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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pr 14. 2023

잉글리쉬맨 인 뉴욕

인터뷰어 경청, 수빈 / 포토그래퍼 지은



*준엽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재즈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데, 재즈란 뜨거움이라 생각해요.

사실 재즈는 조금 고상한 이미지가 있고 되게 감미롭게 흘러나오는,  연인들끼리의 속삭임과 같은  발라드 재즈가 널리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 반면에 저는 약간 하드 밥(Hard Bob)을 좋아하거든요. 쿵쿵 소리가 신나게 흘러가는 그런 하드 밥이요. 그리고 재즈 무대를 볼 때, 그곳에 설만큼 훌륭한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을까를 생각해요. 재즈 무대를 보면, 연주자끼리 서로의 악기가 한 번씩 솔로 파트를 하면서 연주를 주고받아요. 그게 마치 대화 같이 느껴지는 경지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요.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걸 좋아하는 게 스노비즘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것도 좀 있는 것 같고요. 오히려 남들이 안 좋아하면 더 파볼까 그런 것도 있어요. 저희 전공과목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결국 모든 게 지적 허영심이다. 당신도 지적 허영심 때문에 공부를 하고 LP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시고 그랬다는 얘기를 하셨거든요. 우리 모두한테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LP가 뭐의 약자인지 아세요? 롱 플레이의 약자예요. 원래 옛날 축음기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음악을 최대로 틀을 수 있는 게 5분에서 7분 사이였어요. LP판이 나오고는 한 면에 한 25분 정도를 틀 수 있게 된 거죠. LP판을 틀 때는 판에 쓰인 회전율에 맞춰 틀어야 우리가 일상적으로 듣는 속도로 음악이 나와요. 근데 회전율이 짧은 버전이 있어서 한 면에 한 7분밖에 안 되는 LP판도 있어요. 걔네들은 일반 LP판의 회전율보다 두 배 빠르게 틀어줘야 음악의 빠르기가 정상적으로 나와요. 저는 집에서 일반 LP판을 두 배 빠르기의 회전율로 돌려버리는 걸 좋아해요. 재밌던데요. 속도가 중요한 시대가 왔네요. 저는 아직 아날로그를 좀 더 좋아하는 사람인 거 같아요.






작년이라는 한 해가 준엽 님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해요.


 저에게 작년은 모든 게 다 정상화되는 시기였어요.

인간관계도 그렇고 학업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요.  소외감을 많이 느꼈을 때는 학교에 정을 두지 못했다 보니까 공부도 덜 열심히 하게 되고 그랬어요. 지금에서야 저는 제가 배우고 익히는 것들이 언제든 다 쓸 때가 있다고 생각이 들고 그럴 때 또 한 번 저에게서 사랑을 느껴요.

제가 최근에 좋은 사람들을 되게 많이 만났어요. 편입을 하고 난 직후 이 학교에 아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에일리언은 이방인이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고,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도 등록증을 만들 때 ‘에일리언 카드’를 만든대요. 한동안은 내가 이 학교에서도, 저 학교에서도 에일리언 같고 외국인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었는데, 사람을 많이 만나기 시작한 저번 학기 때부터 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정상화된 것을 느끼고 나니까 뭐가 달라져 보이 더나요?


 크게 느꼈던 게 있어요. 마음가짐이 달라졌거든요.

제가 편입 후 휴학을 하기 전인 재작년에는,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어요.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사람일까 싶었어요. 그래서 학교 도서관도 사실 정말 별 거 아닌 장소인데, 그냥 다니기도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그냥 들어가서 아래층 내려갈 수도 있고 위층 올라가 볼 수도 있고 둘러볼 수도 있는 건데, 왜 그랬을까요? 이제는 같은 장소이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져서, 제가 있을 곳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고 모든 게 다 편해요. 학교는 그대로지만, 이제 제 몸이 좀 더 커져서 알맞은 느낌.






이번 학기는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나요?


 라스트 댄스.

 저는 외교관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한테 시간을 쏟는 이유 중 하나가 제 꿈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외교를 한다는 건 결국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맺는 거잖아요. 내가 얼마나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서 네트워킹을 잘할 수 있는지도 외교인 거잖아요. 외교 연습을 하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언제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는 외국인 친구들이더라도 좋은 경험을 심어주고 싶고 도움도 받고 싶어요. 저는 친구 사이든 무슨 관계든 서로 도움이 되는 존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는 다행히도 그런 인간관계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친구네 커플의 데이트에 우연히 끼게 된 적이 있어요. 이런 경우를 서드 윌(third wheel)이라고 한대요. 자전거에 바퀴가 하나가 더 달린 모양새인 거죠. 없어도 되고, 있으면 이상한 존재.

저는 평소에 친구들과 지내면서 아무 말하지 않아도 편안함을 느낄 때 사랑을 느껴요. 그리고 저는 평소에 우울할 때,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해요. 그런 질문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사랑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인터뷰어 경청, 수빈 / 포토그래퍼 지은

2023.03.31 준엽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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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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