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학기 때 휴학을 했어요. 그것도 전공 팀플때문에 엄청 힘들어서 냅다 휴학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휴학하고 나서도 계속 뭘 한 거예요. 천성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것 같긴 해요. 그때 한국사 자격증도 따고, 컴활도 하고, 부천 국제영화제 관련 활동도 하고, 에스카카도, 봉사도, 알바도 계속하니까너무 힘들어서 휴학했는데 결국에는 휴학 동안 또 뭘 많이 해서 힘든 상태로 복학하게 됐더라고요.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든데 컴활도 못 끝낸 채로 과제하니까 그때 엄청 힘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번아웃이라고 생각 못 했는데 괜찮아지고 나니까 그때 번아웃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3개가 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영상에서 말하는 것도, 책에서 말하는 것도, 상담 선생님이 말해 주시는 것도 그렇고, 저한테 꽂히는 말들로 많이 극복된 것 같아요. 당장 제가 결정할 수 없는 것들은 잠시 잊고 살려고 해요. 옛날에는 과제가 여러 개 있으면 ‘어떻게 다 하지.’ 이랬는데 ‘어차피 당장 할 거 아니면 나머지는 건드리지도 못해.’라고 생각하면서 아예 잊어버리려고 해요. 생각을 멈추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제가 만약 다시 번아웃이 오더라도 이미 한 번 극복해 봐서 그때만큼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마음 편안할 때도 다시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계속 (하고 싶던 게) 떨어져도 마음이 좋지는 않지만, 깊숙이 들어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겉으로만 약간 ‘짜증 나.’ 이러고 마는 것 같아요. 작년에 처음으로 내면이 좀 성장했다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
저를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맨날 이랬다 저랬다 하죠. 제가 상담하면서 알았던 게 감정을 잘 말 안 하고 상황만 설명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일기 쓸 때 4가지 종류를 써요. 다이어리를 나눠서 쓰는 건 아니고 하나는 Q&A 질문이 있는 걸 쓰고, 감사 일기 쓰는 거랑 칭찬 일기를 써요. 어디서 봤는데 사람들이 남 칭찬은 잘하면서 자기 칭찬은 엄청 인색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칭찬 일기를 시작했어요. 감사 일기는 그래도 쓴 지 좀 됐으니까 쓸 게 엄청 많거든요. 그런데 칭찬 일기는 하루에 하나도 쓸 게 없을 때도 많아요. 막 억지로 끄집어내기도 하고요. 마지막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적어요. 제가 나중에 다시 보고 재밌으려고 쓰는 거긴 한데 그거를 쓸 때 감정을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숙제로 내주는 게 진짜 별로인 것 같아요. 그때는 쓰기가 싫잖아요. 그러니까 중학교 때부터는 숙제가 아니어도 안 쓰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너무 후회돼요. 사실 저는 중고등학교 때 엄청 깔깔대고 놀았거든요. 그거를 적어놨으면 너무 웃겼을 텐데. 이번 연말에 종강하고 나서 1년 동안 쓴 일기를 읽어봤는데 정말 재밌었거든요. (웃음)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인데, 좀 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혼자서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친구도 그렇고, 애인도 기간제 베프라고 말하곤 하잖아요. 이 시기에는 얘랑 더 친하고 이 시기에는 쟤랑 더 친하고. 그런데 그게 ‘얘랑 더 친하게 지내야지.’ 이런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거잖아요. 자기 인생에서 잘 맞는 사람이랑 그 시간을 함께하는 거고, 그러다가 또 일이 생기면 그 사람이랑 멀어질 수도 있는 거라고 들은 적이 있어요. 저는 정이 많은 스타일이어서 그런 게 되게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거에 덜 기대고 싶어요. 제가 힘들 때 친구한테 전화하거나 엄마한테 수다 떨면서 푸는데, 그런 게 아니어도 혼자서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살아가면서 당연히 혼자 행복한 것보다 누구랑 같이 있을 때 행복한 게 더 크겠죠. 하지만 ‘난 얘가 있어야 행복해.’ 이런 거 말고 그 사람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어도 상관없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번에 뮤지컬 예매를 했거든요. 헤드윅 첫 공연 날짜가 제 생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예매)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헤드윅 주연이 유연석이랑 조정석인데 둘 다 제 이상형이거든요. 둘 다 진짜 웃기잖아요. 그래서 둘 중에 누구 가지? 하다가 첫 공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조정석이었어요. 그날이 제 생일이니까 혼밥도 해보려고요. 지금 아주 벼르고 있죠. (웃음)
저 혼자 놀아보고 싶어요. 재작년 생일이랑 작년 생일이 기억에 남는데, 작년 생일은 엄청 좋았고 재작년 생일은 기분이 진짜 안 좋았어요. 재작년 생일에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날 학교를 안 가는 날이었어요. 그래서 놀고 싶었는데 가족들도 일 가고, 친구들도 학교에 다니니까 놀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게 좀 짜증이 나더라고요. 제 생일이 평상시랑 똑같고 ‘내 생일날 밥 먹을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거야? 내가 인간관계가 이렇게 파탄이 났나?’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안 되면 혼자 나가 놀면 되는 거잖아요. 그때는 ‘어떻게 혼자 나가 놀아? 생일인데 같이 있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좀 설레요. 생일이 멀었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설레발치는 건 또 처음이거든요. 혼자 밥 먹고 뮤지컬 보는 게 내가 나에게 생일 선물을 주는 느낌이에요. 참 별거 아닌데 그 기대되는 거 하나가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위해 해주는 게 있나요?
밤에 보내는 시간을 절대로 포기 안 하는 것 같아요. 일과를 다 마치고 자기 전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거든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친구랑 카톡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해요. 아무리 피곤하고 아파도 일찍은 잘 안 자요.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거 알아도 거의 포기 안 하고요. 일찍 자는 게 건강에 좋다지만, 이 새벽 시간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 제 정신 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거의 하루를 그 시간을 위해 사는 것 같아요. 일어나자마자 그 시간이 되고 싶어요. 그 시간을 빼면 지금 자격증 공부하니까 맨날 (일상이) 반복되는 거예요. 일어나서 알바를 가거나 공부하러 가니까 그 시간이 없으면 진짜 못 살 것 같아요. 지금은 거의 제 하루 중에 그때만 행복한 것 같아요. 빨리 갔다 와서 눕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저는 건강을 열심히 챙겨요. 루틴 같은 게 있거든요. 다 씻고 나서 머리를 말릴 때 반신욕기에 들어가서 말려요. 거기에 이제 유튜브도 보면서. (웃음) 그런데 반신욕기 들어가는 것도 솔직히 막 좋아서 들어가는 건 아니에요. 건강에 좋다 하니까 그렇게 하는 거고, 영양제 먹는 것도 솔직히 귀찮을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것도 다 저를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