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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Nov 02. 2022

기본을 지키는 빵

인터뷰어 칠칠 / 포토 필재



* 혜화역 가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빵집, Salt24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솔트24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이 대학로는 저 아래서부터 저 위 구간까지가 차량이 안 다니는 데였어요. 마로니에 공원에 상권이 조금 있었고, 아래는 전부 주택들이었죠. 저는 어릴 때 그런 동네를 돌아다녔어요. 그래서 대학로의 사정을 알고 있었는데, 제 동생이 대학로에 매장이 하나 남는 게 있다고 말해서 보자마자 여기다, 싶었어요. 주변에서는 어떻게 여기에 빵집을 하냐고 말렸어요. 더군다나 저희 위치가 대학로 끝자락이잖아요. 그래도 ‘이건 망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건물 구조가 제가 상상도 못 하던 구조였어요. 일본식 건물 구조를 가진 매장에서 프랑스 빵을 만들어 팔면 미스매치가 가져오는 재미가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조금만 잘하면 대학로 위쪽에 있는 큰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들어맞았죠.






빵 만들 때, 가장 많이 하시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기본을 지키는 것. 무슨 일을 하든지 기본을 지키면서 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

   

    저는 반죽을 만들 때 이스트를 쓰고, 폴리시를 써요. 그럴 때 이미 계산을 다 해요. 얘네들이 반죽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시간이 지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최종 결과물까지요. 정말 어려워요. 그래도 전 제 시간을 빵에 두고 작업해요. 제빵을 오랫동안 잘하신 분들은 빵에 자기 시간을 준다고 해요. 빵을 자기 시간에 맞추지 않아요. 만약 나에게 빵의 시간을 맞춘다면 빵에 손을 대기 시작하죠. 오늘 반죽을 만들었는데 반죽 온도가 생각한 만큼 올라가질 않아요. 그럼 1차 발효 시간이 두 배, 세 배씩 길어져야 해요. 그런데 그걸 기다리지 않죠.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은 빵을 갖고 빵을 만들어요. 그러면 당연히 이상한 빵이 나오고, 그 빵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어느 순간부터 빵을 먹으면 불편해서 점점 멀리하게 되는 거죠.






좌절감을 이겨내는 방법


    솔트24는 제 아홉 번째 가게예요. 20대 후반에 첫 장사를 시작해서 40대가 될 때까지 그런 생각을 처음 했어요. 이전 장사들이 실패한 원인과 그 실수들에 대한 생각이요. 그런 생각이 40대 초반이 넘어가면서 한꺼번에 들어오고 실패를 마주하는 게 되게 힘들었어요.


    그런데도 제 성격이 절 계속 도전하게 했죠. 에너지 넘치고, 뭔가를 계속하고 싶고, 호기심이 생기면 잠 못 자는 사람들 있잖아요. 제 성격이 그래요. 그래서 20대 후반에 인터넷 쇼핑몰을 하고 싶어서 시력이 2.0에서 0.8까지 떨어질 때까지 인터넷 사이트를 하루 20시간씩 찾아보면서 사진을 공부했어요. 쇼핑몰에 올리는 사진을 타 사이트에 비교했을 때 비슷하게 만들려면 사진작가랑 얘기를 해야 하잖아요. 근데 사진작가들이랑은 제가 원하는 구도에 대해 이야기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눈이 나빠질 때까지 공부하고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다 생각이 짧았죠. 사업 아이템의 본질이 중요한 건데 사이드에만 힘을 준 거예요. ‘내가 사진을 잘 찍었으니까 잘 팔리겠지’라는 짧은 생각을 했으니 잘 될 리 없죠.






크루아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렇게 다시 기본을 되찾는데 10년 넘게 걸렸어요.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빵에서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왔어요. 기본에 충실하자, 내가 만드는 빵이 정말 제대로 만들어진 빵인가,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묵직한 빵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어떤 빵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까 정통 프랑스 빵인 크루아상에 다다른 거죠.


    그리고 기본이 되는 집이 되자는 생각과 함께 빵을 만들고 있어요. 좋아하는 음식 중에 나에게 기준점이 되는 집이 있잖아요. 어딘가 평가를 할 때 내 기준에서 평가하잖아요. 그 기준이 되자는 생각이에요. 제가 식빵을 되게 잘해도 식빵을 하지 않고 크루아상을 선택한 것도 누군가의 기준점이 될 자신이 안 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는 크루아상으로 저희 손님들에게 그 어려운 기준점이 됐죠. 내가 크루아상을 어느 정도 먹었는데 솔트24가 가장 맛있다, 아니면 솔트24만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나요. 그럼 저희도 재료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발전할 수 있고요.






가장 따뜻한 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빵에 의미를 부여하는 단계는 지난 것 같아요. 제게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인 거예요. 그게 무슨 뜻이냐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나랑 같이 내 매장에 소속된 직원들이 같이 어울려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직원을 급여를 주고 수익이 없어서 제가 손해를 봐도 감사하죠. 이번 달에도 직원들 급여를 줄 수 있을 만큼의 일을 했다는 뜻이니까요.


    전 정말로 경제적인 게 첫 번째예요. 제가 당장 매출을 만들지 못하면 전 먼저 직원을 줄여야 해요. 줄이다, 줄이다 안되면 재료를 저렴한 걸 써야 해요. 그때는 정말 비참해져요. 내가 쓰고 싶은 재료, 좋아하는 재료를 못 쓰고 타협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인터뷰어 칠칠 / 포토그래퍼 필재

2022.09.11 Salt24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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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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