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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Dec 21. 2022

끈끈한 정이 모여서

인터뷰어 졔졔 / 포토그래퍼 봄봄




* 성균관대학교 약학관 안내데스크원 주정애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혜화 쪽으로 직장을 다녔어요. 이화동 사거리 아세요? 이화동 사거리 대각선으로 보면 정림건축이라고 건축 설계 사무실 있어요. 거기 다니면서 이제 가끔 연극도 보고 또 걸어서 동대문 쇼핑도 다니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 후로 결혼하고 회사를 2년 정도 다니다가 계속 전업주부로 살았어요. 제가 원래 3년 정도 남편 따라 독일에 갔었거든요. 독일에 있다가 원래 살던 동네를 안 가고 수원으로 새로 이사를 왔죠. 그러다 보니 아는 사람도 없어서 지루하던 찰나에 우연히 예전에 알던 지인분을 만났는데 성대 보안팀에서 근무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로 마침 보안팀에 자리가 나서 일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혜화에 계셨고 지금은 수원에도 계시니까 선생님은 성대와 조금 연이 있는 것 같아요.


    근무하면서 내가 성대랑 인연이 좀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남편이 성대 89학번 기계공학과 졸업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취업했을 때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집에 가면 맨날 힘들다고 하니까 남편이 한 번 도서관에 온 적이 있어요. 졸업생들도 올 수 있거든요. 그래서 게이트에 서서 저를 보고 있거나 이따금 도서관 지하에 공부하러 오고 그랬었죠. (웃음)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도서관 지하에서 3년 정도 근무했어요. 다음에는 제1공학관에 1년 있다가 또 제2공학관에 한 달 있다가 10월부터 약학관에서 일하고 있어요. 


    일하는 거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지루하게 집에만 있다가 학생들도 만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일단 성대 학생들이 너무 착해. 여기 근무하시는 행정실 직원분들이나 다른 선생님들이나 늘 하는 얘기가 여기 학생들 너무 착하다고 얘기 많이 해요. 



세 곳에서 근무하셨는데 약학관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여기는 약학관 학생들만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약학관 학생들만의 끈끈한 정이 있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들었거든요. 그리고 막상 내가 근무하는데 학생들이 인사도 잘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이더라고요. 내년 2월에 약시 시험이 있나 봐요. 근데 그 밑에 기수 학생들이 일렬로 모여서 선물 증정식도 해주더라고요. 굉장히 가족적인 분위기예요.


    그리고 얼마 전에 투표한다고 여기 약학과 회장, 부회장 후보 둘이 와 먼저 팸플릿을 전해주면서 저에게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때 먼저 인사를 건네줘서 무척 감동받았어요. 그래서 힘내라고 했죠. (웃음) 그 친구 둘 다 언제나 인사도 잘하고 맨날 잘 웃고 다녀요. 약학관에는 왜 이리 좋은 분들이 많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자주 말씀을 하시나요? 


    근래에 큰딸한테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요. 내가 큰애 키울 때는 거의 집요하게 돌봐서 성적이 조금만 안 나와도 압박을 많이 주고 칭찬도 잘 안 해줬었거든요.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애인데, 좀 후회가 많이 되고 미안하더라고요. 칭찬도 좀 많이 해주고 그냥 좀 맡길 걸 믿고 맡겨 볼 걸, 좀 이해해 줄 걸, 내가 왜 이렇게 그렇게 밀어붙였나. 이런 생각이 막 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들어서는 사랑 한다, 나는 너 믿는다 이런 얘기를 해요.

아들은 딸 하고는 또 달라요. 큰애는 첫째고 딸이라 그런지 몰라도 좀 따라오긴 했는데, 아들은 큰 애 한 것처럼 똑같이 해도 자꾸 엇나가더라고요. 이제는 좀 많이 이해해 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자녀분들과 주로 어떤 대화를 하시나요?


    예전에는 ‘공부만 열심히 해라’ 이런 얘기를 했는데 요즘은 조금씩 바뀌어서 ‘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많이 말하는 것 같아요. 그냥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은 거 하라고 얘기해요. 특히 우리 딸 같은 경우도 알바를 너무 열심히 해서 지금 일 안 해도 대학교 졸업하면 계속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이렇게 너무 일하지 말고 조금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대학 생활 좀 즐겼으면 좋겠다. 이런 느낌으로 많이 말하는 것 같아요.






남편분을 따라 독일 갔을 때 어떠셨어요?


    저는 처음에 별로 가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말도 잘 못하고 그냥 한국 생활이 너무 좋은데 왜 가야 하나 했는데, 가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가고 나서 생활하고 돌아올 때는 또 오기 싫어서 막 울었어요. 우리가 한 주재원이 4~5년 정도 있는데 그사이에 사람들이 오면 또 누군가는 가고 그랬거든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길 여사가 먼저 한국으로 갔어요. 진짜 친한 사람이 가고 나면 굉장히 우울해지는 게 좀 있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여기에 새로운 사람이 와도 사람 사귀기가 사실 그렇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드라마 얘기 같은 걸로 대화하고 그랬죠. (웃음)


이렇게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면 굉장히 울적한 감정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그런 감정을 좀 오래 간직 안 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인간관계를 나랑 약간 안 맞지만 그래도 유지하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했는데 지금은 억지로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든가 나랑 안 맞는데 노력하지 않고 그런 미련을 안 주려고 하니까 마음도 편하지. 그래서 이제는 관계에 노력하지 않고, 약간 흘러가는 느낌으로 지내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인생 목표가 무엇인가요?


    인생 목표라기보다 정년을 채워서 그만두면 제빵을 꼭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제빵을 배우고 그다음에 여행을 가거나 제가 살았던 독일에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어요. 사실 그곳이 너무 그리워서.






인터뷰어 졔졔 / 포토그래퍼 봄봄

2022.11.16 약학관 안내데스크원 주정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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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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