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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Nov 29. 2023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인터뷰어 랑 / 포토그래퍼 유송


 

* 김영종 둥지 스튜디오 대표 과의 인터뷰입니다.




            사진


    둥지 스튜디오가 연 지는 거의 50년 됐어요. 70년도부터 있었으니 교내 임대 매장 중에서는 제일 오래됐을 거예요. 처음에는 큰아버님이 하시다가, 2000년도 초반 아버님이 받 운영하어요. 이제 아버님도 연세가 있으셔서, 한 15년 전쯤부터는 제 운영하고 있어요. 



    사진은 고등학교 사진반에서 처음 접하고 대학에서 전공 사진으로 했어요. 30년 가까이 사진을 찍은 거죠. 지금은 찍고 바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우리 시대 때는 필름을 썼어요. 사진을 보려면 암실에 들어가서 필름을 확대기랑 기계에 걸고 작해야 해요. 그 작업을 되게 좋아했어요. 사진이 나오기까지의 기다림이 과히 나쁘지만은 않았거든요. 기대감도 있고, 호기심도 있고, 나중에 확인이 될 때 이렇게 찍었구나, 하는 쾌감 같은 게 있어요. 그런 것들이 좋아서 사진을 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무엇을 담는 걸 좋아하시나요?


      정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아요. 다큐멘터리 작가나 일간지 기자 찍은 사진을 보면 굉장히 동적이잖아요. 거기서 오는 에너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저는 멈춰져 있는  담은 사진을 보면서 회상하고 여유를 찾는 걸 좋아해요. 타임 슬립이라 해야 할까요. 고즈넉하거나 멋있는 풍경 사진을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요. 그래서 풍경이나 정물을 찍는 게 좋았어요.



    대학생 때 카메라만 달랑 메고, 자전거 하나 들고 일주일 동안 하이킹하면서 제주도 곳곳을 찍은 적 있어요. 제주도의 모든 곳이 다 기억에 남아요. 거기에 있는 풍경, 마을 사람들…. 그때 모아놨던 것들을 나중에 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교수님이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들이 너무 좋다고 전시회를 열자고 그러셔서, 교내에서 작게 전시회도 열었고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했죠. 업이 되면서는 감정 소모 때문에 사진은 잘못은 없는데도 사진을 괜히 했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지만요.







                꿈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걸 할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이든, 지금 못해본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때는 유학을 가고 싶었어요. 다른 나라에서 사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관심이 많았지만,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궁금했거든요. 많은 걸 보면 또 다른 걸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고, 해답까지는 아니지만 길을 찾아볼 수도 있는 거고. 지금이랑은 다른 결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관성적이지 않고 변화무쌍한 그런 삶.



    원래 성격이 변화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새로운 거에 호기심은 있지만, 생활 패턴 같은  바뀌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런 성향들이 성장하는 데는 저해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 자꾸 나를 새로운 상황에 던져놓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성향들도 조금씩 바뀌겠죠. 어떤 상황에 자꾸 놓이면 나중에는 같은 상황이 와도 의연해지잖아요. 그런 것처럼 지금의 나보다는 조금 더 성장 사람이고 싶어요.



    결국 시도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실패든 성공이든 거기서 얻는 게 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무엇인지도 모르는 거니까, 나의 가능성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건 너무 슬픈 일인 것 같아요. 날 새로운 상황으로 내던지면서 상황이 나를 이끌어준다면 더 성장할 수 있겠죠.



  




            삶을 구성하는 것들


   사진관 안쪽에 오디오 시스템을 갖춰놨었어요. 작업하다 지칠 때 음악을 틀어놓고 듣는 게 나름의 힐링이었어요. 시스템이 갖춰곳에서 듣는 음악은 차원이 달라요. 7시 여기 지하 3층이 조용해지면 살짝 볼륨을 높여서 듣곤 했죠. 그럴 때면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더 좋은 소리로 듣는, 이런 게 진짜 휴식이구나 싶어요.



    예전에는 헤비메탈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바뀌는 것 같아요. 조금씩 옛날 걸 듣게 돼요. 대편성곡도 좋아하고, 현악기로 된 클래식 음악도 굉장히 좋아하고, 재즈도 듣고. 20살 때 나라면 절대 듣지 않았을 것들을 들어요. 나이가 들수록 예전 거를 놔두면서 수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BTS 노래도 종종 들어요. 춤 따라 하면 애들이 제발 그러지 말라고 그래요. 그러면 막 더 보여줄게, 하면서 더 추고. (웃음)







    새로운 거에 대한 호기심많은 편이에요. 기타도 치고, 당구도 오래 쳤어요.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싶어서 영어도 배워보고 싶어요. 최근에는 골프에 관심이 많아요. 친 지는 5년쯤 됐는데, 어렵고 정복이 안 돼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끝이 보이면 흥미가 떨어질 텐데 된 것 같을 때 또 안 되고. 언제쯤 돼야 정복했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어요. 그전에는 운동에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모든 개념을 뒤바꿔놓더라고요. (웃음)

 


    나이가 들수록 사고의 폭을 넓히고 내가 넓어져야 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거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편협해져요. 내가 아는 게 다인 줄 알거든요. 책 한 권만 읽고 그게 진리인 줄 알고 믿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고, 각자의 선을 만들어가야죠. 옳고 그름에 관해서나, 새로운 것을 수용하거나, 운동이 됐든 책이 됐든 다 받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가족



    옛날에 작은 아이가 심부름하고 거스름돈을 잘못 받아 왔는데 얘기하러 못 가는 거예요. 가서 말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나도 어렸을 때 저러지 않았을지 많이 돌아보게 돼요. 그렇게 회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죠. 나도 저랬을 거야. 지금 기억을 못할 뿐이지. 더 하면 더했지 덜 했을 것 같지 않은데, 하면서. 경험이 축적되니까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뿐이지 다 비슷하죠. 아이를 돌보면서 그 아이를 돌보는 사람도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가끔 만약에 로또에 당첨된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상상을 하잖아요. 그렇다 해도 내 아이들이 없고 지금 가족, 지금 와이프가 없으면 삶의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힘들 때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어요. 힘들 때면 내 주위에 누가 있고 뭐가 남아 있는지를 자꾸 돌아보게 되니까.







 '나'를 한 사진으로 남긴다면 어떤 모습으로 담기고 싶으신가요?



    제가 대학교 졸업 작품으로 같은 사 9장 찍었어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들이나 표정 또는 성격을 한 컷에 담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나'라는 사람 역시 한 사진으로 정의하기는 어렵겠지만, 즐겁게 웃고 있는 거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에 나를 찍는다 해맑게 웃고 있는 걸 찍고 싶어요.





인터뷰어 랑 / 포토그래퍼 유송

2023.11.29 김영종 둥지 스튜디오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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