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솔솔 / 포토그래퍼 채은, 영랑
* 시은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인터뷰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어땠어?
사실 좀 기대하고 있었거든. 네가 휴스꾸를 시작할 때부터. (웃음) 처음에는 가게 사장님이나 학교 관계자,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만 인터뷰하는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까 일반 학생들도 인터뷰하길래 그럼 나도 섭외해 줬으면 했지. 연락이 왔을 때 ‘올 것이 왔다’라고 생각했어.
‘싱싱’이라는 별명은 언제 처음 붙었어?
인스타그램 계정을 고2 때 처음 만들었는데, 아이디를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지은 거야. 그게 별명이 될 줄은 몰랐는데 이제는 다들 나를 ‘싱싱’이라고 불러. 지을 때는 아무 의미 없었는데 ‘싱싱하다’라는 뜻이 붙었어. 마침 성이 안 씨라서 내 상태가 안 좋을 땐 다들 ‘안싱싱’이라고 불러. Not 싱싱이 되는 거지. 마음에 들어. (웃음)
가장 좋아하는 영화와 그 이유가 궁금해.
아, 너무 많은데? (웃음) 초등학교 고학년쯤부터 매주 금요일 밤마다 ‘가족 영화 시간’이 있었어. 외국 영화 중에 '청소년에게 추천하는 명작 100선'그런 거 있잖아. 그 리스트 중에서 매주 하나씩 골라서 가족이 다 같이 봤었어. 근데 평일에도 영어로 된 영화를 자막 없이 보면 엄마가 공부한 걸로 쳐줬단 말이야. 그래서 학교 갔다 오면 맨날 영화만 봤어. 봤던 것도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그래서인지 나는 봤던 영화 또 보는 거 정말 좋아해. 볼 때마다 감흥이 새로운 영화가 있거든.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걸 고르라면 <타이타닉>. 정말 인생 영화라고 생각해. 흔히 말하는 인생 영화가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는 영화.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조금씩 다 나와. 예를 들자면, 구명보트가 얼마 없으니까 가난한 사람들이 타고 있는 구역은 문을 안 열어주고 탈출을 못 하게 했단 말이야. 그 구역에 있던 한 엄마가 아이들을 침대에 눕혀놓고 동화책을 읽어줘. 어차피 못 나가니까. 아이들이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걸 모르게. 또, 선장은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아무리 갖다줘도 입지 않았어. 물론 침몰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지만,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끝까지 배에 남아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어서 기억에 남아. 선장이라면 얼마든지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야. 후회가 가득한 표정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선장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아. 삶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잖아. 등장인물들이 마지막 순간에 내리는 저마다의 선택에서 정말 다양한 인간성을 발견할 수 있었어. 그래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인 것 같아. 아무튼 내가 정말 정말 사랑하는 영화야!
시은이 생각하는 ‘좋은 세상’은 어떤 세상이야?
“주체를 상호주체성으로 언급해야 하는 이유는 당신의 삶이 살 만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수많은 삶들이 살 만하지 않고서는 나의 삶도 살 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이어리 뒤에 항상 넣고 다니는 카드에 적힌 문장이야. 법조인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인 삶을 살면서도 절대 잊고 싶지 않은 문장이야. 우리 모두 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타인의 삶이 평안한지 서로 관심을 가지는 세상, 그런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해.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
사실 어른이 뭔지 잘 모르겠어. 나는 어른들도 다 내면에 어린아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직장에서 멋진 커리어 우먼이다가도 퇴근하고 집에 가면 다들 애착 인형 안고 잘 거라고 생각해. 엄마한테는 어리광 부리고, 남자친구한테는 진짜 별것도 아닌 걸로 징징거리기도 할 거고. 글쎄,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묻는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계속 고민하는 사람’이고 싶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힘들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사실 나 이거 누구한테 말하는 거 처음이야”, “이거 아직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했으니까, 너만 알고 있어야 해” 이런 말을 들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껴. 나는 원래 입이 좀 가벼운 사람이었는데 친구들의 엄청난 비밀을 듣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입이 무거워진 것 같기도 해.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건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를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고, 힘들 때 부르면 내가 와 줄 거라고 생각해 주는 게 너무 좋아. 실제로 그렇거든.
주변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많이 받는 편이야?
완전 받는 편이야. 요즘 들어서 더 많이 느끼고 있어. 최근에는 너무 바빠서 누군가를 만날 일이 잘 없단 말이야. 일상에서도 정말 필요한 말만 하게 되고, 누군가랑 뭘 같이 하기보다는 혼자 내 할 일 하는 시간이 많아. 만약 내가 주변으로부터 에너지를 뺏기는 사람이라면, 요즘같이 피곤할 때 집 가서 쉬고 싶을 거 아냐. 근데 오히려 나는 길 가다가 아는 사람 만나면 소매 붙들고 계속 얘기하고 싶어. 그게 무슨 말이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대화하면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야.
난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사람으로 주변 인간관계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둘밖에 없어. 둘 중 하나야. 반갑게 달려가서 인사하는 사람과 아예 인사를 안 하는 사람. 그냥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걸 잘 못하는 것 같아. 그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
시은의 ‘좋아하는 사람’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는 팁이 있다면?
나는 내 사람들을 챙겨 주는 걸 좋아한단 말이야. 항상 레이더가 켜져 있어. ‘이거 누가 좋아할 것 같은데?’, ‘이거 누구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심지어 여행을 가면 친구들 선물 사느라 너무 정신이 없을 정도야. 그래서 난 여행 가기 전에 누구한테 뭐 사줄지 미리 리스트를 적어서 가.
근데 사실 인간관계라는 게 마음을 주는 만큼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나는 내가 3만큼 마음을 주면, 1이나 2 정도는 돌려줄 줄 아는 사람이랑 잘 지내는 것 같아. 가끔 내가 3만큼 주면, 4를 주는 사람도 있어. 그럼 난 또 5를 주고 싶어지고 그 사람은 다시 6을 줘. 그런 사람을 만나면 오래 보는 깊은 관계가 되는 것 같아.
시은이 받은 것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너무 많아서 못 고르겠는데, 그래도 하나만 고르자면 MBTI가 ISTP인 후배가 직접 만들어준 드림캐처. 그 친구가 손으로 직접 만든 선물을 줬다는 게 난 너무 충격이었어. 친하긴 하지만 사실 다정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나랑은 많이 다른 친구라고 생각했거든. 심지어 자기가 직접 만드는 걸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고, 손 편지도 써줬어. 편지에 쓴 ‘나는 그동안 내 개인적인 성취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는데, 이제 언니처럼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라는 말이 정말 기억에 남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어?
지금 마지막 학기라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대학생활이 너무너무 아쉬워. 후회돼서가 아니라 너무 좋았어서. 똑같이 한번 더 하고 싶어.
인터뷰어 솔솔 / 포토그래퍼 채은, 영랑
2025. 10. 16. 시은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