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 너머의 세상으로, ∑Experience

인터뷰어 희주 / 포토그래퍼 솔솔, 영랑

by 휴스꾸


* 지후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대학전쟁3’ 출연 이후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지난해 8월 중순에 촬영을 마쳤고, 하반기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의 두 번째 학기를 잘 마무리했어요. 갓 성인이 되었다 보니 요즘은 주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작년까지는 조기 졸업한 07년생 동기들과만 놀 수 있었는데, 이제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졸업해서 약속이 많아졌거든요. 꽉 찬 제 캘린더를 보면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직접적으로 느껴져요. 지난주에는 거의 일주일 내내 여행을 갔다 오기도 했어요.


스무 살이 되자마자 하신 게 있으신가요?


친구들이랑 건대에 있는 술집에 갔어요. 들어가면서 민증을 딱 보여드릴 생각에 나름 설렜지만, 막상 해보니 별 감흥이 있지는 않더라고요. 12시 ‘땡’ 하면은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갈 줄 알았더니 줄이 진짜 길었거든요. 밤 10시쯤 근처에서 당구를 치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이미 사람들이 줄을 쫙 서 있었어요. 그래서 급하게 나가봤는데 너무 추운 거예요.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일단 맥도날드에 들어가 앉아 있다가 그나마 줄이 짧은 곳을 골라서 기다렸어요. 그랬는데도 한 30분 뒤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기대했던 것처럼 ‘땡’, 그런 건 없었네요.






보통 방송 출연을 결심하기 쉽지 않잖아요.
‘대학전쟁3’에는 어떤 마음으로 지원하셨나요?


인생을 살면서 ‘미디어에 한 번쯤은 노출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늘 해와서 기회를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5월 말쯤, 동기들과 일미닭갈비에서 저녁을 먹다가 성균관대학교가 처음으로 ‘대학전쟁’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작가님들이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보고 섭외 연락을 돌리시는지 DM을 받은 동기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아직 연락받기 전이라 작가님과 소통 중이던 친구에게 소개해 달라고 했어요. 고등학생 때 정말 재미있게 봤던 프로그램이라 망설임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했어요.


방송에 나온 지후 님의 모습을 보고 어떠셨나요?


일단 제 목소리가 가장 다르게 느껴졌어요. 다른 사람이 듣는 제 목소리를 들어본 건 처음이니까 많이 신기했어요. 약간 하이톤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어서 '목소리를 좀 더 굵게 해야겠다' 하는 생각도 했어요. 목소리 외에 화면에 비친 제 모습에는 금방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헤어 메이크업도 해주시는 거죠?


네, 그것도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처음에는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해야 할지도 몰라서 “일단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다 점점 제 마음에 드는 느낌을 알게 돼서 다른 스타일도 도전해 봤어요.






방송에 나오는 지후 님을 본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놀렸죠. (웃음)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매력이 뭐냐는 질문에
‘볼콕’ 포즈를 하면서 “귀여움?”이라고 답하신 장면이 화제가 됐잖아요.


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친구들이 그 부분만 캡처해서 계속 보내더라고요. ‘대학전쟁’이 쿠팡플레이에서 릴스로도 많이 제작됐는데, 새로운 영상이 뜰 때마다 친구들이 바로바로 전달해 줬어요. 그걸 보면서 ‘되게 많이 봐주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방송에서의 활약과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계시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빠르게 늘고 있는데,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어떻게 다가오나요?


새로워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들어갈 때마다 몇 명이 더 팔로우했고 ‘좋아요’ 몇 개가 늘었고, 댓글은 몇 개가 달렸는지가 매번 뜨거든요. 방송이 공개된 금요일에 확실히 많이 늘었다가 수요일이나 목요일쯤에는 덜 느는 게 보여요. 이런 차이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또 ‘대학전쟁’이 해외에서 특히 바이럴된 프로그램이라 외국어 댓글들도 달리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DM이나 댓글이 있으신가요?


응원 DM을 정말 많이 받았지만, 그중에서 유독 길게 써주신 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보통 DM 창을 보면 화면의 반 정도를 채우는 게 일반적인데, 그 메시지는 스크롤을 세 번이나 내려야 했어요. 내용을 읽고 나니까 더 감동이더라고요. 나중에 힘들 때 꺼내 보면 도움이 많이 되겠다 싶었어요.






‘대학전쟁3’ 출연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인가요?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 참가자들이요. 훌륭한 역량을 가진 참가자들과 촬영하며 친해지고, 이후에도 이 커뮤니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에요.


사실 성균관대 팀 형들과도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가까워졌어요. 태훈이 형은 같은 동아리라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다른 두 형들은 진짜 처음 봤거든요. 파주에 있는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처음으로 다 같이 모였는데, 밴을 타고 함께 이동하면서도 계속 존댓말을 했던 기억이 나요.


