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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pr 04. 2023

만남과 헤어짐

인터뷰어 지민, 아뵤 / 포토그래퍼 윤슬



*성균관대학교 근처 소품샵 THINGS 34 사장님과의 인터뷰입니다.





회사 다닐 때랑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변수를 덜 반가워하게 됐어요. 회사 다닐 때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제가 있었으니까 오히려 더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전날 과음해도, 오늘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져도 반차를 쓰면 됐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혼자 일하다 보니 제가 없으면 바로 문을 닫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일상을 벗어나 툭 튀어나오는 것들이 반갑지 않게 됐어요.

  그래서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도 엄청 신경 썼어요. 회사 다닐 때는 코로나 걸리면 일주일 쉰다고 좋아했었는데 이젠 그러지 못하니까요. 취미 생활이었던 자전거도 어느 정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다치면 안 되니까요.     


소품샵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소품샵은 아내가 해보고 싶었던 영역이고, 카페는 제가 해보고 싶었던 영역이에요. 대학생 때 카페 알바를 오래 하기도 했고, 맛있는 커피를 팔고 싶었거든요. 원두도 직접 고르고 로스팅도 하고 그렇게 해서 팔고 있어요.

  회사를 그만둘 즈음 이직과 사업 중 고민하다가 띵즈34를 열게 되었어요. 원래도 나이를 좀 먹은 후에 1층은 카페 겸 작업실, 2층은 집 이런 식으로 공간을 꾸리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그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띵즈34 매장을 선택했어요. 나중에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사업의 베타테스터 같은 느낌입니다.     


띵즈34 매장에 애정이 엄청 크신 것 같아요.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긴 했어요. 다른 곳에는 없는 상품을 들여오려고 노력했거든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님 작품을 오프라인으로는 처음 입점하기도 했고요. 그 이후로 작가님도 띵즈34도 각자 서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요.    



매장을 운영하시면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을 텐데요.
이 순간들을 어떻게 대하시나요?     



  저는 저를 게임 속 npc라고 생각해요. 손님들은 유저고요. 그러니까 유저와 유저의 만남이 아니라 npc와 유저의 만남인 거죠. 사실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거 좋아해요. 손님 중 익숙한 얼굴이 보이면 괜히 말을 더 걸기도 하고요. 그게 제 성향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매번 (유저 대 유저로) 만나다 보면 조금 지칠 것 같더라고요. 이 가게가 처음이고, 팝업스토어가 아니니까 지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죠. 그래서 만남과 헤어짐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 사촌 동생들 같기도 해요. 어렸을 땐 사촌 동생과 자주 만나다가 서로 커서 각자의 삶을 살다 보면 자주 못 보게 되고 조금은 멀어지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그냥 멀리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잘 됐으면 좋겠다 하고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주 오던 로스쿨 학생이 있었는데요, 1월인가 변호사 시험이 있었나 봐요. 그 이후로 얼굴을 못 봤는데 잘 됐구나, 변호사가 되어서 이제 안 오는구나, 그렇게 생각해요.



사장님의 터닝 포인트는 언제인가요?     



  결혼이요. 결혼하고 나서 많이 바뀌었죠. 원래도 운이 좋은 인생이었지만 특히 결혼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어요. 나한테 의지하는 사람이 생기고, 내가 의지할 사람이 생기니까 안정감이 생겨요. 아직 결혼 안 한 친구들이 결혼하면 좋냐고 물어보거든요. 저는 항상 좋다고 말해요. 다른 방법으로는 얻기 힘든 종류의 안정감인 것 같아요.

  아내랑 시간 보내는 게 즐거워요. 비슷한 걸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퇴근 후에 아내와 함께 유튜브 보려고 아껴두기도 합니다. 가끔 아내에게 줄 선물을 생각하는데 결혼하다 보니 서프라이즈가 쉽지 않네요. 결혼하면 계속 붙어 있으니까 아내가 모르게 하기가 어려워요. 그렇지만 이마저도 짜릿하고 즐겁네요.




인터뷰어 지민, 아뵤 / 포토그래퍼 윤슬

2023.03.11 THINGS 34 사장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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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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