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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pr 27. 2023

사랑에 빠지는 시간

인터뷰어 다올, 또트 / 포토그래퍼 밤



지영 과의 인터뷰입니다.






어쩌다 클라이밍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나요?

    21년도 7월에 시작해서 1년 반 더 넘게 클라이밍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죠. 반년 정도 하다가 확신이 생겨서 장비도 샀어요.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서 대학 연합 동아리에 들어갔고요. 잘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클라이밍 다니다 보면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요. 그래서 클라이밍도 더 열심히 다니게 되는 거예요.


    작년 초는 힘든 시기였어요. 이렇게 힘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힘들어서 숨구멍이 필요했거든요. 밤 9시였는데 연합 동아리 톡방에 당장 클라이밍 같이 할 사람 있는지 연락했어요. 그때 2명이 나와서 클라이밍을 해줬어요. 보통 클라이밍장 문이 밤 11시에 닫아서 그 시간에 와준다는 게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렇게 나를 위해 나와주는 사람들이 클라이밍과 관련이 있으니 더 사랑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그날 아무도 와주지 않았더라면 무너졌을 것 같아요.






힘든 시기를 지나온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나요?

    저는 열정적이지만 동시에 열정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무의식적으로 제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남들에게 알리고 싶었나 봐요. 벅찬 상태인데도 많은 일을 다 하려고 하니까 못 견디겠는 거예요. 그래서 힘들었던 인간관계와 대외 활동들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제가 즐기면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자고 다짐했죠. 굳이 남들에게 나를 알리지 않아도 스스로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클라이밍 하면서 만난 두 사람이 떠올라요. 언니랑 오빠인데 너무 잘 챙겨주고 취향도 비슷해서 클라이밍 외에도 자주 만나곤 해요. 둘 다 남을 잘 배려해주는 성격인데 그 부분에서도 저랑 잘 맞아서 좋았어요. 말하기엔 좀 부끄럽지만 저희끼리 <영사모>라는 단톡방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심지영이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 이렇게 알고 있는데 실은 <심지영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이기도 해요. (웃음)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같이 혜화에서 밥 먹기로 했어요.






주변 사람들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는 다른가요?

    사람들이 저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눈치를 많이 봐요. 어느 수까지 미래를 보냐면, 내가 질문을 함으로써 상대방의 대답을 예상하고, 그다음 질문이 이어질 것까지 생각해요. 이런 것들을 지속하다 보니 대화할 때 몇 수 앞을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냥 한마디 할 때도 상대방이 부정적으로 오해할까 봐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라고 덧붙여서 말할 때도 많아요. 겉으로는 외향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눈치를 많이 보고 소심한 사람인 것 같아요.






10년 뒤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클라이밍에 진심이다 보니 본업으로 전향을 해야 하나 고민도 했거든요. 그러다 최근에 클라이밍에 번아웃이 왔었어요. 제가 기를 써서 클라이밍을 하는 걸, 어떤 친구는 저보다 짧게 배웠는데도 놀러 온 듯이 쉽게 하더라고요. 물론 타고난 피지컬을 무시 못 하지만, 현타를 느끼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주변에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이 “클라이밍으로 본업 삼을 거 아니니까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겨라.”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마 10년 뒤에 저는 방송사에서 일을 하면서 퇴근 후에 스트레스 풀러 클라이밍장으로 달려올 것 같아요.


    지금도 보면 저녁에 클라이밍 하러 오는 직장인 분들이 많아요. 클라이밍에서는 모임을 <크루>라고 하거든요. “나이스! 나이스!”하면서 함께 응원하고 운동하다가 배고프면 맛있는 거 먹고 술 먹고. 흔한 클라이머들의 일상이에요. 또 신기한 게, 클라이밍은 스스럼이 없어요. 클라이밍장에서 문제를 너무 풀고 싶으면 모르는 사람인데도 물어보고 그 뒤로 친구 먹고 같이 운동하러 다니기도 해요. 클라이밍이 쉽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어 다올, 또트 / 포토그래퍼 밤

2023.03.30 지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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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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