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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Nov 17. 2022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인터뷰어 숩 / 포토그래퍼 콩알




* 성균관대학교 재학생 김기용 학우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엄청 옛날이긴 하지만 저는 초등학교 때까지 엄청 소심했어요. 그때는 반장 하는 건 생각도 못하고 그냥 학교에서 흔히 있는 학생 정도로 조용히 지냈어요. 근데 초등학교 3학년 때 한 친구가 저한테 진짜 드라마처럼 축구공을 딱 들고 와서 “축구하자.”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그 장면이 저는 아직도 기억나요. 그때부터 제가 축구를 시작했어요. 그땐 당연히 처음이니까 잘하지도 못했는데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 아마 제 성격이 변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3학년 그 순간이 저를 바꿔 놓으면서 축구가 시작됐어요.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 같아요. 그때 제가 축구부 주장을 맡게 되면서 책임감이 생기고 뭔가 축구에 더 몰입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축구가 싫어서 시작한 것도 아니다 보니 계속하게 되고, 또 나름 재능도 보이는 편이라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도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축구가 재미가 없었다면 그만뒀겠지만 팀원들하고 으쌰 으쌰 하는 것도 좋고 다 같이 땀 흘린 뒤에 밥 먹는 시간들이 좋아서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축구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 같이 뛰고 다 같이 좋아한다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저한테는 아무래도 그게 아니면 스포츠를 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초긍정 파라서 이번 대회에서도 2패로 탈락을 했지만 정말 즐겁게 시그마 회식을 했거든요. 끝나고도 그냥 ‘우리 져도 된다. 같이 있는 사람들이 좋지 않냐. 분위기는 우리가 이겼다.’ 이러면서요. (웃음) 저는 이기고 지는 걸 떠나서 그냥 다 같이 한다는 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학교 내에서 좋아하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운동장이요. 제 자취방이 바로 밑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학교를 올 때에도 운동장 뒷길로 올라와요. 그냥 이렇게 운동장을 지나가는 것도 좋고, 제가 수업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기도 해요. 추억이 많은 곳이라 운동장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대학 합격의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제가 브라운아이드소울 콘서트를 보러 가는 길 택시 안에서 합격 결과를 받게 됐거든요. 택시 안에서 기사님과 함께 기뻐했어요. 그날이 나얼 님이 바람 기억을 처음으로 라이브로 부르신 날인데 그게 귀에 안 들어왔어요. 그냥 너무 기뻐서 계속 핸드폰만 보느라 콘서트를 제대로 못 즐겼죠.  

제가 받았던 첫 밥약은 시그마 FC라는 축구 동아리 선배님께서 해 주신 밥약이었는데 그 장소가 지금은 없어진 대포 찜닭이었어요. 밥 먹고 같이 올라와서 축구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후배에게 해준 첫 밥약도 찜닭집이었네요. (웃음) 



대학생활 동안 나는 어떻게 변화한 것 같나요?


    일단 제일 처음에 입학했을 때는 책임감 없는 좀 모습도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냥 마냥 다른 사람들하고 함께하는 게 좋아서 다양한 자리를 맡았는데 사실은 제가 그럴 역량이 안 됐던 거죠. 그래서 다양한 부분에서 저도 실수도 많이 하고 여러 개의 단체를 관리하다 보니까 놓치는 부분도 많았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걸 관리하는 법을 배웠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질타도 있었고 비난도 있었지만 그런 걸 바탕으로 성장한 것 같아요. 그렇게 다양한 활동들을 하다 보니까 이제 그 다양한 활동들을 동시에 관리하는 법을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지금처럼 학생회도 하면서 축구부 주장도 맡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있게 됐어요. 






대학생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나요?