합숙 첫날에는 보안상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었어요. 제작진분들께서 식사는 다 지원해 줄 테니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참가자들을 미리 보면 안 되기도 하고 사실 어떤 대학이 나오는지도 확실히 모르잖아요. 자칫 심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룸메이트였던 동재 형이 먼저 말을 놓자고 해 줘서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지고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촬영하면서는 항상 믿고 응원해 주는 형들 덕분에 힘이 났어요. 또 대기 시간이 자주 있었는데, 대화가 끊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틈이 날 때마다 형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거든요. 그런 시간이 쌓이면서 돈독해진 것 같아요.


다른 팀 참가자 중에 특별히 친하게 지내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


서울대 메디컬 팀 이승현 형과 가장 친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다 보니 괜히 친근감이 느껴져요. 그리고 알고 보니까 형 생일이 저와 딱 하루 차이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에 생일 파티도 같이 했어요.


다른 팀 참가자들에게 건강한 자극도 많이 받았어요. 우선 카이스트 팀의 강지후 형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저는 예전부터 형을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막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지후 형이 졸업생 신분으로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인상 깊게 봤어요. 저와 이름이 같은 데다 공부도 잘해서 카이스트에 갔다고 하니까 기억에 남았어요. 이번에 실제로 만나 보니까 여전히 멋있는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지금 교육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렇게 자기만의 길을 열정적으로 걷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바가 컸어요.


그리고 서울대 이공계 팀의 한종윤 형에게도 배운 점이 많아요. 그 형을 보면 물리라는 학문 자체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순수한 열의가 있는 사람을 볼 때마다 저 또한 제 분야에서 열정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요.






‘대학전쟁3’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장은 무엇인가요?


어떤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법을 배웠어요. 결승 2라운드였던 ‘수식 데스노트’ 때가 기억에 남아요. 플레이 시간이 워낙 길어지다 보니 도대체 언제 끝날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관성적으로 수식을 만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더라고요. 빅뱅의 ‘에라 모르겠다’ 같은 신나는 노래를 머릿속에서 돌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저희가 압도적으로 앞서갔지만, 상대 팀이 따라오더니 결국 동점까지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힘이 빠지고 ‘그냥 여기서 져서 빨리 끝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 순간 메인 작가님께서 해 주신 “서바이벌은 끈기 있는 사람이 이긴다”라는 말씀이 딱 생각났어요. ‘더 지니어스’에도 메인 작가로 참여하셨던 작가님께서 장동민 님 이야기를 하시면서 무엇보다 끈기가 있었기 때문에 우승이 가능했던 거라고 해주셨거든요.


그 조언 덕분에 다시 한번 집중력을 발휘했고 결국 저희 팀이 2라운드를 가져갈 수 있었어요.






쿠팡플레이 공식 계정에 올라온 TMI 프로필 답변 중 하나가 기억에 남아요.
본인이 똑똑하다는 걸 언제 처음 알게 되셨나요?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당시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어렵다 보니 엄마께서 인터넷 강의를 결제해 주시면서 듣고 싶은 걸 들어보라고 하셨어요. 그때 수학을 선택했는데, 선행이 아예 안 된 상태에서 중1 과정부터 고2 과정까지를 한 6개월 정도 만에 전부 수강했거든요. 특히 고2 수학에서 뭔가 재미를 느꼈는지 혼자 문제를 풀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 수학적 재능과 흥미가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생각이 없다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잡게 되었고요.


고등학교에서 어떤 학생이셨나요?


고등학생 때 교내 대회에 정말 많이 나갔어요. 친구들이 ‘상장 컬렉터’라고 부를 정도였어요. 입학 면접 때 면접관분들께 “학교에 들어오면 동아리나 교내 대회에 열심히 참여하겠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말을 지키고 싶었거든요. 상장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남들과 차별화되는 저만의 경험을 쌓는 것 자체가 큰 자산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1학년 때는 발명품 경진대회, 교내 창업대회, 실험 탐구대회 등 열리는 모든 대회에 나갔던 것 같아요. 궤도 님처럼 실생활에 관련된 과학을 설명하는 ‘과학 톡톡 대회’도 있었어요. 이런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내신까지 열심히 챙겼다는 점에서 스스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꼈던 시절이었어요.


어떻게 의과 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원래 공학이나 자연과학 쪽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원서를 쓸 때 수시 카드가 남았고 그때 아빠가 의대 지원을 권유하셨어요. 처음에는 싫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아빠의 설득을 받아들였고 합격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의대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의대를 졸업한다고 해서 단순히 임상적인 환자 진료를 하는 의사의 삶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뇌 과학 쪽으로 제가 생각해 오던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대학 생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모토는 '다양한 경험을 하자’예요. 조금 더 날카롭게 말하자면 ‘I don’t wanna be one of them’이에요. ‘대학전쟁3’ 출연 역시 방송이라는 점에서 흔히 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다양하게 해보면서 저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찾아나가고 싶습니다.






인터뷰어 희주 / 포토그래퍼 솔솔, 영랑

2025. 1. 28. 지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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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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