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범범, 솔솔 / 포토그래퍼 모아이
* 동네식당 사장님과의 인터뷰입니다.
동네식당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원래는 남성복 도소매 일을 했어요. 새벽 5, 6시에 퇴근하는 걸 10년 넘게 반복하다 보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이걸 내가 50, 60대 돼서도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걸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마침 그때 사촌 언니가 조카 공부 때문에 뉴질랜드 갔다가 막 돌아와서 고려대 앞에서 커피숍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럼 내가 거기 가서 딱 1년만 해볼까?’ 하고 들어갔어요. 그렇게 1년 정도 같이 일했어요.
근데 해보니까 커피숍은 나랑은 잘 안 맞더라고요. ‘그럼 난 또 뭘 하지?’ 고민하던 때가 마침 백화점 같은 데서 대왕 유부초밥이 한창 유행할 때였어요. 제가 부산 출신이다 보니까 유부초밥이 낯설지가 않았거든요. ‘이거 한번 해봐도 괜찮겠다’ 싶었죠. 그래도 돈 받고 파는 거니 배워야겠다 싶어서 한식 자격증도 따고, 대학로 국숫집에서 알바도 하면서 이것저것 배웠어요. 그러다 ‘이제 나도 내 가게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19년도쯤 들더라고요. 주변에서는 다들 ‘지금 경기가 안 좋다, 하지 마라’ 이렇게 말렸어요. 근데 그러다 보면 결국 할 기회가 없잖아요. 그래서 가게 계약을 했죠.
그때 부동산 사장님이 저한테 메뉴를 뭐 할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우동하고 유부초밥 하려고요’ 했더니, 밥 메뉴는 없냐고 그러는 거예요. 내가 속으로 ‘아니, 이게 밥 메뉴인데…’ 싶었죠. 확실히 어른들한테는 생소했던 것 같아요. 오픈하고 나서 손님이 확 몰리진 않았는데, 그래도 학생들이 조금씩 오더라고요. 그때 내가 그래도 이 골목에서 다른 가게들이랑은 좀 다른 메뉴를 해서 애들 눈에 띌 수 있었구나 그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가게 위치를 이전해 현재 자리에서 다시 오픈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으셨나요?
원래 하던 곳 주변 환경이 조금 안 좋기는 했어요. 주방도 좁고, 가게 바로 앞에 차들도 다녔고요. 그리고 그때 김밥도 좀 해볼까 했는데, 공간이 작아서 쉽지 않았죠. 또 그 무렵에 제가 족저근막염이 와서 몸도 아팠고요. 그래서 이참에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가게 자리를 알아보다가 여기로 오게 된 거예요. 예전 자리에서는 오며가며 동네 주민분들도 많이 오셨는데, 그분들이 조금 아쉬워하실 것 같기는 해요. 지금도 가끔 ‘사장님, 여기서 하고 계시네요’ 하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시고요. 그래도 여기서는 학생들도 그렇고, 교수님들이나 예전 자리에서는 못 뵀던 분들이 오시기도 해요.
하나 아쉬운 건, 제가 자리를 옮길 때 마지막에 안내를 길게 해야 했는데 그걸 제대로 못 한 게 마음에 걸려요.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안내문을 붙이긴 했는데, 그 자리가 바로 복삿집으로 바뀌어버려서 안내문이 금방 떼어졌거든요. 그걸 조금 더 신경 써서 해야 했는데, 그게 미안하더라고요.
가게를 처음 방문한 손님들이 주로 먹는 메뉴가 있나요?
딱 보면, 아 이 손님이 우리 가게 처음이구나, 내가 알 수 있어요. 신입생이거나, 수원에서 오는 친구들 있잖아요. 거의 신입생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런 친구들은 꼭 우동 정식에 기본 유부를 시키더라고요. 내가 뭘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그냥 딱 그래요. 왜 다들 처음에 우동 정식을 시킬지 생각해 봤는데, 사실 여기는 아무 정보도 없고, 가게 이름도 ‘동네식당’이라 메뉴 이름이 안 들어가 있잖아요. 그래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조금 지나면 또 사람마다 갈려요. 자주 오는 남학생 한 명이 있는데, 그 친구는 늘 반우동에 참치, 스크램블 유부, 이렇게만 먹어요. 메뉴가 딱 정해져 있는 거죠. 반대로 어떤 애들은 오늘의 유부나 오늘의 김밥을 무조건 시켜요. ‘사장님, 오늘은 유부 뭐 나와요?’ 하고 묻고, 평소 좋아하는 거 하나에 오늘의 유부 하나 이렇게 시키고. 이것도 다 성향인 것 같아요.
오늘의 유부/김밥은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나는 똑같은 거만 계속 먹으면 좀 지겨워요. 그래서 하나씩은 바꿔줘야겠다 싶어서 나온 게 오늘의 유부예요. 늘 똑같으면 재미없잖아요. 일주일 단위로라도 뭔가 조금 달라 보여야 학생들도 새롭고, 나도 또 새로운 걸 해보는 거고.
