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는 당수치가 300이 넘고 녹내장이 심해졌는데도 흰쌀밥과 칼국수를 드십니다. 지난 세월 동안 몇 번의 계기가 있어 담배와 술은 끊으셨지만 이 흰색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치매 초기라 더욱 건강관리가 안 되셔서 병원에 입원도 하셨지요. 친정아버지에게 하얀 쌀밥과 칼국수는 어떤 의미 길래 자식들의 속을 태우는 걸까요. 시아버님은 어떤 고민이 있어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구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오셨습니다. 98세에 치매로 돌아가신 시할머니와 가난으로 인한 모진 세월을 침묵하시며 혼자 감당하셨지요. 지금은 파킨슨병과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지만 아버님의 곧은 성품을 저는 잘 알고 있답니다. 이분들이 살아오신 그 험난한 시절을 제가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겠어요? 아무리 혈당 관리 잘 하셔라, 속상한 건 참지 말고 표현하셔라 해도 타인은 바꿀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그분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조정할 수 있는 거죠. 한때는 세상을 향해 푸른 날개를 폈고, 한때는 가족을 위해 붉은 열정으로 희생했던 우리 아버지들이 이젠 갈색 낙엽처럼 떨어져 힘없이 자식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아버지들을 추억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 / 현덕 글 / 김환영 그림 / 길벗어린이
소작농의 아들은 바우는 가난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합니다. 마름집 아들 경환이는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이 되어 곤충채집을 하러 애들을 몰고 다닙니다. 바우는 나비를 함부로 대하는 녀석이 꼴 보기 싫어 나비를 잡아주지 않습니다. 그러자 경환이는 바우네 참외밭을 결딴내고 땅을 부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을 합니다. 바우는 나비를 잡아가서 잘못을 빌라는 어머니의 말에도 노여움만 가득 차고, 아버지가 그림책을 찢어버리자 야속함에 집을 뛰쳐나갑니다.
무뚝뚝한 바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친정아버지가 생각났어요. 감정 표현을 못하고 소리만 버럭 지르셨지만 속정은 깊으시거든요. 오토바이 한 대에 엄마와 세 아이를 태우고 큰집에 명절을 지내러 가던 기억이 납니다. 덜컹대는 돌밭을 지날 때 떨어지지 않으려면 핸들을 단단히 잡고 버텨야 했는데, 팔뚝의 힘줄이 탄탄했던 아버지에 비해 내 팔은 멸치 같았지요. 딸들이 부탁하면 묵묵히 밖에 나가 오미자를 따오거나 짚으로 달걀꾸러미를 만들어 주시던 아버지. 손주들이 내려갈 때면 밤송이를 가득 한쪽에 모아 놓고 까보라고 하시던 아버지... 그런데 요즘은 점점 기력을 잃고 계십니다.
경환이 집 머슴으로 본 사람은 남 아닌 바로 자기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농립을 벗어 들고 나비를 쫓아 엎드렸다 일어섰다 하며 그 똑똑지 못한 걸음으로 밭두덩을 지척지척 돌고 있다. 바우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고 섰다. 그러다가 갑자기 언덕 모래 비탈을 지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며 그렇게 빠른 속력으로 지금까지 잠기어 있던 어두운 마음에서 벗어나 그 아버지가 무척 불쌍하고 정답고 그리고 그 아버지를 위하여서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든지 못 할 것이 없을 것 같고, 바우는 울음이 되어 터져 나오려는 마음을 가슴 가득히 참으며 언덕 아래 메밀밭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이 책으로 나눌 수 있는 독서치료 활동 예시입니다.
[마음열기]
싸이의 ‘아버지’ 노래 듣기
[내용 이해]
* 바우네 아버지 하면 어떤 색깔과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 바우는 왜 경환이에게 나비를 잡아주지 않았을까요?
* 아버지가 그림책을 찢어버리자 바우는 경환이에게 사과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는 부모님이 야속해서 집을 뛰어나갑니다. 바우의 마음은 어떨까요?
* 바우 아버지는 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비를 잡으러 나섰을까요?
* 바우는 자기 대신 나비를 잡고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메밀밭을 향해 뛰어 내려갑니다.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요?
[자기 적용]
* 어떤 등장인물에 마음이 쓰입니까?
* 여러분이 바우였다면 언제가 힘들었을까요?
* 바우 아버지와 여러분의 아버지를 비교해 보세요.
* 만약 여러분이 바우 아버지였다면 나비를 잡으러 나섰을까요?
* 지금 이 순간 바우 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수난이대> / 하근찬 / 휴머니스트
아버지 만도는 징용에 끌려가 섬에다 비행장을 닦는 중에 다이너마이트가 터져 팔 한쪽을 잃고 살아갑니다. 그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아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고등어 한 손을 옆에 끼고 마중을 나가는데 뜻밖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을 만납니다. 아버지는 막걸리 세 사발을 연신 들이키며 괴로워하지만 곧 아들을 위해 힘을 냅니다. 비록 전쟁과 비극에 육체는 굴복했지만 강한 신념과 의지로 아들을 다독입니다. 다리 한쪽을 잃은 아들을 들쳐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그의 한쪽 팔이 유독 단단해 보입니다.
전쟁하다가 이래 안 됐심니꼬. 수류탄 쪼가리에 맞았심더. 이래 가지고 우째 살까 싶습니더.
우째 살긴 뭘 우째 살아?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 그러니까 집에 앉아서 할 일은 니가 하고, 나댕기메 할 일은 내가 하고, 그라면 안 대겠나, 그제?
‘외상 후 성장 post-traumatic growth’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을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입니다. 만도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긍정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씩씩한 아버지의 지지를 통해 진수도 전쟁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한 사람의 몫을 거뜬히 살아내지 않을까요. 아버지는 참으로 강한 존재입니다.
이 책으로 나눌 수 있는 독서치료 활동 예시입니다.
[내용 이해]
* 이 글에서는 외나무다리가 두 번 등장합니다. 각각 어떻게 의미가 다를까요?
* ‘고등어’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살펴보며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봅시다.
- 개천둑 / 고깃전 / 정거장 / 주막집 / 외나무다리
* 아버지 만도와 아들 진수를 생각하면 어떤 색깔과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자기 적용]
* 여러분이 아버지였다면 각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요?(감정지수: -10~ +10)
징용에 끌려가 팔 한쪽을 잃었을 때 ( )
아들을 만나러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 ( )
상이군인이 된 아들을 만났을 때 ( )
주막에서 술을 마실 때 ( )
다리를 잃은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 ( )
* 아버지 만도가 아들을 위로하는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여러분이었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요?