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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Dec 20. 2022

잡음과 함께 흘러가는 삶

인터뷰어 펭귄 / 포토그래퍼 필재



*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학우 C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동사로 저를 표현한다면 '흘러가다.'인 것 같아요. 가벼운 마음으로 로스쿨에 들어왔는데, 굉장히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환경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스스로 동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내면의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사람이 아니라서, '어쩌다가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로스쿨에 오게 되었을까'라는 고민을 해봤어요. 삶에서 여러 가지 일들도 있었겠지만, 결국에는 제 안에 있던 경향성이 유지되면서 흘러온 것이 그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크게 봤을 때는 흘러가지만, 그 안의 잡음들은 많이 있어요. 자신 안에서의 논쟁이라고 말하는 게 맞겠네요. 내면의 선택과 판단 과정에서 하기 싫은 것들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는 잡음들이죠. 따라서 이 경향성은 방향성이라는 약간의 인위적인 요소가 가미된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방향을 정했다면 결국 그곳으로 향하는데, 그 힘 자체는 제 경향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죠. 제가 가미한 인위적인 요소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더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힘인 것 같아요.






    면접에서 양자물리학과 법조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게 무슨 관계냐'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양자 물리학은 당시에 말도 안 되는 소리였어요.


    법조인보다는 전문가에 방점을 두고 있어요. 물론 처음에는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가가 되자'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배우면서 법조인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기르지 않는다면 단순히 '전문성이 없는 법조인'이 아니라, 자격의 미달임을 알게 됐어요. 그러나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 겸손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해요. 과연 내가 생각한 게 맞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곱씹는 게 제가 스스로에 대한 과신을 경계하는 방법이에요. 그래야 전문성을 갖추고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건전한 토론의 장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죠.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손해 보는 성격’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성격을 스스로 좋아하기도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말 못 하고 손해 보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들을 크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타인에게 무조건적으로 퍼준다는 소리는 아니에요.

 

    내가 목소리를 내는 것의 여부에 따라 수동성을 판단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단계에서 충분히 자기 주도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목소리를 못 내는 것이 아니라, 내지 않는 것이니까요. 내면의 소신이 있으면, 밖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억울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좋아해요. 적절한 고립감과 새로운 자극이 있는 한편 의무는 없는, 그런 가벼운 마음에서 오는 편안함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여행지에서는 그런 타자가 되는 거니까. 해외여행은 아무래도 좀 배경과 풍경이 생경하고 다채롭잖아요. 국내는 익숙한 만큼 새로운 자극이 덜한데, 상대적으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어줘요. 뭔가 어렸을 때는 제 주변 세상이라는 게 너무도 익숙하잖아요. 다 똑같은 말을 하고, 비슷하게 생기고, 똑같이 김치 먹고, 똑같이 신발 벗고 집에 들어가죠. 그런데 여행을 가면 먹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사고도 다르잖아요. 이게 새삼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고, 그런 다양성에서 오는 자극들이 좋았어요.






    사람한테는 마지막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이런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도 해 봤어요. 정답은 사실 아직도 정하지 못했어요. 최근에 악동 뮤지션의 이찬혁 님이 한 인터뷰를 봤어요. 그 인터뷰에서는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사라졌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저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흔적 없이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 강한 인상이 남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사라지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웃음), 어떤 방법이든 멋있는 방법으로 삶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삶을 마무리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어 펭귄 / 포토그래퍼 필재

2022.11.26 C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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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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