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연결된 그곳이 나의 집

인터뷰어 민, 조제 / 포토그래퍼 영랑

by 휴스꾸



* Glory 과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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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유학을 온 이유가 궁금해요.

솔직히 한국을 첫 번째로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유학생으로 다른 나라에 가면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잖아요. 원래는 영어를 하는 캐나다랑 미국을 선택했는데, 생활비 같은 게 장학금을 받아도 너무 비쌌어요. 그래서 다른 나라를 가려고 검색을 많이 했는데 그때 나온 나라가 한국, 중국, 일본이었어요. 중국어는 한자가 너무 어렵고, 일본어는 발음은 쉬운데 히라가나, 가타가나를 둘 다 배워야 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한국어는 그 둘에 비해 완벽하게는 못해도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국에 왔어요. 성균관대에서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많이 주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고요. 그리고 안전! 한국 진짜 너무 안전해요.


유학 갈 나라를 고를 때 문화 차이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내가 나고 자란 나라와 문화가 같을 수는 없잖아요. 문화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외국 유학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 제 꿈이 의사가 되는 거였어요. 의사가 정말 되고 싶었는데, 성균관대 의대에서는 유학생을 받지 않더라고요. 한국 의료 서비스가 엄청나게 발전되어 있잖아요. 미국 의료 서비스도 굉장히 잘 되어있지만, 한국의 서비스는 수준이 높으면서 체계적이에요. 그래서 한국에서 의학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의대를 못 가게 되니 비슷한 생명 계열로 학교를 왔는데, 적성에 안 맞는 거예요. 연구하는 게 진짜 저랑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제 꿈이 바뀌었어요. 한국에 계속 살고 싶거든요. 어떤 일을 해야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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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계속 살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이제 한국에 온 지 3년 됐어요. 3년 살다 보니 가족 같은 친구? 친구 같은 가족? 어떻게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웃음) 그런 친구가 많이 생겨서 한국을 떠나는 게, 조금 아플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나라로 돌아가면 원래 알고 있는 집, 원래 알고 있는 사람들 4년 동안 이미 변했어요. 내가 알고 있던 곳과 똑같지 않아요.


제 고등학교 친구들은 이미 해외에 나가 있어요. 대부분 캐나다, 미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다 외국에 살아요. 그리고 지금 사는 곳이 고등학교 때 살던 동네와 달라요. 그래서 돌아가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만약 돌아간다면 It’s gonna be sad, because nobody is there. 삶을 아예 다시 시작해야 해서,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곳에서 계속 살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여기에는 있잖아요, 친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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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정말 잘하는데, 한국어는 어떻게 배웠나요?

아, 아니에요. (웃음) 아직 가족 같은 친구, 친구 같은 가족 어떤 게 맞는지도 몰라요. 한국어는 대구대 어학당에서 1년 동안 배웠는데, 사실 TOPIK(한국어능력시험) 시험을 위해서 다닌 거였어요. 그리고 율전 캠퍼스의 제 전공에 한국어 트랙과 영어 트랙이 있거든요. 자연 과학 계열이나 생명공학 전공 유학생들이 다 한국어 트랙을 밟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국어 트랙을 선택했어요. 교수님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튜브에서 전공 관련 영상을 많이 봤죠. 생명과학 관련 영상이나 의학 연구 설명하는 영상을 이해가 안 돼도 그냥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동아리를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딱 한 곳을 골라서 계속 갔어요. 회식에 가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지? 반응하는 법?


사회생활?


오 맞아요, 맞아! 그거예요. 그런 걸 배웠어요.


그리고 제 휴대폰, 노트북, 아이패드 언어 세팅을 전부 한국어로 바꿨어요. 3년 동안 유지했죠. 이제 읽는 거랑 듣는 건 진짜 잘해요. 말하는 게 아직도 어렵죠. You can see it. (웃음) 제 친한 한국 친구들이 다 ‘글로리 한국어 더 배워야겠다, 한국어 더 배워야 해.’하고 말해요.


사실 잘 살기 위해 했어요. 한국에서 잘 살기 위해서요. 재미있게 대학을 다니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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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딘가요?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집 같은 공간이 있을까요.

제가 사람에게 에너지를 받는 성격이에요. 그냥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Recharge 돼요. 장소는 딱히 중요하지 않아요.


