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동하, 희주, 진스 / 포토그래퍼 민, 채은
2025년 마지막 날, 첫 번째 겨울 특집에서는 올해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번 연말은 여러분께 어떤 시간이었나요?
초침은 한 해의 끝을 향해 누구에게나 똑같이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채우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1년을 매듭짓습니다.
각자의 보폭으로 2025년을 건너는 세 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채원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스무 살 혹은 1학년을 되돌아본다면 어땠나요?
생각보다 별다른 건 없었어요. 엄마가 잔소리를 여전히 하시지만, 그래도 많이 너그러워지셨다? (웃음) 저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많이 친한 편이거든요. 그 친구들이랑 같이 대학 축제 도장 깨기를 했었어요. 애들이 성대 축제 보러 오고, 저도 다른 학교 축제를 다 돌았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렇지만 1학기엔 학교 적응하기가 쉽진 않았어요. 통학하느라 외롭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2학기 들어서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학교생활도 더 잘 하게 된 것 같아요. 밴드 동아리도 하면서 합주하고 술도 마시고. 거리가 가까워지니 ‘나 이제 가야 해’ 하는 심적 부담이 없어졌어요. 학교 친구들도 많아져서 싸코스에서 술 먹고, 소파에서 자고.. 그런 스무 살을 보냈던 것 같아요.
늦게나마 기숙사 들어오신 게 참 좋은 일이네요.
맞아요. 기숙사 생활하면서 학교 다니는 게 더 재밌어졌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오히려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아요. 제 스무 살, 1학년이 벌써 끝난 게 허무하기도 하고, 아쉬운 점도 많아요.
2025년을 어떻게 마무리하실 계획인가요?
일단 종강하자마자 기숙사 퇴소 준비를 했어요. 종강하자마자 하루를 몰아서 잤더니 바로 퇴소해야 하니깐 촉박하긴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기숙사생의 특권을 마지막으로 누리기 위해 마지막 날인 어제도 새벽까지 술도 마시고 잘 놀아서 많이 아쉽진 않아요. (웃음)
올해 마지막 날에는 원래 친구랑 카운트 다운 판타지라는 연말 밴드 페스티벌을 가려고 했었어요. 근데 표가 매진된 거예요? 저의 연말 계획이 살짝 무산됐습니다. 그래서 연말이라고 특별하게 짠 계획은 아직 없네요. 그냥 친구들이랑 집에서 쿠키도 만들고, 가족이랑 시간 보낼 것 같아요.
올해를 보내면서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으실까요?
제가 밴드 활동하면서 공연을 했었거든요. 그때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이라는 일본 밴드의 곡을 같이 했었어요. 제목이 ‘소라닌’이라는 곡인데, 가사 중에 ‘사요나라’가 계속 나와요. 그 노래로 마무리해도 괜찮을까요?
내 스무 살, 사요나라.
* 종빈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2025년을 어떻게 마무리하실 계획인가요?
거창한 건 아니지만 ‘송년회’라고 이름을 붙여서 연말마다 만나는 친구들이 있어요. 올해도 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에요. 원래 자주 보는 친구들은 4명인데 이번에는 한 6, 7명 정도 모일 것 같아요. 신기한 게 그중에서 저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친구는 한 명밖에 없어요. 친구가 친구를 소개해 주고,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소개해 주고. 이렇게 해서 가까운 사이가 됐네요.
친구분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하는 생각들이 비슷해요.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라 서로의 생각을 읽기 어려울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그냥 딱 보면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를 빨리 눈치채는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공통감’ 같은 것이 있어요.
사실 대학교에 들어올 때 ‘공부 열심히 해야지’, ‘좋은 곳에 취직해야지’보다 ‘좋은 사람 많이 만나야지’가 1순위였어요. 졸업을 앞두고 돌아보면 이 목표를 잘 이룬 것 같아요. 학교생활을 하며 사람을 피만나다 보니 인생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몇 명 생겼거든요. 사실 ‘대학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대학도 충분히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모임 장소는 정해졌나요?
