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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an 21. 2023

해량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어 안나 / 포토그래퍼 필재



* 성균관대학교 이강 과의 인터뷰입니다.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점점 취향이 생기는 것 같아요. 보통 해외 고전을 많이 읽다가 지난 학기 희곡 강의를 듣고 나서는 희곡을 최근에 제일 많이 읽은 것 같아요. 글의 경우에는 문체가 따뜻한 것을 좋아해요. 글을 자주 보고, 깊이 들여다보면 이건 조금 둥그런 문체다, 아니면 이건 딱딱하다 정도의 구분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그 중 둥그렇고 따뜻한 문체를 좋아해요.


    잘하는 게 몇 개 없는 대신, 이것저것 보통은 다 했던 것 같아요. 웬만해서 특별히 못하는 게 딱히 없었어요. 그러니까 잘하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는 거죠. 그러고 보니 밥 벌어먹고 살 게 없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글 쓰는 거는 어렸을 때부터 그나마 잘해왔던 것 같아요. 또 좋아했고요. 스트레스 받을 때 글을 쓰면 기분이 한결 좋아져요. 심리학적으로 글을 쓰면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복잡한 문제를 어떤 것으로 명징해내는 순간 추상적이었던 문제들이 선명해지게 되고, 그 순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글로써 이러한 것들을 정리해나가는 게 참 좋아요.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신가요?


    대학을 글 쓰는 전형으로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시는 못써요. 시는 보면 볼수록 천재들의 문학 같아요. 그 벽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산문 같은 경우엔 짧게 짧게 쓰면서 재미를 느꼈고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여전히 긴 이야기를 완성시킨다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누군가를 매료시킨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기자를 준비 중인데, 기자분들도 작가를 많이 하시니까 나중에 특파원 가서 글 쓸 생각을 하고 있어요. 관련해서 지금 인턴을 하고 있는데 선배님들의 말을 귀담아듣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자기 직업을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는데, 직장 상사 한 분께서 기자로 사는 게 행복했다고 이야기하시는 걸 듣고 그 말이 되게 크게 와닿았어요. 자신의 삶이 행복했다는 말을 듣고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직업은 어떤 직업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죠.


    또, 개인적인 꿈이 있어요. 친구들을 참 좋아해요, 그리고 집 꾸미는 것도요. 그래서 나중에 집에 바를 만들고 싶어요. 메뉴판 걸어놓고 작은 테이블 하나 두고 친구 한두 명씩 불러서 맛있는 거 해서 LP 틀어놓고 즐기는 그런 소소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집 디자인도 생각하고 혼자 커튼 색깔 골라놓고 동대문 원단 시장 돌아다니면서 원단도 보면서 나름대로 구체화시켜나가고 있답니다.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버텨야 한다”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버텨야 해요, 뭐든지.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지 확신은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버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거예요. 저를 움직이는데 심한 마찰이 있을 때도 있어요. 그걸 어떻게라도 견뎌내야지 부스러기라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깔린 내 시체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서 버티는 그 자세가 굉장히 중요한 자세 같아요.


    그리고 친절한 태도요. 누구나 다들 이야기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 서사가 그분들의 못다 이룬 꿈일 수도 있고, 목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사연이나 슬픔일 수도 있는데 내가 그걸 다 모르니까 일단 기본적인 자세는 친절이었으면 좋겠어요.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다 보니 떠오른 말이 있어요. “해량해 주세요.”인데, 원래 용서를 구할 때 쓰는 말이잖아요. “바다같이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십시오”라는 뜻인데, 이 말이 타인에게도 그렇고 저한테도 되게 좋은 말인 것 같아요. 남한테도 나한테도 해량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어 안나 / 포토그래퍼 필재

2023.01.11 이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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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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