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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Sep 12. 2022

[휴스꾸 요모조모] 추석에 떠오르는 추억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휴스꾸의 요모조모> 운영진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한 줄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휴스꾸의 다양한 취향을 함께 나눈다면 저희의 인터뷰를 더욱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일곱 번째 휴스꾸 요모조모는 휴스꾸 운영진이 추석에 떠올리는 추억을 알아보려 해요. 해마다 추석의 모습이 다양해져 가지만, 늘 차례를 지내는 모습 속에도 가족마다 다른 모습이 분명 있죠. 그리고 그 모습에서 각자 추석 하면 떠오르는 분위기와 추억의 모습도 각양각색일 겁니다. 오늘은 휴스꾸의 추석을 소개합니다.



데이 |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는 식혜요. 먹지 않으면 추석을 쇤 것 같지 않아요. 어렸을 적에 사촌들과 각자 주걱들을 들고 치른 식혜 쟁탈전을 통해 얻어낸 식혜 맛이 정말 달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은 다들 외국에 많이 가 있어서 비교적 평화롭게 먹을 수 있는데도 할머니는 저희가 싸울까 봐 넉넉히 만들어놓았다며 얼른 오라고 전화하셔요.


또트 | ‘이 많은 음식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라는 고민이요. 추석에 큰 집에 들렀다 오면 갈비부터 갖가지 반찬 그리고 다양한 전까지.. 정말 감사하게도 두 손 가득 집으로 음식들을 가지고 오는데요. 첫날, 둘째 날까지는 정말 맛있게 먹는데, 그 이후부터는 맛도 예전보다 덜 해지고 기름기 많은 음식들이라 점점 물리다 보니 이걸 어떻게 다 해결해야 하나 싶은 고민이 들더라구요•• 이번 추석도 어떻게 할지 참 고민이네요. 그래도 이번 주는 뭐 먹을지, 음식 걱정은 없겠어요!


아뵤 | 올해 추석에는 콘서트에 갔어요. 천장이 뻥 뚫려 있는 공연장이라 하늘이 잘 보였는데, 밤이 되니까 보름달이 높이 떴어요. 보름달 아래에서 선선한 바람맞으면서 예쁜 노래들을 들으니까 정말 행복했어요.


알라 | 매년마다 동그랑땡, 동태전, 꼬지전, 깻잎전을 가족끼리 분담해서 만들어요. 고소한 기름 냄새는 온 집안에서 풍기고요. 마트에서 파는 동그랑땡도 맛있다고 생각하는 저는 쇼핑카트에 슬며시 두 봉지 정도 담아보려 했지만, 동생은 꼬오옥 집에서 만든 게 맛있다며 안된다고 만들어달래요. 계란물 열심히 입히고 전 한입 먹고 막걸리 한 모금 마시고. 둥근 보름달에게 대충 소원도 빌어보고 추석을 보냅니다.


윪 | 명절엔 푹 쉬고 싶어서 설령 할머니집이라도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어요. 내려가면 강제로 바른 생활하게 되거든요. 모두가 분주한 아침에 홀로 늦게 눈 뜨고 어리둥절한 기분. 그래도 평소보단 훨씬 일찍 일어나는 거예요. 밥 먹고 자전거 탔다가 강아지랑 노는 거 세 번 반복하면 추석 끝~


은빛 | 어린 나이에 눈치껏 전을 부치지 않어도 되고 무얼 해도 할머니 이쁨만 받던 때. 한창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하던 시절이라, 티브이만 틀면 신민아 이승기가 나왔어요. 밤톨을 그릇에 담뿍 담아 티브이 앞에 앉아요. 숟가락으로 야무지게 퍼 먹는 밤은 맛나고, 깔고 앉은 장판은 따숩고. 추석 하면 구미호와 밤맛이 그렇게 생각나요.


졔졔 | 4~5년 전까지만 해도 추석이면 꼭 외할머니의 도라지 무침을 먹었어요. 사실 도라지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외할머니가 해주신 도라지 무침은 전이랑 먹으면 정말 맛있었어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편찮으셔서 요리를 거의 못 하시다 보니 그 맛에 대한 기억이 점점 가물가물해져 가더라고요. 새해까지만 해도 몸이 회복되었다고 하시길래 올 추석에는 먹을 수 있나 내심 기대했는데.... 그 순간은 잠깐이었고 이제는 평생 그리운 추억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요. 예전의 그 맛도 기억도 함께요.


칠칠 | 추석 하면 첫째의 의기양양함이 떠올라요. 제가 본가와 친가에서 첫째고, 외가에서는 셋째인데 손윗사촌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실질적 첫째거든요. 항상 양가에서 우리 칠칠이 고생 많다~ 우리 칠칠이는 뭐든 잘하니 걱정 없다~ 는 이야기를 들으니, 추석이 제겐 자존감을 만땅으로 채우는 기간이에요. 부담감은 없냐구요? 그런 것도 즐겨야 비로소 첫째인 법이죠.


콩알 | 한 열 살 때 즈음이었나. 사실 추석이었는지 설날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요. 무튼 명절이라 온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는데 작은 엄마가 해주신 갈비찜이 너무 맛있어서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도대체 어떻게 이런 환상적인 갈비찜을 만드셨는지 여쭤본 기억이 있어요. 엄마가 그러는 제 모습을 보셨는지 그 이후부터는 명절 때마다 빠짐없이 꼭 갈비찜을 해주시더라고요. 이번 추석에도 사랑이 듬뿍 담긴 갈비찜을 배 터지게 먹었네요.


필재 | 할머니 산소에 식당이 하나 있는데, 거기 제육이랑 김치가 기깔나게 맛있어요. 올해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호호 | 추석날 추억. 제가 5살 때, 친척 어른이 주신 1000원 한 장을 들고 사촌 형누나들이랑 슈퍼를 갔어요. 딱 인원수만큼 들어있는 공룡모양 젤리를 사서 하나씩 나눠먹었는데, 사촌 형(서열 4위)이 자기 젤리를 바닥에 떨어트려서 서럽게 울었어요. 근데 사촌누나(서열 1위)가 자기 꺼를 주고 다 같이 달래줬어요.




올해 추석에 뜬 보름달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노력했어요. 카메라를 줌 인하고, 초점을 조정하고, 화질을 높이는 등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던 것 같아요. 여기저기 홈페이지를 참고하기도 했고요. 마음에 든 달 사진은 결국 한 장도 건지지 못했지만요.


문득 아이의 돌잔치를 녹화하는데 집중하느라 정작 두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 가장 또렷하다는 걸 잊는 부모님 사진이 떠올랐어요. 저도 그 찰나를 가두려 정신이 팔린 나머지 이 두 눈으로 보는 달이 가장 아름답다는 간단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다음 추석에는 제 눈으로 달을 봐야겠습니다. 매일 한가위만 같으라는 마음만으로 추석이 풍성해지는 것처럼, 바라봄 하나만으로 달님을 시야에 곱게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휴스꾸의 요모조모>

추석에 떠오르는 추억 | 인터뷰어 칠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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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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