    한 순간으로 뽑지 않고 그냥 2022년도라고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군대 복학하고 난 2020년도, 2021년도에 코로나가 엄청 심했거든요. 그래서 그동안은 사실 학점 관리, 인턴, 학점 관리, 인턴 이렇게 2년을 그냥 반복했어요. 그러다 보니 2022년도에는 공부에 대한 흥미도 살짝 떨어지고 다양한 활동도 해보고 싶어서 학생회도 시작하고 축구부 주장도 다시 맡게 된 건데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제가 봉사동아리 회장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 전 선배님들 연락처를 보니까 엄청 끊겨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각 학번 대표 선배님들께 연락을 돌려서 다 채워 넣는 작업을 했어요. 지금은 00학번 선배님들부터 다 연결이 되어 있거든요. 그걸 바탕으로 진행한 2016년도 11월 홈커밍이 진짜 대박이 났고 선배님들도 너무 좋아해 주셨어요. 그 이후 주점에도 와주셔서 돈도 지원해주시고. 저 자신도 선배님들과 연결이 되니까 다른 활동을 할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그렇고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다양한 경험이나 진로 면에서 동아리 신입생 친구들에게도 엄청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선배님들을 많이 연결해 놓은 것만큼은 잘했다 싶어요. 한 명이 해 놓기가 어려운 거지, 한 번 이어지면 계속 이어지니까요. 지금도 잘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뻐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성대 자체가 저의 터닝 포인트인 것 같아요. 성대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 봤고, 그리고 지금도 학교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하고 있고. 끝나고도 받은 만큼 돌려주고 학교에 더 헌신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경영학과가 규모가 크다 보니 사람들을 더욱 다양하게 만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또 반장이라는 제도가 있다 보니 반장을 하면서 지금의 성격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질문을 답하는 게 조금 부담스러운 게, 제가 꼰대가 된 것 같아요. (웃음) 왜냐하면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저는 그냥 사람이 너무 좋아서 이런 활동들을 했던 거고. 굳이 꼽자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일단 뭐든 많이 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돌려 쓸 이야기도 많아지고 맞출 수 있는 방향도 다양해지거든요. 자기가 진로를 딱 정해서 그쪽만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경험을 다양하게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바라보는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저는 1, 2학년 때 꿈과 지금 진로가 당연히 다르고 지금 자소서를 쓰다가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너무 한 곳만 바라보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기. 대신 챙길 학점은 조금 챙기기.






졸업식날 받고 싶은 선물이 있으신가요?


    후배들이 장난 삼아 해준 이야기들이 있거든요. 제가 졸업하는 날에는 자기들이 뭘 빌려서 뭘 띄우겠다, 경영관에서 꽃을 뿌리겠다. 지금 그 친구들이 얘기했던 것만 지켜주면 이미 역대급 졸업식이 되지 않을까요. (웃음) 따로 받고 싶은 건 없고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와줬으면 좋겠어요. 



학교 인근 사장님들을 비롯한 많은 성대 학생들이 기용님을 엄청 좋아하시는데,
 자신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제가 사람을 좋아해서 그 사람들도 저를 좋아해 주는 것 같아요. 제가 사람들을 좋아하다 보니까 그 사람들도 그런 성격을 알고 저를 좋아해 주는 것 같고, 또 그렇게 함께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단체 자리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술집이나 밥집 가게 되는 것 같아서 사장님들과도 연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 많으셨던 만큼 힘든 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음, 저는 애초에 힘들다고 안 할 거였으면 어떤 자리를 맡지도 않았을 거고 어차피 제가 선택해서 맡은 일들이기 때문에 항상 즐거웠어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요. 그리고 약간 사람 성향 차이가 아닐까 생각을 하는데 저는 사람한테 스트레스를 거의 안 받고, 일을 하거나 다른 곳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오히려 사람을 만나면서 풀거든요. 그래서 저는 집에 있는 시간이 진짜 자는 시간밖에 없어요. 할 일 없으면 학생회실에서 혼자 공부하다가 애들 오면 같이 떠들거나 아니면 카페 가서 일하다가 친구들을 불러 모아요. 오히려 일로 받는 스트레스를 사람으로 풀지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피로가 누적됐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시는 게 무엇인가요?


    진짜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아무리 돈을 많이 주는 직업이어도 혼자 하라면 절대 일을 못할 것 같아요. 차라리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하고 일하는 게 좋고, 조금 안 맞는 사람이어도 사람하고 일을 하는 게 좋아요. 혼자 컴퓨터 하고 일하고 있으면 너무 힘들 것 같고 그게 진짜 제일 힘들 것 같아요. 저는 그 사람이 착하든 좋든 나쁘든 게으르든 뭐 어떻든 그냥 그 사람하고 일한다는­­­­­ 자체가 좋아요.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어색한 상황들을 원활하게 대처하는 비법이 있을까요?


    사실 처음 만났을 때 할 얘기들이 조금 정해져 있거든요. 성향 파악이나 취미 파악 같은 이야기들을 처음에 주고받는 게 제 대화 패턴이 된 것 같아요. 그런 질문들을 해서 대화를 유도하고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하고, 공통점이 생기게 되면 그것에 대해 계속 얘기를 이어 나가요. 공통점이 없다면 그냥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경청해줘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사람은 어차피 죽어서 이름만 남기니까 제 이름이 모두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저를 만났던 사람들에게는 다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그냥 술자리에서 한 번 본 사람일 수도 있고, 저와 축구를 1년 같이 한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학생회를 1년 같이 한 사람일 수도 있는 것처럼 만남이 엄청 다양할 텐데 그 모든 사람들에게 그냥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어 숩 / 포토그래퍼 콩알

2022.11.14 김기용 학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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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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