1학기 때는 기숙사에 있는 게 진짜 싫었어요. 공부도, 연구도 많이 해서 번아웃이 왔었거든요. 기숙사에 그냥 누워 있는 게 싫었어요. 그때 동아리 사람들과 자주 만나면서 제가 사람과 있을 때 힘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또 제가 교회에서 알게 된 언니가 있는데, 그냥 심심할 때 ‘언니 우리 집으로 올래?’하고 불러요. 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 진짜 친언니 같아요. 7살 차이가 나는데, 아이도 3명이나 있어요. 이 언니나 동아리 사람들을 만날 때 충전이 돼요. 집순이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제가 누군가와 마음이 통하면 그곳이 집이에요. If your heart is together with someone, 꼭 남자 친구가 아니어도 친구, 친한 언니와 같이 있으면 의미가 생겨요. 이 친구들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게 정말 힘들 것 같아요. 떠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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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뭔가요?


아버지가 웃는 거요. 제가 무언가를 잘해서 아버지가 웃으면, 진짜 제일 기뻐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냥 그래요. 저희 아버지가 진짜 좋은 사람이거든요. 그냥 아버지가 웃으면 ‘아버지 웃어서 기쁘다’하는 생각이 들어요.


꿈꾸는 이상적인 미래가 있나요?


솔직히 저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요. 그런데 돈 많이 벌고 싶어요. 사실 이 두 개가 달라요. 부자가 되고 싶은 건 돈‘만’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돈을 잘 벌고 싶다는 건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 저만을 위한 게 아니에요.


제가 꿈꾸는 ideal future(이상적인 미래)는 취직하고, 아마도? 결혼을 해서 아이 두 명을 낳는 거예요. 더는 못 낳습니다. (웃음) 아이 두 명을 낳고, 한국에 살면서 고향에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제 생명 전공을 살려서 취직을 하고, 몇 년 일하면서 돈을 모아 그 돈으로 고향에 기업을 세우는 거죠. 계속 회사를 다니고 싶지는 않아요. 기업을 만들면 그 기업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잖아요. 그렇게 그냥 심플하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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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가 생각하는 글로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겁이 있지만 하고 싶은 건 그냥 하는 사람이에요. 겁나는 게 많지만, 약간 If I don’t do it now, when would I do it(내가 이걸 지금 안 하면 언제 하겠어)? 딱히 제가 용감하다거나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인생에서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으면 많이 후회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 그런 순간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하다 보면 고비도 있겠지만 그냥 하고 싶어요. 해보는 거 나쁘지 않잖아요. I’m not hurting anybody, I’m not killing anybody.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그냥 해요. 많이 생각하지 않아요. Okay, 그냥 숨 쉬고, 하자. 나이키 로고처럼요. Just do it!


그런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나요?


원래 S-LINK에서 제가 부회장이었거든요. 유학생을 위한 이런 단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안되더라도 그냥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했었죠. 약간 ‘It’s not gonna kill me.’ 이런 생각이었달까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아쉬웠던 게, 제가 여름방학에 연구를 해야 해서 S-LINK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거든요. 일이 너무 많아져서 결국 부회장을 그만두고 기획부로 넘어갔어요. 그래도 배운 게 있었어요. 언제 도전해야 하고, 언제 한발 물러나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제가 그때 부회장 자리에 계속 있었다면 제 개인 연구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 도전을 끝내야 해요. 이 경험 덕분에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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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동안 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일이 있나요?

음.. 사실 제가 집순이거든요. 저는 심플하게 사는 사람이라 딱히 한국에서 꼭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아, 방금 생각났는데 스노보드를 타고 싶었어요. 나이지리아에는 겨울이 없거든요. 스노보드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갔어요. 스키장에 사람 엄청 많더라고요.


사실 그냥 친구랑 같이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친구들이 하고 싶어 하는 거 따라가면 돼요. 재미 전혀 없는 여자인데? 죄송합니다. (웃음)


서울 구경은 많이 해봤어요?


한강은 가봤어요. 롯데 타워, 남산 타워는 아직 못 가봤어요. 제가 수원 기숙사에 살아서 그런 관광지들이 너무 멀어요. 가려면 버스 타야 되고, 지하철 타야 되고 복잡해요. 남산타워도 가면 그냥 ‘와 남산타워다.’ 하고 끝나잖아요. 왜 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니, 법학관에서 남산타워 엄청 잘 보이잖아요. 엄청 예쁘게 잘 보여요. 꼭 가야 하는 건지…. (웃음) 아 알겠어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터뷰어 민, 조제 / 포토그래퍼 영랑

2025. 10. 01. 글로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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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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