‘한잔더’라고 친구들과 늘 가는 맥줏집이 있어요. 맥주가 맛있어서 자주 가다 보니까 단골이 됐어요. 아마 거기 가 본 손님들은 다 공감할 텐데 사장님이 학생들을 잘 기억해 주세요. 저도 제 친구들도 그런 점이 감사하고 좋아서 계속 찾게 되고, 사장님과 얘기도 많이 나눠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작년 연말도 거기서 보냈네요. 사장님이 단골들을 불러서 떡국을 끓여 주셨어요.
연말 모임에서 어떤 얘기가 나올 것 같나요?
평소에도 자주 만나서 연말이라고 더 특별한 건 없어요. 전에는 연말을 명분으로 조금 더 크게 놀면서 “올해 이런 일이 있었다.”를 나누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올해는 제가 친구들에게 할 질문을 미리 준비해 놨어요. 저도 동생들도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조금 더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었거든요. 평소에 장난스럽고 쓸데없는 말만 주고받다가 이런 얘기를 하려니까 오글거린다고 뭐라고 할 것 같긴 해요. 그래도 막상 하자고 하면 잘 응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다들 속으로는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거든요.
* 윤하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졸업 전시와 함께 맞이하는 연말은 어떠신가요?
사실 저에게 해가 바뀐다는 건 그저 물리적으로 시간이 흐를 뿐이랄까요. 연말이 어떤 거창한 ‘종결’로 다가오진 않아요. 졸업 전시가 끝났다고 해서 마냥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바로 이어서 개인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거든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시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1월이 되어 있겠죠? 올해 12월은 마침표를 찍을 새도 없이 지나가네요. (웃음)
이번 전시는 단순히 무언갈 끝냈다는 해방감보다는, 저라는 사람을 깊이 파고드는 시간을 선물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어요. 내밀한 무의식을 영상으로 구현하고, 그 이미지가 왜 나왔는지 스스로 언어화했을 때 비로소 후련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연말과 상관없이 전시도, 저를 알아가는 과정도 현재 진행형이라 아직 연속선상에 있는 기분이에요.
2025년을 어떻게 마무리하실 계획인가요?
일단 전시를 잘 끝내는 게 우선이겠죠? (웃음) 그러고 나서 남은 일주일 동안 여행을 가거나 모임을 하기보다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디저트도 먹으면서, 제 마음을 하나둘 글로 정리하고 싶어요.
올해는 전시 준비로 정신없이 달리느라 제 감정을 기록하는 일에 소홀했거든요. 여태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미뤄놨던 생각과 감정들을 문장으로 정리하며 스스로 다독이는 연말을 보내려고요. 저한테 연말은 밖으로 에너지를 쏟아내는 게 아니라, 안으로 고요히 수렴하는 시간인 셈이죠.
앞으로 어떤 다짐을 하고 계신가요?
예전에는 정해진 카테고리 안에 저를 애써 구겨 넣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 궤도에서 과감히 벗어나 보려고요. 남들 말은 좀 안 듣고 타협도 안 하면서 막무가내로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문화예술과 교육, 기획을 아우르며 저만의 새로운 가치를 빚어내는 게 장기적인 목표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내년부터는 저 스스로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돌이켜보니 저 자신을 너무 엄하게 키웠더라고요. 늘 높은 기준을 세워두고 몰아세우기만 했는데, 이제는 치열하게 달려온 저를 따뜻하게 품어주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인터뷰어 동하 / 포토그래퍼 민
2025. 12. 20. 채원 님 인터뷰
인터뷰어 희주 / 포토그래퍼 채은
2025. 12. 14. 종빈 님 인터뷰
인터뷰어 진스 / 포토그래퍼 채은
2025. 12. 4. 윤하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