오늘의 김밥도 그래요. 그것도 꼭 찾는 학생들이 있거든요. 안 먹더라도 ‘사장님, 오늘 뭐예요?’ 이렇게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또 안 할 수가 없어요. 재료는 그때그때 조금 바꿔보면서 반응 없는 건 바로 아웃하고, 반응 있는 건 계속 가져가고 그렇게 하는 거죠.
가게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가요?
가게 처음 오픈할 때, 경영학과 친구들이 와서 ‘쪽문 살리기’ 프로젝트 같은 걸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그 친구들이랑 같이 치즈불닭 신메뉴도 만들어 봤고요. 그중에 가게에 자주 왔다 갔다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쪽으로 가게를 옮기고 나서도 가끔씩 들르더라고요. 그 친구가 행정고시 준비하던 친구인데, 한 번은 와서 ‘사장님, 이번에 1차는 잘 본 것 같아요. 다 어렵다고는 하는데…’ 이렇게 얘기해 줬어요. 그런데 이번에 와서는 2차를 붙었다는 거예요. 그게 참, 뭐라고 해야 하나… 뿌듯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거예요. 이번에 면접 보러 간다고 하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오픈할 때부터 얼굴 알고, 가끔 김밥 먹으러 오던 친구라 더 의미가 있었어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성대는 시험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잖아요. 자주 오는데 얘기 안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럼 사실은 못 붙은 거잖아요. 그게 또 괜히 그렇더라고. 아는 척하기도 그렇고, 모르는 척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여기 있어 보니까, ‘아, 나랑 오래 보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단골로 오는 건 고맙고 좋지만, 또 짧게 보고 지나가는 게 오히려 나은 건가 싶고. 아이러니하더라고요.
가게에 오는 손님들을 항상 잘 맞아주실 수 있는 이유가 뭘까요?
제가 이 일을 처음으로 했으면 또 몰랐을 텐데, 그전에 이것저것 다른 일도 해보고 겪어보니 학생들이 제일 좋고 착한 것 같아요. 우리 가게도 알바하는 분들이 한 번씩 바뀌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학생들이 제일 매너 있고 좋다, 다른 데보다 스트레스 덜 받는다’ 이렇게 얘기해요. 굳이 화내거나 짜증 날 일이 없는 거죠.
그리고 제가 그전에도 이런저런 데서 손님 대하는 걸 많이 배웠어요. 예전에 사촌 언니가 하는 고려대 근처 카페에서 같이 일했을 때, 언니는 케이크 하나만 줘도 꼭 예쁜 접시에 받침 놓고 포크, 나이프까지 다 챙겨줬어요. 커피 줄 때도 그냥 안 주고 와인잔 같은 데 줄 때도 있고. 나는 그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그런 사소한 게 학생들한테는 대접받는 느낌이 되더라고요. 예전에 옷 장사할 때도 손님들 얼굴이랑 이름을 빨리 익혀야 했어요. 그래야 다시 왔을 때 ‘아, 저번에 오셨던 분이네’ 하고 아는 척을 해드릴 수 있죠. 그런 걸 또 좋아하시거든요. 지금도 학생들 보다 보면 눈에 익은 친구들이 있어요. 그건 확실히 그전에 했던 일들이 지금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결국 다 연결되는 거죠.
그리고 내가 식당 하면서 느낀 건,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무관심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예요. 혼자 밥 먹으러 오는 친구도 내가 이름 불러주고 하면 ‘아, 사장님이 나를 아시네’ 하면서 기분 좋아하잖아요. 근데 또 너무 과하면 부담스럽고, 아무 말도 없으면 서운하고. 그 선이 참 애매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포인트인 것 같아요. 내가 보니까 그래도 ‘나는 너를 알아’ 이 정도,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동네식당이 손님들에게 어떤 공간이길 바라시나요?
손님들이 가게에서 그냥 편하게 먹고 갔으면 해요. 예전에 제가 식당에서 알바할 때, 어떤 손님이 혼자 와서 메뉴 하나만 시키면 실장님이 막 ‘이거 시켰네, 저건 안 시켰네’ 구시렁거리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면서 괜히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지 않나 싶었어요. 학생들이 와서 하나를 먹든, 뭘 하든 그걸로 짜증 낼 필요도 없고요. 그러면 나도 불편하고, 서로 불편하잖아요. 학생들한테는 2,500원, 3,500원도 큰돈이니까 편하게 먹고 가라고 생각해요.
근처 카페에서 알바하시던 동네 주민분이 한 번은 그러시더라고요. ‘사장님, 여기는 혼밥하는 친구들이 그냥 편하게 오는 식당 같아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아, 그렇구나’ 싶었죠. 그래서 동네식당은 혼밥을 하든, 유부 하나만 시켜 먹든, 뭘 하든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먹고 갈 수 있는 그런 데였으면 해요. 학생들이 평소에 막 공부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잠깐이라도 여유 가지고 밥 먹고 갔으면 좋겠어요.
인터뷰어 범범, 솔솔 / 포토그래퍼 모아이
2025. 09. 17. 동네식당 사장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