인원도 적은 기숙학교에 코로나로 나가지도 못하니까 소문들도 빠르게 돌더라고. 그런 것들이 신경 쓰이면서 눈치를 좀 많이 보게 된 것 같아.
원래 고등학생 땐 생기부 채우려고 뭘 많이들 하잖아. 근데 난 뭔가 생기부 채우기 위한 활동들이 아니었던 것들이 재밌었던 것 같아. 그냥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근데 대학에 와서도 다들 학점 챙기기 바쁘고 각자 목적이 다른 데에 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좀 아쉬운 것 같아. 그래서 뭔가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같이 하나를 쭉 열심히 이뤄내 보는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뭔가 해보고 싶다는 게 확고하게 느껴져서 하게 된 게 있었어? 좋아서 시작하게 된 일.
시 쓰는 거? 고2, 고3쯤 처음 쓰게 된 것 같은데. 야자 시간에 전자기기를 못 쓰게 하니까 시집 읽고, 책 읽는 게 제일 재밌었던 것 같아. 원래 시를 막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나태주 시인한테 꽂히게 됐어. 다른 시인 분들 시를 읽을 때보다 뭔가 더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해야 하나? 공감이 더 잘 됐어. 그래서 자주 읽다 보니까 나도 한번 써보고 싶더라고. 고등학생 땐 생각나는 것들을 시로 자주 썼는데 요새는 잘 안 써서…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긴 해.
인터뷰어 숩 / 포토그래퍼 구름
2023.12.15. 김민서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